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산책] 올 여름 첫 산행, 브레셔슈피츠(Brecherspitz)

바이에른,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남쪽의 대도시 뮌헨에 살면서

알프스를 즐기지 않는다? 

 

치가 떨리는 이 동네 월세와 사악한 물가수준을 합리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큰 요인을 하나 걷어차버리는 꼴이다.

 

물론 나도 그 합리화가 상당히 많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서 산을 오르기로 한건 결코 아니다 :D

(물론 교환학생 시절부터 심심한데 생활비가 빠듯할 때는

단 한 푼도 들지 않는 최고의 레저, 등산을 즐겼다)

 

애시당초에 퇴사와 독일행을 결정할 당시부터

알프스 산행도 염두에 두고 뮌헨을 거주지로 낙점하고선

그 무거운 캐리어에 등산화마저 아득바득 꾸겨 챙겨올 만큼

등산이란걸 제법 좋아하는 산책자다.

 

모쪼록 오늘의 목적지는 Brecherspitz(브레셔슈피츠).

뮌헨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 산들중 하나다.

 

이 부근 산들은 알프스 세분류상 Mangfall(망빨, 어감이 좀 그렇다) 산맥에 속한다.

Brecherspitz는 해발 1,683m로 Mangfall 친구들 중에서 중간높이 정도에 속하지만,

봉우리 모양이 상당히 인상적인 까닭에

옛날부터 슐리어제(Schliersee) 지역의 주 산으로 여겨졌단다.

인상적이라 쓰고 가파르고 무섭다고 읽는다

 

Brecher는 주로 뭔가를 부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예를들어 법을 부수면 범법자가 되고, 돌을 부수면 분쇄공이 되고 

걱정을 깨부숴주는 술이라는 녀석을 가끔 Sorgenbrecher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여기서의 Brecher는 높은 파도를 말하는것같다.

부서져내리는 집채만한 파도 역시 Brecher가 될 수 있는데,

위에 사진에서와 같이 능선의 한 쪽 면이깎아지른 절벽인 까닭에

(그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데 너무너무 무섭다)

가만 보고있으면 세상을 집어삼키는 파도같은 느낌을 받는다.

 

* 오늘 포스팅은 많이 길다. 제법 긴 산행이 길었기때문에 별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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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예정된 루트는 

Spitzingsattel이라는 곳에서 시작해 Brecherspitz를 찍고

골짜기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크게 네모를 그리면서 주능선에 올라타

같은 길로 돌아 내려오는 경로다.

 

해가 너무 쨍해지기 전에 등산을 마칠까 싶어서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출발할까 싶었는데,

전 날에 공연을 봤던가 뭘 했던가 여튼 늦게 잠드는 바람에

시원한 산행은 포기하기로 했다.

(불면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머리 대면 기절하는 부류)

동편 추가승강장에서 탈 수 있는데, 조심히 잘 타야한다

 

슐리어제 가는 RB55 노선은 뮌헨 중앙역 북편 추가승강장에서 발착한다.

그런데 조금 조심히 타야한다.

 

항상 세 행선지로 가는 각기 다른 노선의 기차를 한꺼번에 붙여 운행하다가

각자의 분기점이 나오면 끊어져서 다른 곳을 향해 달리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보통 두 개 노선은 유럽에서도 많이 붙여 다니는데, 세 개는 좀 드물다.

 

렝그리스(Lenggries) 가는 RB56, 테건제(Tegernsee)로 찢어지는 RB57에 

올라타지 않게 꼭 조심하길! 

그렇지 않으면 내 의도와는 달리 다른 곳을 산책하는 수가 있다.

종착역인 Schliersee에는 등산배낭을 맨 사람들로 즐비하다

 

Schliersee 역에 내린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것 같았다.

가벼운 피크닉 가방을 챙겨 온 호수 수영파, 

그리고 등산배낭과 스틱을 짊어진 등산파

 

수없이 많은 등산파들이 내가 타려는 362번 버스를 향해 돌진했는데,

결국 빽빽한 버스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Spitzingsattel로 가게 되었다.

 

Spitzingsattel은 Spitzing의 안장이라는 뜻이다.

안장(Sattel)이라 함은 우리가 차로 넘는 대관령, 미시령 이런 곳들처럼 

산맥을 넘어가는 길목중에서 약간 높은 곳 혹은 산 속의 분지를 얘기한다.

 

이 경우에는

슐리어제에서 남쪽에 숨어있는 (바이에른 기준) 작은 호수 Spitzingsee로 가는 길목이다.

