[열아홉 번째 마시다] Hacklberg - Urhell (하클베르크 우어헬, 4.9%)

세 개의 강물이 모여드는 파사우(Passau)를 세물머리라고 부르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닌게 거기에서는 두물머리처럼 물이 한 데 모여든다.

 

양수리에서는 두 줄기 물이 하나가 된다면 여기 파사우는 세 갈래가 합쳐질 뿐이다.

Passau 세물머리 전경, 도나우와 인 강의 물 색이 크게 다르다

 

도나우(Donau), 인(Inn), 일츠(Ilz) 세 강이 합쳐진다고는 하지만 사실 일츠는 실개천 수준이다.

그러고 나서 양수리 지도를 한 번 스윽 훑어보니 거기에도 가정천이라는게 있긴 있다... 

 

그래도 정말 거의 한 지점에서 정확하게 세 개의 강이 만나다보니 파사우에는 수자원이 흘러 넘친다.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말그대로 흘러 넘치는게 오히려 문제지만)

그것도 종류별로.

 

제법 맑고 푸른 도나우와 알프스에서부터 흘러와 석회로 옥빛을 띄는 인 강은 사뭇 다른 물이다.

그 둘이 만나는 지점에는 물감이 물에 풀어지는듯한 그림이 그려진다.

 

모쪼록 맥주라는게 결국 이런저런 재료가 잔뜩 들어가지만

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게 그 단순한 '물' 이라는 점에서 아마 파사우도 양조에 나쁜 입지는 아닐거다.

모셔온 맥주를 고이 뉘여 찍어본다

 

하클베르크를 마신건 상당히 오래 전이다.

이번 입독 이후로 아직까지는 파사우에 간 적은 없고 가장 가까이간건 란츠후트였다.

물론, 이 맥주 역시 란츠후트에서부터 등짐으로 고이 모셔온 귀한 손님이다.

 

모처럼 다시 비트만 후기를 읽어보니 내가 이 친구들 데려온다고 정말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데려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고 써있다 ... ㅎㅎ

[열세 번째 산책] 바이에른의 방패, 물의 도시 란츠후트

 

[아홉 번째 마시다] Wittmann Urhell 그리고 맥주순수령

 

일단 오늘은 맛에 대한 품평부터 하자면 하클베르크는 평범한 맥주였다.

홉의 향기, 탄산감, 쌉싸래함, 그리고 입에 착 감기는 느낌까지 어디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그리고 어디 하나 두드러지는 부분도 없이.

 

그 뒤로 또 한 번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기본에 충실한 맥주라는 인상을 받았다.

여기도 란츠후트의 비트만(Wittmann)처럼 Urhell이라는 상호를 쓰는 소수의 양조장중 하나인데

어쩌면 그 만큼 기본에 충실함을 강조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큰 기대를 품지 않고 먹는다면 아마 상당히 만족하면서 먹게될 그런 맥주가 아닌가 싶다.

색은 예쁜편

 

1618년부터 기록이 살아있는 오랜 역사의 하클베르크는

긴 역사 만큼이나 규모도 상당해서 니더바이에른 현에서 가장 큰 양조장 축에 든다.

 

그도 그럴만한게 이 양조장은 한때 힘 깨나 썼던 파사우 대주교의 사유재산이었다.

파사우 대주교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직을 세습중이던 합스부르크 왕가에도 개길 수 있던 제후직이다.

 

1675년 당시의 여기 대주교 아저씨는 1615년부터 있던 기존의 양조장을 

맑은 샘물이 솟아나는거로 유명하던 하클베르크 성으로 옮겨버렸다.

그 이후로 양조장은 대주교궁(Fürstenbau)과 함께 성장가도를 달린다.

 

뻔한 이야기지만 19세기 초 옆나라 깡패 나폴레옹에 의해 신성로마제국 종교제후들이 싹다 철폐되면서

파사우 역시 바이에른 영지에 편입되고 양조장은 자연스럽게 바이에른 왕가의 소유로 넘어갔다.

당시 여기는 비텔스바흐 가문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을 정도로 양질의 맥주를 뽑아냈다.

 

19세기 중반 들어 비텔스바흐 호프브로이하우스들이 이미 단물을 다 빤건지 잠깐 민간에 매각된 양조장은

거의 50년이 지난 1897년이 되어 다시 파사우 주교구의 품에 다시 안겼다.

 

지금까지도 주교구 관할로 남아있는데, 

대체로 파사우 대주교구가 사업수완이 있는지 지금은 엄청나게 확장 확장 또 확장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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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양조장, 굴뚝이 없으면 양조장인지 모르겠다

 

맥주 라인업만 봐도 세고 싶지 않게 많다.

후... 그래도 세어봤는데 하클베르크 상표 아래 23개, 

그 이외에도 별도의 하위브랜드 세 개를 더 들고있는데 그거까지는 차마 세고싶지가 않다.

 

모쪼록 구태여 찾아마실것까지는 없지만,

오며가며 이렇게 생긴 병이 보인다면 한 번 집어마셔보는것 정도는 추천하고싶다.

 

혹은 파사우 나들이를 계획중이라던가 :D

그게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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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 4.9%

용량 : 500ml

용기 : 병

원료 : 물, 보리맥아, 홉, 홉 추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