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마시다] Mittenwalder - Hell (미텐발더 헬)

그 사이에 내 식도를 거쳐간 다른 시원둥이 맥주들은 잠시 제쳐두고

역시 산책일기와 보폭을 맞춰보기로 한다.

오늘의 주인공, 미텐발트 양조장의 병뚜껑이다

 

사실 다른 수도원 맥주를 마시고 꾀나 마음에 들었던 터라

내친김에 주말 하루를 할애해서 수도원 산책일기까지 함께 밀어붙이려고 했는데

동절기에는 시골짝 대중교통 운행시수가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다는

교환학생시절의 귀한 교훈을 새하얗게 잊었던 나는 결국

아무런 준비없이 떠난 그 나들이 길 한중간에 찾아온 섬뜩함에 돌아오는 차편을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그날안에 다시 뮌헨으로 돌아오지 못할뻔 했고, 가까스로 더이상의 파국은 막을 수 있었다.

 

수도원 기행은 그곳의 맥주 리뷰와 함께 통째로 다음 봄으로 포스팅을 미뤄버렸다.

(대신 발길을 돌려세운 그 동네에서 또 맘에드는 맥주를 세 개 집어오긴 했다만)

2024.12.05 - [산책하다] - [열아홉 번째 산책] 말 그대로의 '숲속마을' 미텐발트와 가이스트 협곡②

 

모쪼록 미텐발트에서의 가슴벅찬 산책을 마친 후

기차시간까지 미뤄가면서 들른 레베(REWE, 마트 브랜드다)에서 나는

역시 세 종류의 맥주를 챙겨왔다.

(두 개는 아쉽고 네 개 이상부터는 너무 무겁다)

 

그 중에 한 녀석은 이미 지난 포스팅을 통해 소개했던 난쟁이소방수였으니

일단 한 병은 대성공.

이미 33%의 성공을 확보하고 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머지 두 친구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은 평범함을 넘어설 정도의 맥주는 아닌 오늘의 주인공이다.

 

미텐발더 헬

 

자, 그래도 일단 라벨링 디자인 점수는 합격이다.

누가봐도 미텐발트인걸 알 수 있게끔 라벨이 잘 뽑혔다.

장트 페터&파울 성당을 중심으로 한 마을도 예쁘게 잘 들어간데다가 

눈에 뒤덮인 하얀 알프스가 성당보다 높게 깔린것도 훌륭하다.

게다가 자세히 보면 바이에른 주 깃발이 들어가있는데 

맥주 본연의 느낌을 주기 위해 과감하게 파란색을 포기한 것도 자체 가산점 요소다.

 

하지만 맛의 방향성은 뭔가 내가 생각하는 미텐발트 이미지랑은 조금 안어울리는편.

맛이 너무 부드럽기만 했다. 

혀에 착 감기는 느낌은 아주 부드럽고 좋았는데 향과 탄산의 강도가 조금 많이 낮았다.

보통 쓴 맛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내 입맛에도 밍밍한 감이 좀 있다.

다시 봐도 미텐발트스러운 병이다 :D

 

오히려 나는 이 친구에게서는 더 강렬한 맛을 기대했던것같다.

살벌한 알프스에 둘러쌓인 마을에서 나오는 맥주는 좀 그래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1808년부터 시작된 양조장을 1864년 지금의 주인장 가문이 인수한 이후로 쭉 가업을 키워왔고

지금은 뽑아내는 맥주 종류만 어느덧 열 종이 넘어가는 제법 규모있는 양조기업이라고 한다.

역시 홉은 할러타우 홉, 보리맥아는 당연히 인근지역산을 쓰고있고

수원지는 미텐발트 서쪽의 작은 호수 라우터제(Lautersee) 라고 한다.

 

헬레스는 조금 아쉬웠지만(밀맥주도 가볍다는 평이 지배적)

크리스마스 무렵 생산하는 '복 둥켈(Weihnachts Bock Dunkel)'이 제법 훌륭하다 하니

혹시라도 이번 겨울에 다시 미텐발트에 들어갈 일이 생긴다면 한 병을 집어와보겠다 :D

 

그래도 훌륭한 여행 기념품이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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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 4.9%

용량 : 500ml

용기 : 병

원료 : 물, 보리맥아, 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