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산책] 뮌헨 레지덴츠 &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

지금 내 위치가 여행자와 생활자 그 사이 어드매에 있지 않을까 싶다.

분명히 여행객은 아닌게,

이 곳에서의 정해진 끝이 없으니, 최대한 무언가를 더 담아서 떠나야한다는 조급함이 전혀 없다.

(여행이란게 뭔지... 결국 마음의 휴식을 위해 떠나는건데 ㅠㅠ)

 

오늘도 핀포인트 산책을 떠나보기로 한다.

다만, 오늘도 엄청 설레는 날임에는 분명하다.

 

바로 뮌헨 입성후 첫 공연을 볼 예정이기 때문에 :D

첫 공연으로 간택받은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올리는 파르지팔(Parsifal).

 

여기가 바이로이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바이에른에서, 그것도 첫 번째 공연으로 파르지팔을 본다는게 또 뿌듯한 포인트!

 

모쪼록 그 얘기는 다른 기회에 써보고 

오늘은 내 두 다리로 누빈 공간에 초점을 맞춰본다.

 

레지덴츠 앞 광장, 뮌헨 오페라축제 준비때문에 광장이 조금 어수선하다. 우측 기둥을 가진 건물이 국립오페라극장.

 

사실 집 지원서 쓰다가 시계보는걸 잊어서

공연시작 한 시간을 겨우 앞두고 레지덴츠에 도착했고,

본의아니게 호로록 겉핥기만 하게 되었다. 

다음에 제대로 한 번 다시오지 뭐 ㅎㅎ

 

피차 이곳 레지덴츠 앞 광장이 또 의미있는 공간인데(테건제 맥주 상표의 주인공이 앉아있는 곳),

오늘은 어수선하니 다시 한 번 오는것도 나쁘지 않지 싶다.

다음에는 막시밀리안거리를 따라서 한 번 걸어봐야겠다.

 

2024.07.31 - [마시다] - [첫 번째 마시다] Tegernseer - Max I. Joseph

 

 

레지덴츠(Residenz)는 왕족의 거처, 즉 궁궐을 의미한다.

당연히 독일 전역에 상당히 많은 레지덴츠들이 있겠지만,

제일 유명한 축에 속하는게 바로 이 뮌헨 레지덴츠다.

 

궁궐이라고 했을때 떠올리는 베르사유 같은 그런 외관이 아니어서 무시할 수도 있겠지마는,

사실 유럽 대부분의 본궁은 시내 한복판에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것(루브르 박물관처럼).

뮌헨에도 베르사유같은 별궁이 있다.

님펜부르크라고 하는 그 궁전은 조만간 꼭 걸어갈 계획이다 :D 

 

가만보면 피렌체 피티 궁전이랑 참 비슷한데(사실 비슷하다라고 하기도 민망하게 흡사하다)

아마도 건축가가 같거나, 혹은 피렌체에서 공부하고 왔겠지 ㅎㅎ

(그 당시에도 유럽은 자기들끼리 당대의 선진국으로 유학을 많이 다녔다)

 

전면 파사드 바로 뒷 공간은 작은 중앙정원이다

 

입구를 지나면 작은 중앙정원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입장료가 없어서, 그늘 아래서 쉬고있는 사람들이 항상 많다.

 

티켓을 사고(오늘은 시간이 없어 보석방은 패스, 10유로)

가방도 맡기고 구경을 시작했다.

 

교환학생때 와보고 딱 10년만에 다시 구경와서 그런지

기억이 나는 곳, 그렇지 않은 곳이 뒤섞여있다 :D

 

정말 마음이 급했던지 사진이 거의 없다.

그래도 이곳, Antiquarium 만큼은 잊지 않았군!

Antiquarium, 흉상들로 가득한 주회랑이다

 

이 레지덴츠에서 가장 오래된 공간중 하나이자, 

바이에른 주요 인물들의 흉상 그리고 비텔스바흐 바이에른의 영지를 그린 그림들로 가득한

그들의 자랑과도 같은 곳이다.

 

내가 바이에른 태생이었다면 이 곳에서 얼마나 큰 소속감을 느꼈을까...

 

왕 형님 침실 뒤의 갤러리 공간

 

 

뮌헨 레지덴츠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이다.

금박으로 가득한 장식에 연두 배색의 벽지라니... 

이건 너무 고급져... 

나도 이런 방이 가지고싶다.

 

충분히 감상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오페라 시작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있다.

사실 레지덴츠 안에도 작은 궁정 오페라극장이 따로 있어서 다시 보고싶었는데,

더 큰 극장에 늦지않게 가야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총총 뛰어가본다.

 

여하튼 레지덴츠는 입장료의 가치 그 이상을 하는 곳이니

뮌헨에 오는 우리 한국사람들이 많이 방문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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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의 슈타츠오퍼, 그 사이에 소나기가 내렸다

 

레지덴츠를 황급히 나간다.

바로 왼쪽 코너에 면해있는 신고전주의 풍의 건물이 바로 슈타츠오퍼(Bayerische Staatsoper). 

정면보다 측면을 함께 보면 그 규모가 더 잘 느껴지는데, 

찍어볼 생각은 못했다(왜냐, 바빴으니깐).

 

안에 복도에서조차 찍을 생각을 못했다(왜냐, 바빴으니깐).

1층 한가운데 자리(엄청 비싼자리, 무리좀 했다)였던 탓에 

이미 앉아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님들께 Entschuldigung을 끊임없이 읊조리며

간신히 내 자리로 나아갔다. 

 

황홀해라... 내가 이곳에 앉아보다니!

 

독일인들은 예로부터 고대 그리스를 그들의 이상향으로 꼽아왔는데, 귀빈석을 장식하는 그리스풍 장식은 그래서일거다

 

 

바이에른 국립오페라단 그리고 국립발레단이 함께 사용하는 이 국립극장은

전 세계에 대어봐도 아주 큰 오페라극장으로 손꼽힌다.

 

1818년에 개관해서

바그너의 전성기를 온전히 함께 살아낸 이 꿈의 극장은

바이로이트 극장이 생기기 전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를 초연시킨

역사가 깃든 공간이다.

 

으핡, 천장 장식 고급진거좀봐...

 

 

이 녀석도 2차대전의 업보를 피해가지는 못했는데(피하면 이상한거지 뮌헨에서),

그 덕분에(?) 전후 재건 당시에는 최신식 설비를 들여놓을 수 있었고,

여기서 올리는 연출들이 아주 끝내주는게 많다.

 

아, 물론 외관은 옛날 그대로를 따왔으니 뮌헨 거리풍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철칙은

다시 한 번 지켜졌다.

(지독한것들)

 

이곳 악단의 전속 지휘자 피셔 할아버지, 뮌헨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있는듯 하다

 

 

휘장도 굉장히 우아한 색감을 띄고있다.

크...크림슨 레드(?)

 

이런 바이에른 뽕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묘하게 오만하게 느껴지는 감정에 약간 피로감이 올때도 있는데,

질투의 감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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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지팔은 중간 쉬는시간을 포함해서 장장 여섯시간이 걸리는 오페라다.

 

쪼개지기 직전인 내 허리와

물집이라도 잡히지는 않았을지 심각하게 걱정되던 내 엉덩이를

간신히 시원한 밤공기에 내세웠을때는 이미 열한시가 넘었다.

 

숙소까지는 한 번에 가는 트람이 있다.

 

결론은 역시 트세권이 최고.

 

23.0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