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산책] 사전답사를 빌미로 한 잘츠부르크 '산책' ①

글을 쓸때 생각을 그렇게 많이하는 편은 아니다.

대충 떠오르는대로 호로록 휘갈기는 편에 가깝다.

 

아... 이번 글은 벌써 세 번째 줄까지 써내려왔는데도 아직 고민되는게 있다.

 

잘츠부르크는 과연 '산책' 카테고리인가, '떠돎' 카테고리인가...

 

 

그게 참 애매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산책'으로 간주하기로 했는데

(이 문단은 가장 마지막에 다시 올라와서 쓰고 있다),

딱딱하겠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먼저 보자.

 

구글이 아주 흥미로운 서비스를 하나 제공하는데 많이들 아는지 모르겠다.

특정 지점으로부터 걸어서 혹은 차로 일정한 시간동안 갈 수 있는 범위를 그려내주는 것.

걷는건 의미가 없으니 차로 한 번 떠나보자구!

 

이번 글과는 별개로 남쪽으로 두 시간을 내리 달려야 겨우 알프스 자락이구나

 

심지어 함께 바이에른을 구성하는

바이로이트, 밤베르크조차 한참 벗어나있는데

우리의 잘츠부르크는 당당하게 파란 그물망에 쏙 들어와있다.

운전거리도 150km 밖에 안된다!

 

서울 대전 운전거리가 딱 그정도 나오는데,

이정도면 뮌헨 생활권이라고 할 수 있지! 라고 주장하려했더니 좀 그렇긴 하다.

아무래도 비유가 잘못된것같다.

(유럽에서 이정도면 생활권 맞아!)

 

여하튼 요지는 : 진짜 가깝다

 

객관적 사실을 떠나서도 정서적으로도 가깝고도 먼 사이인게,

잘츠부르크 지역은 중세 신성로마제국 이후부터 계속

독일(바이에른)과 오스트리아 영토에 편입되기를 반복했다(알자스 느낌이랄까).

 

유명한 사람들이 서오스트리아(시스라이타니아) - 뮌헨을 얼마나 많이 넘나들었는데!

(좀 그렇지만 히틀러도 그런 케이스다. 왜, 유명한건 맞잖아!)

 

지금도 바이에른 티켓, 도이칠란드 티켓으로 갈 수 있는 만큼

같은 생활권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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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가 너무 길었다.

잘츠를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정말 따로 없다.

점심먹고 설거지좀 하고 있는데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기차값도 안내는데 잘츠부르크나 가볼까'

(사실 8월 통틀어 10번 이상 방문 예정인데 뭐하러 미리갔을까 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나를 엄청 모시고다닐 BRB RE5, 두 시간이 조금 덜 걸린다

 

매시 55분에 뮌헨에서 출발하는 BRB RE5 편이 있다.

(Bayerische Regiobahn이라는 DB 계열사의 Regional Express 5번 노선, 무궁화호급)

적당히 잘 맞춰서 올라타 시계를 보니 오후 세 시.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바퀴소리 덕분에 기차에선 항상 잠드는 편이다.

검표원 얼굴 한 번 보고 바로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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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렸다.

그래도 국경 넘었다고 마트 브랜드가 달라지고, 

버스 회사가 달라지고... 

아... 여기선 교통권을 사야되는구나 그럼...

 

내가 그럴리가 ㅎㅎ

피차 목적의식을 갖고 온것도 아니라서 그냥 걷기로 했다.

중앙역에서 길 한개 따라서 쭉 걷다보면 어차피 미라벨궁이 나올것!

(블로그 이름에 충실한 편)

저 멀리 호엔잘츠부르크 성채가 보인다

 

독일보다도 더 모처럼 오스트리아에 오니 은근 실감이 난다.

오스트리아는 독일보다 뭔가 더 팬시하다.

더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귀족적인 그런 느낌.

사실 나는 옛날부터 독일의 투박하고 단순한 매력을 더 좋아했었다.

(근데 왜 이번에는 잘츠부르크가 자꾸 맘에들지...)

 

이 예쁘게 단장된 정원이라니... 

머리속으로 '게르만스럽지 못해!!!' 라고 외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 약간의 부러움이 싹트려고 하는게

이게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까 ㅠㅠ

(30대 후반이 되니 모든 것의 이유를 나이에서 찾기 시작한다)

 

미라벨은 좀 더 날씨 안좋은날 다시 오기로 했다.

화창한 날에는 뭔가 배아파!

 

대신, 저 멀리 보이는 호엔잘츠부르크 입장 마감시간이 되기 전에

쪼르르 걸어가보기로 했다.

 

한 번 끊었다가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게 좋겠다.

피곤할때는 자는것 만큼 행복한 일이 없는데,

 

무직 백수인 나는 그걸 누릴 자격이 충분하니깐.

 

24.0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