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산책] 안덱스 수도원, 맥주 애호가들의 천국

어학당이 쉬는 평일은 귀한지라

어디라도 훌쩍 멀리 다녀올까 싶었는데,

그런 내 야망을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들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번개를 제안했다.

오히려 다행이지 싶기도 했다.

출발하고 나서 연락받았으면 별수없이 거절했을테니깐.

 

숫가락에 대충 씨리얼을 퍼담아 입에 가져가면서

눈으로 구글맵을 휘 훑어보는 와중에

안덱스 수도원에 눈길이 닿았다.

안덱스 맥주병에 등장하는 바로 그 성당이다

 

편도 한 시간밖에 안걸리는데다가,

안그래도 호숫가 나들이도 한 번 가고싶었는데

여차하면 산책까지 좀 즐기다 오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고 말이다..

 

그나저나 훗날 언젠가

터치 기능이 있는 옛 지도책 크기의 화면(혹은 홀로그램도 굿)이 생기면 좋겠다.

핸드폰 화면으로 지도를 보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세상이 너무 옹졸해진다.

 

안덱스 수도원(Kloster Andechs)은 뮌헨 남서쪽 근교

커다란 두 호수 사이의 안덱스 마을에 있는 수도원이다.

 

물론 서쪽의 아머 호수(Ammersee)에 훨씬 가까이 있지만

두 호수 사이에 있다고 구태여 표현한 이유는

뮌헨에서 아머제와 슈타른베르크제 두 곳 모두에 각기 다른 열차 노선이 달리는데

어느 호수쪽으로 가도 소요되는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머제는 다하우, 퓌어스텐펠트브루크 두 번의 산책에서 만난

Amper 강을 소개하면서 살짝 얘기한 적이 있고,

슈타른베르크 호수(Starnbergersee)는 처음인것 같은데

다른것보다도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가장 큰 호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보덴제이지만 독일만의 것은 아니고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함께하니만큼 

내 마음속에서는 슈타른베어거제가 제일 큰 호수다.

 

나는 슈타른베르크 호수를 통해서 가기로 했다.

다른 이유가 있다기 보다도 그때 그 열차편이 더 먼저 있었다.

아무래도 슈타른베르크 호수쪽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을 오가는 간선열차들도 지나다녀서 선택지가 많다.

가르미슈-P에 가는 RE6 열차

 

오늘 탈 열차도 Garmisch-Partenkirchen('가미쉬-파르텐키르셴'이 좋은 발음)행 RE6.

전면부 경사면이 예쁜 2442계 봄바르디어 Talent 2(Talbot가 봄바르디어에 합병되었을 시절 기종)로 운영된다.

 

Pasing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정차하지 않고(무려 슈타른베르크도 통과)

오늘의 환승역인 Tutzing까지 한 번에 달리기 때문에 체감상 상당히 빨리 도착한다.

(그 이후로는 오만 역에 다 서는 노선이니 멀리 갈거면 RE61을 타는게 좋다)

Tutzing역 앞 골목길

 

Tutzing(툿찡) 역에 내리니 

나를 안덱스까지 데려가줄 958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RE6과 시간표를 맞춰놓은듯 하다.

역시 대중교통은 공공부문에서 담당하는게 맞는듯

 

역시 평일이라 그런지

수도원으로 향하는 버스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사실 시종점을 제외하고는 이 노선상에 사람 사는 마을이

안덱스 포함 세 곳밖에 없는데 그 마저 작디 작은 마을이라

958번 노선은 주말 관광목적을 제외하면 교통복지 성격의 노선이다.

들판 너머로 보이는 안덱스 수도원

 

버스가 바이에른의 들판과 늪지대를 지나자

어느 순간 네모난 차창 안으로 안덱스 수도원의 종탑이 쏙 들어왔다.

벌판을 달릴때는 그렇게나 차분하던 마음이

목적지가 보이는 순간부터 설레여온다.

나만 버스타고 다니는겨...? 무슨 차가 이래 많나

FCK AFD

 

안덱스를 과소평가했다.