362번 버스는 그러니깐 약간 높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노선인 셈이다.

 

보통 등산객이 이용하다 보니 오전에만 한 시간에 한 대를 운영하고

오후부터는 배차간격이 두 시간 이상으로 늘어진다.

Spitzingsee로 내려가는 길, 나중에 운전해서 한 번 가봐야겠다

지금까지 올라오던 방향으로 봉우리가 또 있는데 나중에 가볼거당

 

Spitzingsattel에 도착했다.

 

버스 승객의 한 반절즈음 우르르 내리길래

'내가 좋은 산을 잘 골라왔구만' 싶었는데,

 

단 한 명의 예외없이 다 내가 가려는 곳의 반대편 봉우리로 갔다. 

한 명 정도는 올법도 한데... 

 

좀 무섭긴 했지만,

'사람이 없다'는 코스를 바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아앙, 남들 잘 안가는 곳을 내가 가는거야?' 하고 도파민만 풀충전하는 꼴.

잘 보면 등산로를 오르는 개미떼같은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인다

 

주차장도 마련되어있어서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올 등산객들은 주차해서 올 법도 한것같다.

(매번 하산하고 나서 차 타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최소 45분 이상은 심심한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야한다

 

등산로 초입이 좀 많이 단조롭다.

끊임없이 이어진 나무들 사이로 난 반포장길을 따라

터벅터벅 50분가량 올라야했다.

전망이 막힌 길이다 보니 좀 많이 지겹긴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안온거였나...)

 

이쪽 동네는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바뀌는 쪽이라

유지보수용 차량도 지나갈 수 있게 단조로운 도로를 뚫어놨다.

 

그렇다고 안힘든 건 또 아니었다 ㅠㅠ

은근 경사도있는 오르막이 한 시도 쉬지 않고 나와서

몸이 등산에 적응하는 순간까지 제법 숨이 많이찼다.

Spitzing 호수 방향

 

그래도 간혹 길 왼쪽으로 시야가 한 번씩 트이면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척을 하면서 숨을 한 번씩 돌리고 갈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속이는 것도 중요함 ㅎㅎ)

햅삐! 드디어 갈림길이 나왔슴다

 

야호! 드디어 첫 갈림길이 나왔다.

노란 표지판은 지친 등산객들에게 숱한 희망과 좌절을 안겨준다 ㅋㅋ

'오 이제 30분이면 정상이구나!' 라던지

'으악 이렇게 두 시간 반을 더 가라고?' 같이 말이다.

 

내 성격에 한정되는지는 몰라도 

나는 저 표지판들과 함께일때 등산하는 재미가 배가된다.

워... 저쪽 산도 절벽이네...

 

그렇지! 

드디어 산 다운 길에 들어온것같다.

그건 전기울타리(잘 보면 보인다)와 그 사이로 

똑똑한 '인간'만 통과할 수 있게 만들어둔 등산로 입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알프스 산악지대는 사람 만큼이나 방목된 소들의 영역이기 때문에

저런 울타리가 필요한건데, 

그 말인 즉슨 이제부터 산행이 시작되었다는것! 

(소들은 등산 세계관 최강자일지도 모른다. 뜯을 풀만 있으면 경사도 개무시하고 오른다)

나만 힘든거야? 왜 너넨 그렇게 한가로워보여

 

소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MIND YOUR STEP을 계속 되뇌였어야 했는데

잠깐 소홀히 한 사이에 한 뭉텅이에 제대로 발을 들이밀어버렸다.

(그 질감이란...)

식사중인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에혀... 잔디에 바바바바바 스스스스스 문데고 다시 걷는 산책자.

나중에 개울을 만나면 씻어내기로 한다. 

내가 즈려밟고 올라가야하는 통곡의 돌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의 오르막은 경사도 아니었던것

 

짝지어 등산온 사람들이 점점 한 명씩 다니기 시작한다 ㅋㅋㅋ

보통 여자분들은 남자들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고,

남정네놈들은 저도 힘드니깐 자기 속도대로 가서

기다리는 동안 조금 체력을 회복하고 그런 패턴인것같다.

(니들 그러면 산 내려가서 싸운다 아그들아)

나무가 없는 완만한 구릉은 스키 슬로프가 있는 영역이다

 

힘이 들때는 뒤를 돌아본다.

디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조금씩이나마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넓고 거대해진다.

 

세상의 광대함에 감탄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면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다시 허벅다리에 힘이 돌아오는 느낌이다.

점심식사 1편

 

그것 만큼이나 확실한 체력회복은

역시 먹는것 뿐.

