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마시다] Giesinger-Erhellung (기징어 에어헬룽, 5.3%)

오래간만에 마트에서 기징어를 집어왔다.

그놈에 '-징어' 하는 발음때문에 어쩐지 마른오징어 안주를 한 번즈음은 땅겨할법도 한데

다행이 아직까지는 맥주병을 눈앞에 두고 건어물이 그리운적은 없었다.

 

의외의 사실이지만 나는 독일에서 맥주를 마실때 별다른 안주 없이 맥주만 홀짝이는것같다.

맥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데에서 다시금 내 맥주 사랑이 묻어난다. 

저 날의 점심식사

 

내가 저 기징어를 냉장고에서 끄집어낸것도 밥 때와는 거리가 먼 한낮이었는데,

오히려 막상 점심때에는 맥주 한 잔 곁들일법도 한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구운김치-흰밥'을 먹었다.

 

그리고 배를 꺼치기 위해 집앞 산책을 한 바퀴 쫘악 돌고 와서는

그제서야 갈증이 났던건지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을 딱 꺼내와 앉았을거다. 

수확이 끝난 집앞의 가을밭

 

물론 저 날에는 이 모든 과정이 한점의 의문 없이 매끄럽게 이어졌겠지만

한 반 년여 지난 오늘 사진첩을 뒤집어보니 그 순서가 나를 약간이나마 웃게 만든다 :D

 

추측건대 기징어(Giesinger)가 간택받은 이유도 이 친구들이 0.33l 병에 들어있어서였던것같다.

한낮에 먹기에 500ml는 조금 과했겠지 ㅋㅋㅋ

 

그러고나서 사진첩을 조금 더 내려보니 아니나다를까 냉장고에 함께 수감되어있던 친구가 도펠복이다.

복, Bock 맥주는 일반 맥주들보다 도수가 강한데 도펠복은 더 강하다 :D

내 갈증을 제대로 날려버려준 기징어 에어헬룽

 

그렇게 이번 리뷰는 기징어, 그 중에서도 에어헬룽(Erhellung)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징어 브로이의 큰 특색중 하나가 '맥주 라인업의 다양성' 인데,

그 많은 종류들 중에서도 당연히 클래식은 존재하는데 에어헬룽이 바로 그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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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징어 브로이의 주력 라인업

 

그리고 얘네들은 주력이 아니다

 

Erhellung이 나와 기징어의 첫 만남은 아닌게 지난 초가을 독일에 막 도착했을무렵

마트에서 Giesinger Festbier를 발견하고 예쁜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하나 사다 마신 적이 있다.

그리고 기징이라는 동네 자체에 호기심이 생긴 나머지 직접 동네 답사까지 다녀온 나다 :D

 

그러고보니 왜 옥토버페스트비어는 홈페이지 맥주 라인업에 전혀 소개가 안되어있는걸까 ㅎㅎ

[네 번째 마시다] Giesinger - Festbier

 

[열여섯 번째 산책] 기징 성당, 모처럼의 뮌헨 나들이

 

내 기준에서 에어헬룽은 언제 어느 음식이나 상황에든 잘 어울리는 걸출한 수작이다.

일단 Hell이 아니라 Erhellung이라는데서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다시피 완전 헬 맥주는 아니다.

켈러비어(Kellerbier)인 이 친구는 그래서 독특하게도 효모가 함께 들어간 하면발효 맥주다.

 

덕분에 첫 모금부터 향이 다채롭게 찾아오는데, 꿀과 레몬, 약간의 풀내음과 과하지 않은 홉향기까지 온다.

향이 다채로우니 쓴 맛이 다른 헬에 비해서 좀 덜한데도 밍숭맹숭하지 않은게 마음에 쏙 든다.

 

330ml라 가볍게 마시기도 좋고 해서 아직까지도 정말 즐겨마시는 내 최애맥주 되시겠다.

 

그렇다고 기징어 브로이에서 뽑는 모든 맥주가 다 맛있는건 아니었다.

내가 겪어야했던 최악의 혼종도 이 브랜드거였는데 포스팅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D

 

(아, 그나저나 풀네임은 Untergiesinger Erhellu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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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 5.3%

용량 : 330ml

용기 : 병

원료 : 물, 보리맥아, 홉, 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