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번째 산책] 이유 없이 걷고싶던 어느 초가을날, 동네 산책

평범한 가을날이다.

날씨가 참 좋았다.

 

잠깐만... 그럼 평범하지는 않은건가? 

그건 좀 생각해볼 문제인것같다. 

11월이면 날씨가 좋아도 안좋아도 딱히 이상할건 없긴 하니깐... 

흑백으로 돌려도 화창함이 숨겨지지 않는 훌륭한 날씨

 

여느 날들처럼 어학당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가다가 문득

'오늘은 집으로 걸어가보는것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내게 찾아왔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중간에 큰 도로를 하나 넘어간다

 

대신 평소에 내리는 S반 정거장에서 내리기에는 조금 거리가 과한감이 있어서

오늘은 한 정류장을 더 가서 내린다. 

그러면 조금 걸을만한 거리, 딱 한 시간정도의 산책길이 된다.

 

들판 한가운데를 따라 걷는 농로였으면 조금 더 운치있을것도 같지만

국도변을 따라 걷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사실 이러나저러나 우리동네는 어차피 시골길이다 :D

아직 수확이 덜끝난 밭도 있다

 

대부분 밭은 이미 수확이 끝나고 정갈하게 정리까지 한 번 끝나있는것 같았다.

한쪽 귀퉁이에만 아직 베여나가길 기다리는 흑빛 옥수수대가 빼곡히 서있었다.

아마도 유럽땅에서 자라는 이 옥수수들이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일은 별로 없을것같긴 하다.

 

그나저나 저 먼 방향 하늘에는 옥수수보다 빼곡히 구름이 들어차있다.

감사하게도 내 머리 위로는 그래도 구름보단 하늘이 더 많이 보인다.

저 멀리 늘어선 나무들이 참으로 독일스럽다

 

걷다보면 참으로 독일스러운 나무들이 듬성듬성 늘어선 풍경이 멀찍이 펼쳐지는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아직 저기까지 가본적은 없지만 저 부근에 로마시대 유적이 몇 점 남아있다고 한다.

 

로마에 정복당한 '장벽 안쪽' 지역이었던 뮌헨 인근에는 군데군데 이런 유적 터가 널부러져있다. 

우리 마을이다!

 

날이 참 시원했던 기억이 난다.

가을날에 저 멀리 알프스에서부터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정말이지 붙잡아두고싶은 마음마저 들게한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이 조용한 길을 따라 음악도 듣고 휘파람도 불어가며 씩씩하게 걷다보니

우리 마을에 제일 높은 탑이 가까워지는게 보였다.

 

그 앞으로 땅이 서로 다른 색깔로 층지어 늘어서있는 우리 마을은 정말이지...

고요하고 아름답다 :D

 

아무래도 나는 이렇게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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