슬슬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 비상식량 1번을 꺼내들고 그늘에 앉는다.

보통 산행을 떠날 때 바나나 1개, 삶은달걀 2개, 초콜릿 1개, 물 1.5L를 이고 간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면 샌드위치를 만들 때도 있다.

 

여하튼 바나나는 대개 1번이다 :D

멍멍이들도 정상까지 같이 가나?

 

네 명중 한 명 꼴로 반려견과 함께 등산중인 사람들을 마주쳤던것 같다.

유럽 개들은 산책조차 스케일이 크다.

덕분에 나도 힘겨움에 찌들어 얼굴을 찌그러뜨리고 걷다가

한 번씩 귀여움에 인상을 활짝 펼 수 있다 :D

 

그나저나 개들은 그래도 스스로 걷기라도 하지

정말 놀라운 사람들은 갓난쟁이를 등에 업고 알프스에 온 사람들이다.

그렇게 산이 좋을까...

1차 목적지, Brecherspitz Vorgipfel에 도달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눈앞에서 언덕이 사라지고

반대편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목적지인 Brecherspitz Vorgipfel(앞봉우리?) 에 도달한거다.

저 멀리 Schliersee가 아주 조그맣게 보인다.

 

드디어 주능선에 올라왔다는 뿌듯함이 몰려오... 다가

다시 파도에 휩쓸려내려가듯 사라졌다.

내가 이 길을 살아 지나가서 이 글을 쓰고있다는데 다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른편에 내가 아직 더 가야할 길이 적나라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저 순간에 Brecher가 파도를 의미하는거였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리고 나는 그 파도 꼭대기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가야하는 거였다.

 

능선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옮겨보니 낭떠러지 바로 옆을 

조심스레 넘는 모습들이 간혹 눈에 들어온다.

 

사실 나는 난간공포가 제법 심한 편이다.

고소공포는 아닌게, 롤러코스터도 좋아하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도 좋아한다.

그런데 추락할 수 있는 가생이에 붙어있는걸 끔찍하게 괴로워한다.

 

서울살이가 좀 짜증나는게

고층빌딩이 많아서 베란다나 유리창에서 밑을 내려다보게 되는 순간이 너무 많다.

(어후, 회사 건물도 너무 높아서 가장자리로는 가고싶지도 않았다)

쇼핑몰에도 너무 난간이 많고 심할때는 육교에서도 무섭다.

 

그래서 험한 산은 사실 내게는 좀 께림찍한 도전이긴 하다.

어쩌겠나 그래도 산이 좋으니깐 가는거지.

이 경우에는 '30분이나 저 능선을 타야한다니' 에 해당한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출발했다.

 

'왜 주님은 우리한테 목숨을 한 개만 줬을까, 야구도 삼진아웃인데'

'고양이는 정말 9개의 목숨을 가졌을까'

'목숨이 두 개만 되어도 두 번째 생애에는 더 가슴깊이 찬미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헛디디면 어떻게 굴러야 살 수 있을까, 나무를 확 낚아채면 잡아질까?'

'아빠보고싶다'

'무사히 집에가면 오늘은 꼭 고기를 먹어야겠다' 등...

 

초장부터 양쪽 낭떠러지를 사이에 두고 간신히 사람 한 명지나갈 좁은 돌바닥 구간이

5분정도 이어져서 그 동안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스쳐지나갔다.

 

생각이 많이 차오른것과는 대조적으로

그 사이에 사진은 싹 사라졌다 ㅋㅋㅋ

 

머리에 고프로를 달고 갔으면 모를까

거의 네 발로 기어가는데 사진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내 앞에 가던 독일인 아버지와 아들 일행도

거의 나 만큼이나 사족보행하면서 기어올라갔다.

나 홀로 일방적으로 동료애를 키워갔던 바로 그 독일인 부자

 

겨우 다시 두 다리로 서서 갈만한 구간이 나오고서야

풍경도 점차 눈에 들어왔다.

또 등산가고싶은데 날씨가 벌써 10도 아래로 떨어졌다

 

오른편으로는 등산 이후 처음 슈피찡제(Spitzingsee)도 시야에 들어왔다.

그 와중에 오른편으로 슈피찡제가 보여서 짬내서 찍어봤다

 

모처럼 정신이 돌아와 뒤도 한 번 돌아봤다.

다시 봐도 아득하다.

내가 저길 지나왔다니...

멋있긴 하다...

 

정상은 능선들이 만나는 곳이다 보니

가까워질수록 땅이 다시 넓어진다.

덕분에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올라가는데에 속도가 다시 붙었다.

