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산책] 뮌헨에 왔다면 응당, Frauenkirche :D

에어컨이 없는 숙소라 조금 걱정했던게 무색하게도, 

비가 그렇게 퍼붓던 여름날의 뮌헨의 밤은 습하지도 덥지도 않았다.

 

그래, 이게 유럽이지.

 

내가 밤새 들은 빗소리는 다 뭐였는지, 

창밖에는 파란 하늘과 못지않게 푸른 잔디밭이 산뜻한 바람속에 있었다.

(우씨, 짐들고 올때는 그렇게 퍼붓더니)

아니 비가 온게 맞긴 하냐고...

 

 

오늘은 정말 중요한 용건이 두 개나 있어서

아침부터 조금 서둘러보기로 한다.

용건인 즉슨 ① 핸드폰 개통  ② 프라우엔키르셰(혹은 프라우엔키르헤, Frauenkirche)  인사 가기.

 

밖을 나섰다.

 

아 참, 숙소인 Living Hotel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일반 주거지 한 동을 통째로 임차해서 생활형 호텔로 운영하는 브랜드다.

그렇다보니 숙소 앞은 정말 전형적인 깔끔한 독일 동네다.

 

어제는 어두워서 몰랐는데,

정말 평화롭고 이상적인 동네다.

(나중에 이 주변 월세 매물이 있나 찾아봤지만 없었다. 물론 있더라도 심각하게 비싸겠지)

숙소 바로 앞. 독일이 이래서 좋다

 

 

내가 개통할 통신사는 Aldi Talk이라는 저가 알뜰폰 회사인데,

Aldi는 원래 마트 브랜드다.

마트에서 알뜰폰을 출시해서 팔고있는 것.

 

독일 마트들에는 상당히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마트마다 아주 근소하게나마 가격대와 타겟으로 삼는 고객층이 조금씩 다르다.

 

Aldi는 가장 싼 라인업에 속하는데(알뜰폰과 잘 어울린다),

이 동네에는 Aldi가 없다. 

그런걸 보면 확실히 이동네는 부촌이 맞네... 

 

Aldi를 가기 위해서라도 어차피 시내로 들어가야하니,

Frauenkirche 가기에도 딱 좋겠지 싶다.

오늘도 별거아니지만 참 흡족한 동선을 짜냈다! 야호!

 

시내로는 트램을 타야 갈 수 있다.

뮌헨은 트램 노선이 많다(근데 도심지만 다녀서, 트세권은 집값이 참 비싸다)

 

 

그나저나 Aldi 개통하는건 하나 따로 쓰는게 낫겠다 싶어서

바로 그 이후로 시간을 좀 훌쩍  돌려보기로...

 

뮌헨돔(대성당)이라는 별칭을 가진 Frauenkirche는 단연코 뮌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오랜 세월을 뮌헨대교구 주교좌 성당으로 있었던 만큼

아마 (잠깐이지만) 바이에른 공작이 선제후 자격이 있었을때는 더 대단한 녀석이었을거다.

그러니깐 성당다니는 내가 뮌헨에 왔다면 적어도 인사 한 번 즈음은 갈법한 곳이 맞긴 하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에서 사실 핸드폰 개통은 뮌헨 구도심 사대문 밖에서 했다.

제대로 입성하려고 ㅎㅎ

 

내가 오늘 들어설 문은 뮌헨의 서쪽문 Karlstor(카를 문)다.

카를 아저씨도 사실 선제후였다. 

 

그정도는 되어야 세 개 뿐인 문에(당시에는 다섯개였다고 함) 이름을 줄 수 있지 그럼.

뮌헨 중앙역에서 바로 이어지는 문이라 관광객들은 주로 이 문을 통하게 된다

 

 

바이에른 선제후가 17세기적 얘기니깐 이 친구도 오래된 문이련마는

외형상 뭔가 한국 프리미엄 아울렛에 가면 볼법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원래 성문은 19세기즈음에 성문 화약고에 보관중이던 화약 폭발사고로 못쓰게되어버려서

새로지었다는것 같다(조심좀 하시지...)

 

카를 문에서부터 마리엔광장(그러고보니 뮌헨온지 며칠토록 아직 마리엔을 안들렀네..)까지는 보행자 전용 도로인데

tmi로 뮌헨 올림픽(1972년) 준비하면서 보행자도로를 만든거다.

모습을 드러낸 Frauenkirche 남쪽 첨탑, 사진상 바로 좌측 흰 건물도 사실 예수회 성당이다.

 

 

털레털레 걷다보면 금방 프라우엔키르셰(성모성당이다) 첨탑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뮌헨 곳곳에서 이 첨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을 끔찍하게 소중하게 여기는 뮌헨은 고도제한을 아주 빡빡하게 걸어서,

Frauenkirche를 넘는 건물을 신축할 수 없게 되어있다.

 

원래는 도심지역에 한정되었었는데, 그나마도 이제 뮌헨 전역으로 확대해버렸다.

 

하늘보기 어려운 한국 아파트 속에 갇혀살다가 뮌헨에 처음 왔을때

대도시에서도 트인 하늘을 볼 수 있음에 감격했었고, 아직도 사실 그 점이 너무나도 마음에들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 고도제한 덕분에 집구하기가 이래 어렵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젠장.

 

아... 정작 성당 앞에 가서는 사진 한 장을 안남기고

잔뜩 설레는 마음에 성당으로 직행해버렸었다(진짜 사진이 없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어디서든 보인다니깐!

대성당 답게 고딕 양식을 하고 있다

 

 

성당 내부는 별다른 화려한 장식 없이 깔끔하다.

아마 원래 모습이 이렇게 수수하지는 않았을거다.

(비텔스바흐 가문 형님들이 제법 많이 묻혀있는 곳이라 그럴순 없었을걸)

 

조금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성당도 2차대전중에 기둥, 첨탑만 남기고 완파된 곳이다.

내가 정말 매일같이(진짜 집에 틀어박혀있던 날만 빼고) 봤던 쾰른 대성당은

그래도 외벽에 검게 그슬렸을지언정 연합군이 온전히 남겨뒀는데,

뮌헨쪽은 그러지는 못했나보다.

 

우리 선생님들 업보긴 하니깐... 

출처 : 구글 어딘가...

 

 

첨탑을 오를 수도 있긴 한데 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게다가 날씨도 반즈음 흐리고 비도 오락가락 하니,

내가 여기 뮌헨에 언제까지 거주하게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히 더 좋은 날이 있을거다.

 

 

짧게,

다시 내가 이 곳에 오게된 데에 감사를

그리고 나 자신의 행복과,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하면 좋겠다는 항상 비는 그 소망을 마음속으로 뇌이고

 

다시 집으로 향해본다.

 

 

18.0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