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산책] 바이에른의 방패, 물의 도시 란츠후트

한 일주일정도 인터넷이 끊겼다.

독일에서 사람쓰는 일을 한다는건 많은 시간과 감정소모를 요하는 일이다.

모쪼록 임시방편을 찾아서  모처럼의 포스팅을 쓰려니 

말 그대로 기쁘다.

(그나저나 모처럼 쓰는거라그런지 말이 길다. 양해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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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슈니츠 성에서 내려다본 란츠후트의 모습

 

이번 포스팅은 뮌헨 북동쪽의 아름다운 마을

란츠후트(Landshut) 산책 일기다.

 

제법 시일이 지난 일기다 보니

사진 속의 화창함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미 뮌헨은 우중충한 초겨울에 돌입한지 좀 되었다.

 

시작은 역시 중앙역에서부터.

모처럼 남 북편 측면승강장이 아니라  메인플랫폼에서 타려니 매우 편하다.

24번 승강장에서는 뉘른베르크와 파사우 방면 두 노선이 발착한다

 

파사우(Passau) 가는 RE3을 타면 50분정도가 걸리는데

이 노선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가 란츠후트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기차타고 가는 시간을 상상하면서

란츠후트를 가볍게 소개해본다 :D

 

'1204년,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공작이 란츠후트 성과 도시를 짓기 시작했다'

란츠후트의 등장이 기록된 순간이다.

 

전형적인 비텔스바흐 가문의 초기 개척도시인데,

Land(지역)+Hut(방패)의 조합이니

아마 방어거점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던것 같다.

 

1200년대 중반이 되자 바이에른 공작가의 핵심 정착지로 역할하게 되는 란츠후트.

도시가 이자르 강을 끌어안고 형성된데다가

당시 두 교역로가 교차하던 지점이었어서

급속도로 번창했다고 한다.

물론 공작가 정착지로서의 특권과 이들 가문의 지원도 크게 한 몫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조업이 활발한 곳인데

16세기즈음에는 여기서 만든 갑옷과 투구가 온 유럽으로 팔려나갔다.

아마 란츠후트 문장이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투구 세 개가 그려진 란츠후트 휘장

 

문화적으로도 덩달아 쭉쭉 치고올라가는데

조각가들이 특히 많았다고 한다.

트라우슈니츠 성 발치에 조각박물관도 있다.

 

내게 가장 큰 흥미를 끄는 당시 방문객중에

탄호이저가 있다.

바그너 오페라의 주인공 그 음유시인 탄호이저가 맞다.

 

최고의 번성기는 1392~1503까지 이어진 세 명의 공작들의 재위기간.

(조선이 건국될 무렵이군)

그 세 명은 Heinrich, Ludwig, Georg인데

모두 이름 뒤에 der Reiche가 붙는다마는 정확히 뭐라고 번역해야할지 모르겠다.

 

모쪼록 이들 시기에 구시가지의 랜드마크인 두 성당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특히 루트비히는 뮌헨이랑도 관계가 깊은게

현재의 뮌헨대학교의 전신인 잉골슈타트 대학을 설립한 인물이다.

뮌헨대학교의 공식명칭 : LMU

 

뮌헨대학교의 공식명칭인 LMU는

Ludwig-Maxilimians-Universität München 인데

여기서 가장 먼저 나오는 루트비히가 바로 저 루트비히다.

 

바이에른의 역사를 알면 나름 대인배 작명인데

왜냐면 저 황금기 시절에는 비텔스바흐 가문이 네개 분가정도로 쪼개져서

각자의 공국을 운영하며 치고박고 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위에서도 글을 쓸때 '바이에른-란츠후트'라고 썼어야 정확하다.

'바이에른-뮌헨'이라고 하면 원래는 축구팀이 아니라 당시 공국을 일컫는다.

콩가루 체제는 다행이 1506년에 완전히 마무리되는데(란츠후트는 1503에 끝)

뮌헨 주도의 영토 통합이 이루어지면서다.

 

시일이 한참 흘러 바이에른 왕국 승격 이후인 1800년대에 

1대왕 막시밀리안이 잉골슈타트 대학을 란츠후트로 옮겼는데

후임 루트비히 1세가 다시 뮌헨으로 가져오면서 

위대한 선조 두 명을 기리며 LMU로 이름붙인게 그 히스토리.

 

바이에른-란츠후트 공국은 1503년에 흡수되었지만

란츠후트는 그 이후에도 번성해나갔다.

오히려 통일을 이룩한 현명공 알브레히트 4세의 아들 루트비히 10세가

란츠후트에 정착을 결심하면서 구도심에 최초로 레지덴츠가 생겨버린다.