무려 세 개의 버스 노선이 지나간다.

바로 옆의 주차장도 규모가 상당했는데,

평일인데도 차가 제법 들어차있었다.

(양조장의 힘)

 

버스정류장 표지판에는 FCK AFD(FUCK AFD)라는 문구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AFD는 유럽에 와있는 외국인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사회현상이다.

 

Alternative Für Deutschland

독일을 위한 대안

 

진보적이면서 또 얼핏 건강해보이도 하는 이름을 가진 저 정당은

사실 극우정당이다.

 

반이민, 반이슬람, 국가주의를 표방한다.

 

2013년에 창당한 저 녀석들은

처음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멸시받았다.

2차대전 이후의 독일에서는 그게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단 한 해가 흐른 2014년 5월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AfD가 7%를 득표하면서 7석의 의원을 보유한 정당이 되었다.

(교환학생을 떠나기 직전 즈음이라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은 독일 연방의회에 

약 80석, 즉 10% 의석을 확보한 상당한 규모의 정당이 되었다.

무려 가장 최근에 치러진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에서는

30석(34%)을 차지하면서 2석 차이로 제 1정당 자리까지 넘볼뻔했다.

 

내가 이번에 독일로 나오면서

애시당초에 구 동독지역을 선택지에 올리지도 않은 제1원인이다.

(교환학생 수업중 하나에서 독일 정당들에 대한 발표가 있었는데

내가 그 당시 AfD를 할당받아서 제법 조사를 했었다.

자세히 알고난 이후로 쟤들이 더 무섭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독일인들이 메르켈의 선물이라고 자조하는

난민 문제에서 비롯되긴 한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도 독일이 그 이전과 이후가 많이 다르긴 할 정도니깐.

 

후... 독일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유럽 국가에서

극우가 성행중인데 심히 걱정된다...

안덱스 수도원 약도

 

얘기가 한 번 샜다 하면 무조건 길어지는 산책자.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수도원 입구에는 훌륭한 약도가 하나 있었다.

각 건물들에 뭐가 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특히, 양조장과 비어가르텐이 어디있는지 말이다 :D

 

머릿속에 지도를 살짝 넣어두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다시보니 숙소 왼편에도 비어가르텐이 또 있었네

 

언덕 중턱에는 여행객 혹은 순례객들이 묵어갈 수 있는 숙소도 있다.

Gasthof라고 하는데 가장 근접한 번역은 게스트하우스긴 한데 느낌이 좀 다르긴 하다.

전통적인 가스트호프의 핵심은 항상 식당이 주가 된다는데 있다.

 

기왕 가스트호프 얘기가 나온 김에 지금 한 번만 더 샛길로 빠져보기로 한다.

이곳의 역사를 살펴보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다.

 

안덱스 수도원은 바이에른의 유서깊은 순례성지다.

여기가 성지가 된 데에는 13세기에 이미 혈통이 끊겨버린 안덱스 백작가문의 공이 크다.

이 백작가문은 유럽 전역의 '성유물 수집'이 특기였다.

지금은 성당 안에서 몇 가지 성유물만 전시되어있기는 한데

당시에는 조금 더 있었을거다.

(대체 세상 그 많은 성물들중에 진짜가 몇퍼센트나 될지는 모르겠다마는)

 

12세기에 이미 성유물들로 인해 여기 안덱스 산(언덕이지만)은

Heilge Berg(성스러운 산, 성산...?) 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1248년 백작가 직계가 끊기면서 여기 안덱스 산의 거처도 너덜너덜해졌고

성물들도 이리저리 팔려나갔는지는 몰라도 뿔뿔이 흩어졌단다.

 

1388년 폐허가된 안덱스 성의 예배당 제단 아래 은닉처에서

옛 성물들중 하나가 발견되었다.

