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다시 내려앉다

제법 잘 다녀왔던 회사였지만, 

사실 처음부터 내 머릿속엔 최대한 빨리 독일로 떠나고싶은 마음 뿐이었다.

마지막 출근을 했을때도 그래서인지 크게 슬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디보자, 7년 반을 일했구나

목표한 돈은 모았다.

아무리 낭만과 삶을 찾아 나왔다고는 한들 돈이 없이는 행복이 찾아오다가도 도망가버리니깐.

 

뮌헨으로 정했다.

사실 교환학생으로 한 해를 살아봤던, 따사로운 볕이 매력적인 라인란트 쾰른에 다시 가볼까 싶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알프스 품에 안겨 좋아하는 산책을 더 즐기고 싶었던것 같다.

 

뮌헨은 베를린에도 없는 인천발 직항이 있다.

루프트한자, 한국어를 지원하긴 하지만 제일 중요한 영화 자막은 한국어가 없다.

 

 

기내식에선 심지어 고추장을 내어주는데, 사실 메뉴를 보면 왜 준건지는 모르겠다.

모쪼록 한식이라고는 단 하나도 챙겨오지 않은 내게 지금 쏠쏠한 즐거움을 주고는 있다만.

사실 김치도 챙기고싶긴 했다

 

 

교환학생 시절 유럽을 오갈때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그 시간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조금 더 피로도가 느껴진것같다.

 

여하튼, 길고 긴 시간을 어찌저찌 날아 뮌헨공항에 내렸다. 

나를 태우고 온 녀석. 너도 긴 시간 고생했다야

 

 

마음이 참 이상하다.

그렇게 원하던 독일에 왔는데 좋고 좋고 또 좋다기보다는 중압감이 몰려온다.

비자도 받아야하겠고, 그러려면 집도 구해야하는데

사실 독일에서 집을 구한다는게 정말 골치아픈 문제여서 중압감이 있을만 하다.

 

차라리 얼른 대학교 입학허가를 받으면 좀 쉬워질 수도 있는데

일단은 내년즈음에야 지원해볼 생각이니 그냥 해져나가봐야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내 멘탈 기본값에도 불안한건, 

한동안 겪을 어려움을 너무 잘 알아서 그런것도 같다.

 

역시 아는게 항상 힘은 아니야...

 

 

폭우가 왔다.

번개가 내리꽂히는게 수시로 보였다.

고층건물이 없는 독일이라 그런지 정말 여과없이 눈에 맺혔다.

 

큰 캐리어 두 개와 무거운 내 배낭(활자중독인 나를 위한 책들이 많이 들어있어서다)

그리고 우산 한 개를 들기에는 두 개 뿐인 내 손이 부족해서

쫄딱 젖은채로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했다.

내 구할 집이 이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그래도 임시숙소는 참 잘구했다. 

숙박비도 여름의 뮌헨임을 고려했을때 상당히 저렴한데다가(1박 10만원?)

방 컨디션도 좋고 창밖으로 공원이 펼쳐져있는게 마음에 들었고,

작업공간

 

 

무엇보다도 내가 이 숙소를 선택한 이유는 

!취사가 된다는 점!

 

임시숙소에 머물 3주가량은 식비라도 좀 아껴보겠다는게 나의 계획이다.

훌륭한 EBK. 깨끗하게 쓸 수 있을까...

임시숙소 : Living Hotel am Oylmpiapark

 

 

이렇게 내 독일생활이 다시 시작됐다.

 

부디 내 살 집이 빨리 구해지길.

그리고 이곳에서의 내 삶이 행복과 평화로 가득하길.

 

17.0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