(루트비히 10세는 맞는데 알베4세 아들내미가 맞는지는 조금 기억이 확실치않다... 가문사에 루트비히가 몇 명인지... 게다가 레지덴츠 입구는 너무 그냥 평범한 건물같이 생겨서 보고도 그냥 지나쳤었던...)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란츠후트.

 

이대로 이야기가 흘렀다면

지금도 란츠후트가 뮌헨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려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 데에는 역시 전형적인 시련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

 

당시에 으레 다 그랬듯 30년전쟁이 문제였고

스웨덴에 정말 철두철미하게 약탈, 유린당했다.

거기다가 페스트까지 겹쳐서 인구의 1/3이 날아간다.

 

바이에른 왕국 들어 화려하게 부활하나 싶더니

2차대전 맹폭으로 가루가 되어버린 란츠후트...

제조업 도시의 운명이란 그러하다.

 

이즈음 하면 얼추 역에 도착할 시간이 된듯 하니

다시 여행기로 돌아가보자!

빼놓을 수 없는 역 간판 기념샷

 

란츠후트 역은 무난하디 무난한 독일 중소도시 역이었다.

이렇다할 특별할 점은 찾아보지 못한 산책자.

그런데 서칭중에 여기 역이 옛날에 더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당시에는 벽돌 건물이었던 LH 역사

 

지금은 회백색의 시멘트 건물인데

건립 당시인 1880년에는 위 사진같은 벽돌 건물이었다고 한다.

독일애들이 스스로 건물을 부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이 녀석은 연합군이 퍼부운 폭탄에 가루가 되었겠다고 짐작했고

역시 그 짐작이 맞다.

(나치의 업보는 어디까지인가)

LH 역 항공사진(1945)

 

역에서 시내까지는 10분정도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애시당초에는 이자르강 바로 건너 도심에 붙어있었는데

19세기에 이미 설계당시의 철도용량을 훌쩍 초과해버려서

외곽에 새로 지어버렸기 때문이다.

 

버스가 도시 규모에 비해서 그렇게 자주 오지는 않으니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들이라면 신경쓰는게 좋다.

이자르를 건너면 구도심이 시작된다

 

이자르를 건너자마자 버스에서 내렸다.

여기에서부터가 구도심의 시작이다.

옛날에는 성벽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성문만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을 잘못찍었다. 뒤 첨탑은 성문게 아니라 성당거다

시청 홈페이지에서 옛날 삽화를 찾아냈다.

역시 성벽의 보호를 받고있던 비텔스바흐 가문의 영지.

 

재밌는 점을 두 가지 찾았는데(나한테만)

여느 도시들과 달리 물길이 현재와 아주 유사하고

심지어 다리 위치도 변한게 없다.

다른 하나는 그 당시 이자르강 철자가 Yser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호오...

란츠후트 과거 삽화

지금의 여행 안내팻말

 

성문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일단 먼저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이자르를 끼고 만들어진 물의 도시인데

그게 도리상 맞아보였다.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강가였다.

걷기 좋은 동네를 가면 무조건 살고싶어지는 병이 있는 산책자.

란츠후트 집도 열심히 알아봤었는데

뮌헨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보니 정신차리고 털어내긴 했다.

랜드마크 No.3 성령 교회

 

더 걷고싶지만 그러면 시내에서 벗어나는 길이라서

구시가지의 동쪽 끝인 성령 교회즈음에서는 마을로 들어가기로 했다.

사진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성당의 첨탑이

닥스훈트 다리마냥 덩치에 안맞게 짧다.

 

원래는 엄청 높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만들다보니 자금 조달에 좀 어려움이 생겨서 멈췄다고 한다 (ㅠㅠ)

 

지금은 성당 건물로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데

대신 시립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들어가려다가 깜짝놀라서 다시 나왔다 ㅋㅋ 그냥 가볼걸)

구시가지 전경

 

성당(?)에서 도망쳐나와서 코너를 살짝 돌자마자

구시가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와... 대박'

 

란츠후트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곳이었다.

친구들 놀러오면 꼭 나들이 다녀와야겠다고 결심.

 

그나저나 구시가지라고 해도 되는게

사진속의 저 도로 이름 자체가 Altstadt(Old city)다.

그것 또한 신박한 작명법 ㅋㅋㅋ

사진 왼편으로는 시청사 건물이, 정면 가운데에는 랜드마크 No.1 성 마틴 성당이 보인다

 

이 구시가지라는 거리도 참 매력적이었다.

노천식당, 카페들도 많았고

시청부터 서점, 은행, 옷가게 등등 이곳의 삶이 다 드러나있었다.

... ???

 

말 나온김에 서점 구경중에 발견한 것도 공유해본다.

바로... 음력 달력!

 

뭔데 ㅋㅋㅋ 너네 음력 쓰지도 않으면서

요즘은 또 이게 힙한거야? 

