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마시다] Werdenfelser-Weisse (베어덴펠저 밀맥, 5.3%)

아직도 맥주들이 미텐발트에 머물러있는게 조금 두렵다...

나름 속도조절을 하고있는데도 포스팅 속도가 마시는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있다.

메모를 하고있긴 한데 그 생생한 느낌까지 기억이 날지 의문이다 ㅋㅋㅋ

대기열이 제법 길어서...

 

속도조절이라 하면 맥주를 20개들이 궤짝으로 사서

스무 병을 마시도록 포스팅은 한 번으로 충분하게끔 하겠다는 훌륭한 발상이었다.

분명 처음에 이 시스템을 구축하고서는

'드디어 내 게으른 글쓰기 템포로도 포스팅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겠구나' 하는

뿌듯함에 젖어있었거늘

 

현실은 그저 맥주 소비량의 폭발적인 증가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모쪼록 오늘로 드디어 미텐발트 맥주 3형제의 마지막 녀석을 보내줄 수 있다.

그럼, 여기 오늘의 주인공이다.

Werdenfelser Weisse (베어덴펠저 바이세)

이 친구도 병이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었지

 

저 녀석을 냉장고에서 꺼내와 뚜껑을 열기 전에

'어라 이 동네 맥주들은 라벨 디자인이 대체로 나쁘지 않은걸?' 하고 생각했었다.

(이정도면 독일 작품 치고 상품이지)

2024.12.06 - [마시다] - [열두 번째 마시다] Mittenwalder - Hell (미텐발더 헬)

 

그런데 지난 포스팅을 위해 짤막한 리서치를 하다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베어덴펠저도 사실은 미텐발더 양조장 라인업이었던것.

미텐발트 브루어라이가 원래는 아마 헬레스에 집중하는 양조장이었는지 

밀맥주 라인업에는 미텐발더 상호를 안쓰고 'Werdenfelser' 로 브랜딩을 따로 했다.

 

일단 그 덕분에 한 병 더 파는데는 성공했다.

적어도 내가 같은 양조장 제품인지 모르고 집어들어왔으니깐 ㅋㅋㅋ

정말로 이름이 마음에들어서 선택했던 맥주였다.

 

Werdenfels(베어덴펠스)는 과거 바이에른 왕국시절까지 존재했던 행정구역 명칭인데

지금으로 치면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지역에 해당한다.

바이에른과 독특한 방식으로 연이 깊은 이 이름을 가진 맥주를 집어오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가 Werdenfels라는 이름이

그 유명한 Welfen(벨프) 가문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따 지은 Burg Werdenfels에서 왔기 때문이다.

 

위에서 바이에른과의 인연을 언급했는데,

12세기까지 바이에른 공국의 주인이 바로 벨프 가문의 위대한 수장

'하인리히 사자공(Heinrich der Löwe)' 이었기 때문이다.

하인리히 사자공(1129-1195)

 

작센과 바이에른 공국의 통치자로서 역시 유명한 당시의 황제

붉은 수염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 보다 더 넓은 영지를 보유했던 하인리히 사자공.

잦은 세력다툼 끝에 결국 황제측으로부터 제국추방령을 받으면서 거의 모든 영지를 몰수당하는데,

그 과정에서 당시 일개 궁정귀족 가문이던 비텔스바흐가 꿰찬 공국이 바로 바이에른이다.

 

1180 바이에른 공국이 비텔스바흐에 넘어가지만

(나로서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 사유로) 베어덴펠스 영지는 프라이징 대주교 관할로 들어가

'베어덴펠스 백작령' 이 되었다.

대주교구령은 역시 19세기 초반에 불어닥친 세속화를 피할수 없었고

1803년에야 다시 바이에른 공국으로 귀속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의 백작령 이름은 70년을 조금 더 버티다가 

결국 'Garmisch(가르미쉬)' 로 바뀌게 된다 :D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지역에서는 그래서 베어덴펠스 라는 이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당장 저 동네에 기차를 타고 가려면 'Werdenfelsbahn'이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열차를 타야만 한다.

 

모쪼록 벨프 가문을 딴 이름과 비텔스바흐 가문 문장(파란색-흰색 다이아몬드 체크무늬)이 함께 박혀있는

Werdenfelser Weisse 맥주병은 내게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조화란말이지 ㅋㅋㅋ

비텔스바흐 문장이 걸렸다

 

맛도 어디 빠지지는 않는 준수한 밀맥주였다.

특별하다고 까지 할거는 없는 맥주였지만 그래도 괜찮은 밀맥주가 갖출 소양은 얼추 다 갖췄다.

향 자체가 조금 부드러운 편이었는데 그러고보니 미텐발더 헬과 방향성이 비슷했다.

홉 보다는 맥아가 더 강조되면서 부드러운 느낌이 두드러졌고

그러다보니 약간 더 곡물향이 진했던것같다.

효모 없이 곡물 느낌을 강조한것도 그래서 나름 매력도가 있었던듯.

 

개인적으로 부드러움이라는 미덕이 헬 에서보다 밀맥에 더 잘어울린다는 주의라

미텐발더 양조장에서 한 병으로 고르라고 하면

밀맥주 라인업을 고르겠다 :D (한 식구였다니...)

 

그리고, 뮌헨에서 맞는 첫 성탄절이 되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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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 5.3%

용량 : 500ml

용기 : 병

원료 : 물, 밀맥아, 보리맥아, 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