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마시다] Steiner Bier - Hell (슈타이너비어 헬, 4.9%)

Steiner-Bier Hell, 준수한 친구였다

 

포스팅 밀린 시간이 한 계절을 넘어가면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부문이 맥주인것같다.

 

내가 쓰고있는 다른 분야의 일기는 그나마 좀 기억이 복구가 되는 편이다.

예를들어 산책일기는 거의 사진들을 다시 되짚어보는것 만으로도 상당한 기억들이 흘러들어오는데,

심지어는 사진과 사진 사이의 기록되지 않은 시간들도 은근히 돌아온다.

 

공연일기도 은근 유실되는 편이긴 하지만,

다행이 공연에 한해서는 내가 순간순간의 감정을 1차적으로 기록하는 경우도 있어서 피해가 좀 덜하다.

 

'맛' 이라는 기억은 붙잡아두는게 너무 어렵다.

그나마 원래도 미각이 둔한편이라

맥주일기에서 맛과 관련된 표현은 거의 자제했던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그럼에도 아쉬운게 하나 있다면 

내가 저 맥주 하나하나들을 어느 마을을 갔을때 샀는지가 이제 기억이 안난다는거다!

다시 마시고싶을때 찾아가기 어려운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크게 아쉬운건 맥주들의 유통범위를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ㅠㅠ

 

그래서... 나는 저 슈타이너-비어 헬(Steiner-Bier Hell)과 내가 마주했던 장소를 잊었다.

Stein an der Traun 이라는 마을의 성에서 주조한다

 

최대한 기억하기로는 맛과 향 밸런스가 잘 잡혀서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들었던것 같다.

그리고 치고들어오는 탄산감이 다른 헬레스들에 비해서는 살짝 강했던거로 기억한다.

 

이렇게 '~같다 / ~로 기억한다' 라고 기술할수밖에 없으니

다시 한 병 사고싶은데 아무래도 확신은 없고

막연하게 트라운슈타인에 가면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정만 갖고있다.

 

트라운슈타인(Traunstein)과 슈타인 안 데어 트라운(Stein an der Traun)은 이름만큼이나 가깝다.

가까운 만큼 트라운슈타인에서 샀을 가능성이 높을것같지만 가능성이 제로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트라운슈타인을 다녀온 두 번 모두 일요일이었다 ㅋㅋㅋ

 

나는 어디서 이 친구를 만났을까...

 

조우지점과 별개로 그래도 양조장에 대해서 좀 알아보고싶긴 했다.

일단 혹시라도 흥미를 잔뜩 끄는 역사나 외관을 가진곳이라면 한 번 방문해볼 의향이 있기 때문이다.

주조기업 이름이 Schlossbrauerei Stein 이라면 가능성이 좀 있는편 아닐까?

 

처음으로 문서에 등장하는 해가 1489년이니 역사는 상당히 길다.

물론 조선왕조급 '아우구스티너'나 1450년즈음의 안덱스 맥주보다는 아니지만

일찌감치 맥주에 진심이던 바이에른 안에서도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한다.

 

홈페이지에서 주장하기로는 어린 모차르트가 아버지 레오폴트와 뮌헨으로 연주여행을 가는 중에

여기 '슈타인 안 데어 트라운'의 선술집에 묵어갔다라고 되어있는데,

(마을 규모상 선술집이 또 있었을것같지는 않다)

아마 사실일테니 나로부터 약간의 흥미 유발에는 성공했다.

 

다른 역사쪽으로는 그래봐야 소유주 변천사뿐이라 그 이상의 관심끌기는 실패!!!

여기도 일단 라인업은 훌륭해

 

여하튼 내가 밸런스가 괜찮았다고 느낀 이 맥주의 평을 찾아보니

깔끔하고 균형잡힌 특별하지는 않아도 준수한 맥주라는 평가들이 제법 보인다.

 

아무래도 2차시기를 위해 양조장을 좀 방문해보거나

혹은 겨우내 완전히 잊고살았던 트라운슈타인을 모처럼 다시 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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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 4.9%

용량 : 500ml

용기 : 병

원료 : 물, 보리맥아, 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