(그렇게 동양이 좋으면 제발 사람을 먼저 좋아해줘)

반대편에서 성령 교회를 바라본 모습, 역시 예쁘다

 

여기 구시가지는 골목골목들도 정말 독일스럽고 매력적이어서

한참을 발닿는대로 누비고 나서 

성이 풀리고서야 란츠후트 최고의 랜드마크 

성 마틴 성당에 들어왔다. 

수수하게 장엄한 내부를 가졌다

 

고딕 양식의 성 마틴 성당은 

높은 첨탑 덕분에 도시 어디에서나 눈에 띈다.

놀랍게도 벽돌로 만든 탑 중에서는 세계에서 제일 높다고 한다.

 

아름답고 따뜻한 느낌의 종탑을 바라보며 이곳으로 향해왔는데

내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졌다.

매우 수수하고 근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성당이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유럽에 그 흔한 스테인드글라스 조차 쓰지 않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진다.

올라갈 차례다 산책자야!

 

란츠후트에 올때 마음속에 대충 그려둔

세 곳의 랜드마크 중에서 단 한 곳만이 남았다.

높은 곳에 올라갈 차례다 :D

 

트라우슈니츠 성(Burg Trausnitz)으로 향해본다.

그렇지만 여기 란츠후트 구시가지가 발걸음이 그리 쉽게 떨어지는 곳은 아니긴 하다.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데,

내게는 뒤돌아봄이 강한 애착의 표출이다.

 

사람한테도 그렇다

성 마틴 성당은 이 방향이 정면인것같다

 

올라가는 길에 위대한 대공 아저씨 동상을 만났다.

란츠후트 역사에 중요한 인물이긴 한가보다.

바이에른-란츠후트의 루트비히 부공

 

다행이 올라가는 길이 그렇게 힘겹지는 않다.

마을 거주지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친절하게 길 안내 표지판도 있으니

그 표지판이 알려주는대로 샛길을 타고 오르면 된다.

트라우슈니츠의 옛 입구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란츠후트

이 길이 맞는 길이다

 

샛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느순간 중세의 성채 트라우슈니츠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홍빛 벽돌과 같은 색의 지붕이 따스해보인다.

묘하게 카르카손이 겹쳐보인다. 물론 색감은 완전 다르지만

 

트라우슈니츠 성은 1235년, 

비텔스바흐 가문 정착 초기에 1차 완공되었다.

(1234년이었으면 더 기억하기 쉬웠을텐데 아쉽다)

사실 유럽에는 비슷한 성채들이 많긴 하다.

방어기능을 갖춘 요새이다 보니 아주 창의적인 곳은 손꼽히는 느낌.

성 앞뜰

 

윗 동네도 땅이 상당히 넓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성벽 내부와 성 뒤의 숲은

가문 영지로 관리되어서 민간인들 출입은 어려웠다고 하니

시기를 잘 타고나긴 했다. 

아마 나는 민간인쪽에 가까웠을것.

부러운것들...

 

성을 찍다가 부러운것들을 같이 찍고말았다.

젠장

내성 안의 테라스

 

외부 전경은 그냥 성 안쪽에서 감상하기로 했다.

내성에 들어가니 테라스가 또다시 나왔다.

여유있고 한적하기로는 이곳이 더 훌륭해서 잠깐 땀을 식혔다.

(땀이라니... 다시 한 번 이질적이다)

누가 독일 안예쁘다그랬어

APEROL 대단해... 여기에 자리를 잡다니

 

충분히 쉬고 나서 

마을을 내려다볼 마음의 준비까지 마치고 일어났다.

테라스의 끝으로 갈 시간이다.

 

음료 브랜드 Aperol이 여기에 휴식공간을 만들어놨다.

대단한녀석들... 위치선정이 완벽하다.

 

물론 테라스 자체가 완벽한 뷰를 자랑한다.

위 사진을 잘 보면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부부도 조그맣게 보일거다.

 

그럼 이제 잠시 감상의 시간이다.

다시 가고싶다

 

성 마틴성당 오른쪽으로 쭉 줄지어선 집들이 있는 곳을 

여기 란츠후트 사람들은 신시가지라고 부른다.

어디가 되었든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 덕분에

마음 가득 평화가 들어찼다.

 

성 건물은 딱히 들어가볼 생각은 없었다.

1900년대 후반 화재로 중요한 것들이 거의 다 소실되었다고 들었기도 했고,

전경을 내려다본 여운을 갖고 조금 더 걷고싶었다.

성 안에 휘날리는 독일 국기(반대편에는 당연히 바이에른 주기)

 

성을 나가기 위해 안뜰을 지나갔다.