(대체 거기를 누가 뒤지고있었던걸까,,, 나처럼 돈이 부족했나)

 

발견한 사람은 바로 뮌헨의 궁정예배당으로 가져와서 보고했는데

비텔스바흐 가문은 그걸 보고 안덱스 재건 계획을 세웠는지

6년 뒤인 1394년에 유명 성물중 하나인 

Die heiligen drei Hostien(세 개의 성체현시기)를 반환한다.

 

그렇게 성지순례가 시작되다가

급기야 1455년에는 베네딕트수도회를 설치하면서 규모를 꾸준히 키워왔다는 그런 이야기.

 

이 역사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여기가 순례지라는거다.

순례지로서의 수도원 역할중 아주 큰 부분이 '술과 음식의 공급'이니

안덱스 양조장은 이미 그 기원에서부터 신뢰가 간다.

많고 많은 비어가르텐중 하나

 

올라가다 보니 큼직한 비어가르텐이 있었다.

'명성에 비해 사람이 별로 없는데?' 라고 생각했다.

물론 바보같은 생각이었지만.

(위에 엄청 크게 있음)

수도원 언덕 아래편으로는 버스에서 줄창 보던 들판이다

이 언덕만 오르면 '성 산'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수도원 성당이다

 

그 짧은 언덕일을 오르면서 갈림길을 두 번 만났는데

그 중 한 번은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이 있는 곳이다.

물론 메인 비어가르텐으로 가는 길이다.

 

술 마시고 성당에 갈 수는 없는법.

맥주는 일단 성당 다음이란다 이놈아.

(신부님은 미사중에도 포도주 마시잖아요...)

헥헥 더워

바로크 양식의 성당

 

성당은 로코코 양식이었다.

1455년에 지을 수 없는 성당인것.

한참 뒤인 1669년에 벼락맞아서 망가져서

나중에 재건할때 로코코로 했다는것 같다.

로코코가 잘 쓰면 우아하긴 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수도원 성당이다 보니 

구석 한켠에 재미있는 방이 있었다.

길다란 초들이 늘어서있는 양초의 방

 

미사초 받침들이 모여있는 방이었다.

아마도 순례자들이 준비했거나 각 지역구에서 봉헌한 물품들 같았는데,

내 시력이 허락하는 한 가장 오래된 것은 1710년의 것이었다.

 

wow

 

초들이 모여있는 방 바로 오른편에 작은 예배당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예상치도 못하게 성덕해버렸다.

예배당이야 물론 더 오래되었겠지

바로 이 돌 밑이 오르프의 유골함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중요한건 이거야!

 

사나운 질주가 인상적인 무시무시한 곡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의 작곡가

칼 오르프(Carl Orff)가 묻힌 곳이었다.

 

뮌헨사람인건 얼핏 알고있었는데

여기 안덱스에서 이렇게 만나뵙게될줄은 몰랐다.

묘비에는 라틴어 SUMMUS FINIS(진정한 끝, Ultimate End)가 새겨져있었다.

 

오로프의 마지막 작품 De temporum fine comoedia(종말의 시간에 대한 희극)의 

마지막 가사에서 따온 묘비명이다.

(난해한 곡이니 딱히 들어볼걸 권하지는 않는다)

 

살아생전에 안덱스 맥주를 좋아했을까...?

\

성당을 나섰다.

본격적으로 맥주 한 잔을 하러가기 전에 

다시 올라오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성당 앞 공간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용도를 알 수 없는 회백색 건물이 정원을 끼고 하나 서있었고

묘하게 프랑스 느낌이 나는 이 건물 옆으로는

안덱스 마을이 넘겨다보이는 풀숲 담장이 있었다.

 

마을은 고요했다.

이 마을에 살면 마음에 어떤 감정이 찾아올까

 

기분좋게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며 잠깐 마을을 내려다보다가

맥주에 생각이 닿아 정신이 돌아온 나는

언덕을 다시 내려가려고 뒤를 돌았다.

뒤를 돌자마자 눈에 들어와버린 종탑

 

후... 정말 애석히도 종탑에 올라갈 수 없나 하는 생각이 기어이 들어버렸다.