딱 서른 걸음정도 남은 Brecherspitz

 

그리고 십자가가 점점 커지더니

드디어 완봉했다!

 

짧게 기도했다.

독일 산 정상에는 대개 십자가가 있다

산 정상에서 봉우리를 타고넘는 바람을 느끼면서 까먹는 달걀은 참 맛있다.

호다닥 식혀서 가져오려고 삶자마자 찬 물에 담궜더니

껍질도 어찌나 부드럽게 벗겨지던지...

 

이러면 너무 완벽한 산행인데?

점심식사 2번 코스

 

남쪽 저 멀리로는 한여름에도 하얗게 눈이 덮인 설산의 영역도 희미하게 보인다.

그 부근은 오스트리아 티롤이다.

내년 여름에는 친구 한 둘 있으면 렌트하고 산장 하나 예약해서 꼭 다녀와야지 :D

산 너머 산, 또 그 넘어 산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 내가 계속 나아갈 북녘에는 언제나처럼 슐리어제가 있다.

슐리어제와 노이하우스 마을이 장난감 모형처럼 보이고

호숫가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있을 사람들은

조그만 점으로 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나도 다시 그 티끌들중 하나로 스며들러 다시 내려가볼 때가 되었다!

하산로가 한 눈에 보이는 사진

 

하산길에는 다시 한 번 사진이 사라진다.

봉우리 근처가 워낙 급경사인 데다가 내 무릎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 그래도 하산 루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하단 수풀 사이를 타고 계속 내려가다가

다시 목초지가 열리고 뾰족 솟은 낮은 봉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확 꺾어서 저기 보이는 빨간 산장으로 내려가는 방향이다.

그러니깐, 원래 계획대로면 여기서 다시 오른쪽을 타고 올라 주능선에 다시 가야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시 반대편 능선으로 올라타서 

Vorgipfel으로 간 다음 다시 Spitzingsattel로 돌아갈 거였는데,

아무래도 한 번 간 길을 가지 않는다는 내 산책원칙에도 어긋나는데다가

Spitzingsattel 초입부 길을 또 가기엔 좀 지루할것같아서 

Neuhaus로 길 따라 계속 내려가기로 했다.

(오르막을 다시 겪고싶지 않은 마음도 좀 컸던것같다 사실)

벌써 두 번이나 오늘의 포스팅에 모델이 되어주신 두 분께 감사를

 

벌받는 기분으로 기어간 주능선에서 마음으로 함께했던 이들 부자를

여기 골짜기에서 다시 마주쳤다.

속으로 많이 반가웠는데 그냥 인사 한 번 하고 스쳐가야 하는

나 혼자만의 아쉬운 인연.

소님들은 고개를 드는 법이 잘 없으시다

 

한쪽에서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고

그 한켠에 목장에서 운영하는것 같은 산장이 하나 있어서 

들어가 앉았다.

Brecherspitz를 배경으로 산장 사진 한 컷

 

목적이야 사실 뚜렷하게 맥주다 ㅋㅋ

맥주가 아니고서야 여름에 알프스를 타면서 산장에 들릴 이유가 없다.

겨울에는 맥주 대신 핫초코를 마셔도 물론 극락체험이겠지만.

Maxl Helles

 

Maxl Helles를 달라해서 마셨다.

옆에 앉아있던 독일 청년들이 훌륭한 선택이라고 칭찬해줬다.

반대편에서 담배를 물고있던 아저씨도 공감하면서

산에서 마시기에 Helles만한게 없지 하고 덧붙인다.

 

사실 뭘 마셨어도 순도높은 행복의 맛이었겠지만

정말 맛있긴 했다 :D 

생각외로 엄청 깨끗한 화장실

 

화장실도 한 번 이용하고 다시 제대로 출발! 

나무 오두막에 있는 전형적인 산속 화장실이었는데,

냄새도 안나고 너무 깨끗해서 놀랬다.

 

참 신기한 독일이다...

다시 단조로운 지옥에 빠져버렸다

 

목장이 있다는데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지만

하산길은 다시 단조로운 숲속길의 연속이었다.

조금 심심해서 한동안 좀 뛰기도 했다. 

체력이 아주 남아가지고선...

포스팅 맨 밑의 지도상 G 지점이다

 

가다가 실개천을 만났다. 

그 실개천은 다리라던지 배수구 그런거 하나 없이 

그냥 맘편하게 등산로를 가로질러 흘러가고있었다.

 

위 사진에 다리는 아마도 폭우같은거로 물이 불었을때에 대비해서 

우회로로 설치해둔것 같았다.