독일 국기와 바이에른 주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 옛날에는 이곳에 얼마나 많은 방문객들이 분주하게 드나들었을까!

여기가 성의 정문이다

 

감상에 젖을새 없이 칼같이 퇴성 :D

사실 토요일이었다 보니 장을 봐야한다는 압박이 좀 있었다.

다시 마을로 돌아가긴 하되 올라올때와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정말 마차를 타고 내려갈법한 주 출입구로 내려간다.

문에 겹쳐서 잘 안보이지만 중세복장의 가이드

 

재미난 투어가이드를 발견했다.

중세풍의 복장을 하고 안내해주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더웠겠다...

성문을 완벽히 나와 뒤돌아봤다

 

방어 목적의 성채 답게

입구를 수비할 수 있는 성벽이 있다.

쭉 지나서 트라우슈니츠를 완전히 빠져나왔다.

음... 시험에 들었다

 

음... 시험에 들고 말았다.

내려가려던 길 한쪽으로 호프가르텐 가는 통로가 눈에 들어와버렸다.

저길 들어가는 순간 일요일 점심 저녁 선택지가

그냥 굶주리기 혹은 케밥으로 압축되어버릴터라 심란했다.

 

그치만 별 수 있나.

산책자 이름답게 새로운 길을 치워두고 내려갈 수는 없었다.

맥락없이 보명 그냥 등산로

 

호프가르텐은 이름만 정원이지 그냥 숲이다.

물론 가볼만한 숲이다.

숲 한켠에서 전망대를 찾았다

 

이 숲속 한구석에 시야가 열리는 전망대가 한 번 더 있는데

여기에서 란츠후트를 또 다른 각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여기까지도 들러봄직 해보인다.

일요일 밥을 위험에 빠뜨린채로 숲길을 걸어온 보람이 있다

신시가지의 정면을 염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신시가지의 알록달록한 정면을 구경할 수 있었다.

독일스타일 치장.

 

이제는 진짜 내려가야할 시간.

나를 당황시킨 문제의 문

 

난관에 부딪혔다.

열심히 다 내려왔더니 문이 잠겨있었다 ㅠㅠ

다른 문으로 가려면 다시 숲을 조금 올라야하는 상황이어서

눈을 질끈 감고 저 문 위 담장에서 뛰어내렸다.

무릎에서부터 찌릿 하고 전기가 온몸에 감겨왔다.

은근 높았다...

 

통증을 애써 무시하며 걸어나갔다.

걷다보니 도시 소개에서 읽었던 그 조각 박물관이 나왔다.

왜인지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 공간

 

그리고 머지않아 그 신시가지에 들어오면서

드디어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D

신시가지는 공영주차장을 겸하고 있다

Auf Wiedersehen Landshut!

 

늦은 오후에 다시 만난 란츠후트 구시가를 끝으로 산책일기는 끝이다!

길다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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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정말 끝이냐? 

놉.

 

뮌헨까지 무거운 배낭을 이고 갈 생각에 아찔하긴 했지만

란츠후트에서 장을 싹 봐서 출발하기로 했다.

어차피 어딘가를 가면 그 지역 맥주를 사서 돌아오니 마트는 들르긴 해야했다.

 

그리고 배낭은 지독하게 무거웠다.

(물 1.5L, 맥주 1L만 해도 무거운데 여기에 식자재까지...)

 

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기다리는동안

재미있는 홍보물을 발견했다.

결혼의 도시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결혼식의 도시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나는 물론 떠나가고 있다마는)

 

뭐지... 란츠후트에는 독일에서 눈을 수천번을 씻어도 찾기 어려운

웨딩홀이라도 있는건가?

그 자리에서 검색을 해봤다(인터넷 이슈로 흔치않은 일)

 

알고보니 란츠후트도 결혼식에서 비롯한 축제가 열리는 도시였다.

란츠후트도 라고 쓴 이유는 그 유명한 옥토버페스트도 결혼식에서 시작된 축제여서다.

 

1475년 황금기 게오르그 공작의 결혼식이었다는데

폴란드의 헤트비히 공주와의 결혼이었고

성 마틴 성당에서 결혼을 하고선 구시가지를 행진했다는데

그때 란츠후트 주민들이 너도나도 나와서 행복하게 춤추고 기뻐했다고 한다.

 

이게 란츠후트 시청사에 벽화로 남아있었는데

이곳 주민들이 이 벽화를 보고서는

결혼식을 재현해보고 싶다는 재미난 생각을 한 끝에

1903년에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4년에 한 번인데 다음 축제는 2027년이라고 한다.

그때까지도 독일에 남아있으면 꼭 가봐야지 싶다.

전리품

 

맥주 사진을 끝으로 정말 마무리.

(도시만큼 매력적인 맛은 아니었다)

 

Das 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