(높은데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호기심이란건 정말 지독하게 무섭다.

 

한 번 찾아오면,

특히 그 때에 아직까지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으면

떨쳐낸다는게 너무 어렵다.

후... 누가 글씨 이렇게쓰래

 

삐걱거리는 성당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가서 종탑 방향을 찾았더니

아니나다를까 올라갈 수 있다고 써있는...듯한 안내문이 있었다.

 

이런 글씨체를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오래된 문서나 그림에서 발견되는 이 글씨체를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

가뜩이나 독어도 어려운데 ㅠㅠ

 

Aufgang zum Turm

geöffnet : werktags 9:00-17:00 Uhr

Sonn-und feiertags ab 12:15

Änderungen vorbehalten!

Der Eintrittspreis von : 1 Euro ist am Einlaß zu entrichten.

Schöne Aufsicht! 

 

이렇게 추정되는데 아니면 말고다.

A, Z, T는 특히 악질이다.

 

여튼 평일 9시~17시까지 1유로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아름다운 전망이 나온다고 하니 믿어보기로 했다.

오르간 층

 

한 층을 올라가니 옛 지하철역식 회전 쇠막대 입구가 있었고

그 옆에는 문이 하나 있었는데

성당의 2층 회랑 입구였다.

파이프오르간 연주자가 사용하는 문이었는데

오르간으로 가는 길은 또 하나의 잠긴 문으로 막혀있었다.

헥헥헥...

 

계단이 시작되었다.

좁다란 계단을 썩 선호하지는 않는데

대체 왜 종탑을 오를 생각을 하는건지 항상 의문.

(쾰른 대성당 오를때가 생각나는군. 친구들 놀러올때마다 올라가야했던 그 악몽...)

처음 만들때는 절대 관광객이 들어오라고 만들지 않았을거다

 

종탑의 가장 뚱뚱한 부분에 도달했다.

가장 넓은 공간일것같지만 나무기둥들로 가득해서 잘 피해다녀야 한다.

최고층까지는 두어 번 계단을 더 올라야했는데

여기부터는 계단도 특히 가파르고

천정은 낮아서 기어가다시피 해야한다.

어디즈음인지 대충 알겠죠?

 

가장 위 공간에 도달했다.

여기는 지탱할 무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보니 공간이 좀 있었다.

작은 창문들도 조금 나있었는데 

내다보이는 전망이 그렇게 넓지는 않았지만

안내문에 써있는것 처럼 아름다운 풍경이긴 했다.

저 망원경이 오히려 시야를 가려버린다

멀리 보이는 Ammersee

제대로 한 눈에 들어오는 안덱스 마을, 조그맣다

 

내려오는 길은 조금 더 힘겨웠다.

기어 올라가는게 기어 내려오는것보다는 항상 쉬운 법이다.

억울해서 다시 흘겨보는 종탑

다 내려와서 높은 곳에 다녀오면 으레 그러했듯 한 번 째려보고선

이번엔 진짜로 아래로 향해 내려간다.

아까는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종탑에는 큰 해시계가 있었다.

 

시간은 맞지 않았다.

이젠 진짜 내려간다구우

 

위 사진 왼쪽편에 나있는 건물 입구를 통해서 조금 더 편하게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건데 ATM이 있었다.

(그 옆에 화장실도 있는데 여기는 청소부가 팁을 받고있다.

마음 편하게 성당 옆이나 주차장에 가는걸 추천)

 

사실 내려가는 순간까지도 걱정했던데 카드 안받으면 어떻게하나였다.

하필 현금을 다 써버린 날이었었다.

수도원에 atm이라니 ㅋㅋㅋ

독일에서 맥주는 이런 존재다.

수도원에도 atm을 놓을 수 있는.

주(酒)님!

 

후 :D 지갑을 채우고 비어가르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비어가르텐은 실내와 실외 자리가 모두 있었는데,

일곱 번째 맥주일기에서도 썼듯

혼자온(혹은 여럿이서 온) 아저씨들의 자리는 대개 실내였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야외 자리를 선호한다.