 

그래서 천연덕스럽게 실개천을 밟고 지나가면서 

미처 아직 길바닥에 다 닦이지 않은 소똥을 살짝 흘려보냈다 ㅋㅋㅋ

(상수원보호 책임자님, 저는 정말로 그저 길을 걸었을 뿐입니다)

딱 내 입맞에 맞춰진 표지판

 

꺆!

알고보니 이 실개천이 지나가는 자리로 1920년대에 철교가 있었다고 한다.

목재 운송용 철도였다고 하는데, 

사용 목적을 다하고 해체된 이후 지금은 당시 철길 자리를 따라

둘레길이 조성되어있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둘레길과 합류해있었던거다.

갑자기 단조롭게만 느껴지던 지나온 길이 모험 가득한 길처럼 느껴졌다.

(역 원효대사 효과)

노이하우스는 이런 전통적인 가옥이 많은 전형적인 시골동네다

 

머지않아 민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곧 숙소로 돌아가서 씻을 수 있는거야!

기차역까지 가는 싱그러운 길

 

함께 비슷비슷하게 걸어가던 일부 사람들이

골목에 주차해둔 차를 타고 떠나가기 시작했다.

그런걸 볼 때 정말 부럽다 ㅋㅋㅋ

 

나는 이제 가서 기차 기다렸다가 또 중앙역에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또 숙소까지 걸어가야 비로소 샤워부스가 나오는데 

이 사람들은 이제 에어컨을 즐기면서 주차장까지 가겠고나!

 

그치만, 차가 없는 나는 즉흥적으로 시작과 끝을 달리 정할 수 있었으니

그것도 매력이지 싶다!

역 앞에는 아주 넉넉한 주차공간이 있었다

 

Fischhausen-Neuhaus 역 앞에는 꾀나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당연히 유료).

여러명이 함께라면 여기까지 차를 가져오는것도 생각해볼 만 한것같다.

Bayrischzell로 들어가는 기차

 

사실 뮌헨에서 RB55를 탈때는 종점이 Schliersee라고 나오지만

기차가 슐리어제에 닿으면 그대로 방향을 바꿔서

Bayerischzell로 종점을 고쳐 달고 더 깊은 알프스까지 들어간다.

바이어리쉬쩰은 정말 말 그대로 깊은 산골마을이라

복선화가 되어있지 않고,

 

그 때문에 들어간 바로 그 기차 딱 한 대만 들어갔다가 그대로 다시 돌려나온다.

 

이곳 역은 그 단선철도 노선에 포함된 역이다.

아직 기차가 올 시간이 아닌데도 기차가 왔다고 당황할 필요 없다.

그리고 만에하나 실수로 반대방향 기차를 탔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D

 

피차 그 친구가 목적지에 갔다가 돌아나올때 탈 거였으니

백화점 지하주차장 지하 2층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야하지만

만원일까봐 불안해서 내려가는 승강기를 잡아타고 다시 올라가는 것처럼

미리 자리를 잡고 드라이브를 즐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차역 너머로 작은 카펠레가 보였다

 

기차역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역 너머로 작은 카펠레가 보였다. 

작고 예쁜 예배당이 궁금하긴 했지만 모처럼 자리잡고 앉았는데

일어나기가 싫어서 눈으로만 감상했건만, 지금 찾아보니 순례지라고 한다.

한 번 가볼걸그랬나 ㅎㅎ

슈피찡제를 가려면 이곳에서 내리라는 표지판이 있다

 

모쪼록 기차가 다시 돌아왔다.

다행이 기차는 만석이 아니었고

마침 콘센트 있는 자리가 많이 비어있길래 핸드폰도 충전시켜놓고

 

뻗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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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는 것 조차 힘들었다

 

사실 장보는 것 조차 힘들었는데,

아까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머릿속에 삼겹살이 자리잡은 그 순간부터

기차에서 잠들어있던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고기 생각이 멈추질 않아서

마트에 들러서 삼겹살을 한 덩이 사서 왔다.

 

여기 마트 아주머니는 썰어달라고 하면 까칠하게 나와서

통삼겹으로 가져온 다음 내가 초벌해서 썰은 다음 다시 굽는데

오히려 사이즈를 내 취향대로 맞출 수 있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산행 뒤에 빠질 수 없는 그것. 맥주

 

설거지까지 다 하고 나서는 

발코니에 나와 (실수로 무알콜을 삼) 라들러 한 병을 마시며 멍때리는 것으로 

동적인 하루에 마침표를 찍어본다.

 

 

길었던 오늘의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Das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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