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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다

[31. 동네 한 바퀴] 첫 눈으로 맞아낸 지난겨울, 한밤의 산책

by =͟͟͞͞🏃=͟͟͞͞ 산책하는자 2025. 7. 10.

따지고보면 첫눈은 아니긴 했다.

3일즈음 전인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세상에 살짝 눈같은게 덮여있기는 했으니까 말이다.

뭐, 내 기준으로는 첫 눈의 조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녀석이었어서 못본체했지만 :D

 

다들 무조건 처음 오는 눈을 첫 눈으로 인정한단말야 설마?

 

모쪼록 중요한건 내 기분과 낭만인만큼 나는 저 날의 눈을 첫 눈으로 하기로 했었다.

가로등 밑을 보면 내리는 눈송이가 살짝 보인다

 

그 중요한 첫 눈을 하마터면 놓칠뻔했다.

그날따라 왜그렇게 졸렸는지 한 서너시즈음 몰려오는 잠기운에 잠깐 몸을 뉘였는데

막 울리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깨어난게 저녁이라기도 어려운 밤 아홉시였다.

 

점심에 맥주라도 마셨던가...? 아니면 이유없이 졸린 겨울을 유달리 세게 탄 날이었을까.

진동의 주인공은 어학당에 함께 다니는 소중한 새 한국인 친구의 카톡소리였다.

'형님 바깥에 눈이 정말 예쁘게 옵니다, 미쳤다는 말밖에 안나오네요...' 

 

황급히 침실 롤라덴을 걷어올려보니 눈이란게 정말 아름답게도 오고있었다.

온 세상 내려앉을 수 있는 곳 어디든 하양으로 가득했다

 

행여나 그사이에 눈이 멎을까봐 주섬주섬 아무 옷이나 주워입고는 바깥으로 나섰다.

히야... 온 세상 내려앉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하양으로 가득했다.

이렇게나 깨끗하고 포근한 눈이라니, 뮌헨 시골짝엔 눈도 이렇게 예쁘게 내려앉는구나...

빨간 앵두(?) 위에도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나가자마자 집 바로 뒷 골목에서 아주 예쁜 그림을 마주쳤다.

 

새빨간 앵두(앵두 맞나...?) 위에도 흰 눈이 쌓여서 서로가 서로를 도드라지게 하고 있었다.

사진도 찍고 가만서서 구경도 하고 간간이 바람에 떨어지는 눈뭉치도 피해가면서 놀다가

마을 곳곳을 다시 누비기 시작했다.

마을 바깥으로 나가는 길
우리마을을 관통하는 가장 큰 길, 눈이 녹아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다
다시 집으로

 

아직까지도 눈도 계속 내리고있어서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세상은 흰 이불을 덮고 마치 잠들어있는 것처럼 고요한 가운데 나홀로 갓 쌓인 깨끗한 눈을 밟는다는것.

 

발아래 뽀득거리는 그 눈뭉치 위로 내 발자국을 찍는 특권을 충분히 즐긴 후에 집으로 들어왔고,

그제서야 저녁을 차려먹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다시 잠들었을거다 :D

그건 내가 가진 최고의 능력이다.


다음날 아침

 

그리고 다음날 아침과 함께 세상에 빛이 다시금 찾아왔을때

간밤에 눈이 만들어놓은 작품이 온전하게 두 눈 가득 들어왔다 :D

 

충분히 만족스럽게 흩뿌리고 간건지 하늘도 맑게 개어서 더없이 예쁜 모습이었다.

게다가 흰 눈밭은 세상이 그 위에 드리우는 빛을 그대로 머금는터라 

마을앞 들판은 찬란한 아침햇살을 다시 세상으로 되돌려주고있었다.

 

겨울이 제아무리 회백색에 침울하다지만

또 이런 모습을 한 번씩 선물해준다면야 그렇게까지 미워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닐까.

 

그렇게 맞은 첫 눈으로 이제는 겨울의 한 가운데 들어왔음을 실감했다.

첫눈오는날의 산책일기 끝!

햇살이 드리운 눈밭


번외편 1 : 

밤사이에 사람의 온기가 거의 없던 기차역에는 동네보다 눈이 더 많이 쌓여있었다.

 

역시나 눈때문인지 원래 그런건지 S-Bahn이 연착되어있는 동안

레기오날 열차가 양쪽 방향에서 한 대씩 지나갔는데, 

그때마다 어마어마한 눈폭풍이 일어나서 주변에 어떤것도 볼 수 없었다.

눈이 요만큼 쌓였다

 

번외편 2 : 

눈처럼 하얀 아이란은 정말 맛있다.

혹시라도 독일에 거주중인데 아직까지도 이 위대한 터키 요거트를 안먹어본 사람이라면

오늘 바로 아무 마트나 가서 한 팩 사마셔보자!

내사랑 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