햇볕이 있는 날씨에는 그게 지극히 정상적인 유럽이다.

곧 바로 옆 테이블에도 한 아저씨 한 명이 차지하고 앉았다

 

정확히 무엇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맥주마시기에 최적의 분위기였다.

한쪽에는 음식(안주)을 파는 곳도 있다

 

위 사진의 안주파는 곳 옆에서 맥주를 끝없이 따라내고 있었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쪽 사진을 잊고 돌격했다.

영롱한 꿀 빛깔의 안덱스 슈페찌알

 

이 글에서 다시 언급하건대

독일 입국 이래 가장 맛있는 맥주였고

인생을 통틀어서도 세 손안에 드는 맥주였다.

(Spezial Hell을 시켰다)

 

천천히 즐기고 싶었는데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생각보다 조금 빠르게 다 마셔버렸다.

한 잔을 더 할까 하다가

마을 분위기도 느낄겸 휘여휘여 산책을 하다가 버스를 잡아타기로 했다.

올라온 언덕을 그대로 다시 내려가는중

 

평일 대낮부터 맥주 한 잔 하고 

청명한 햇살 아래를 걸으려니 이유없이 미소가 새어나왔다.

(후 내일도 학원 가지 말아버릴까)

안덱스 마을의 시청

 

살살 걷다보니 금방 시청이 나왔다.

요즘은 표지판 없이도 시청을 식별해내는 산책자.

 

내가 지금까지 봐온 독일 작은 마을들의 시청에는 

창문들마다 항상 같은 모양의 꽃 화분이 있었다.

이게 뭐 법이나 지침같은거로 지정되어있나?

전쟁의 흔적을 마주쳤다

 

1,2차대전 추모비도 만났다.

전쟁은 작은 마을이라고 피해가지 않는가보다.

이곳 청년들도 제법 끌려갔던듯 하다.

마을의 가장 큰 교차로다

여기 묘지도 아름답게 가꿔져있다

 

걷기 시작한지 10분도 안되어 마을에서 가장 큰 교차로에 도착했다.

바이에른 마을마다 있는 저 기둥을 독어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여기는 수도원의 마을이라 그런지 수공업자를 묘사한 장면이 많았다.

 

교차로 한켠에는 아랫마을 성당이 있었다.

거기에 딸린 마을묘지가 화사하고 또 고요해서

버스 시간이 될 때까지 그 곳에 머물렀다.

또 다른 마을의 풍경

 

버스를 타고 가는길에 또 다른 마을이 차창에 들어왔다.

이웃 마을끼리 그 모습이 비슷했다.

Tutzing 역에 돌아왔다

 

뮌헨으로 돌아갈 때도 다시 Tutzing 역을 이용했다.

시간이 그렇게 맞아떨어졌다.

 

다들 어디를 다녀오는지 기차에 사람이 가득해서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기차에서 기절하지 않은 채로 

창밖 구경을 하면서 갔다.

 

오랜만이었다.

 

그 크다는 슈타른베르크 호수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실금처럼 보이는 호수의 끝에서는 알프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지난번에 오른 Mangfall의 산줄기들이다.

 

약속이 없었다면 슈타른베르크에 들러 수영을 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술기운도 남았고 땀에도 제법 절어버려서 

얼른 가서 한 번 씻고 저녁약속에 가고싶었는데

다행이 그럴 시간은 아슬아슬하게 되는듯 했다.

연착만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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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DB의 도움을 받아 

잠깐 숙소에 들러 샤워를 해내고야 말았다.

조금 남아있던 술기운도 따뜻한 물과 함께 씻겨내려갔다.

우육면 느낌의 국수, 만족스러운 저녁식사

 

새 옷으로 갈아입고 산뜻한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나가

친구들에게 오늘 먹은 맥주 자랑을

귀에 피가 나도록 늘어놓은 산책자였다.

 

Das 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