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산책] 쉽게 즐기는 알프스, 바움가르텐슈나이트 산행

뮌헨 중앙역을 떠난 기차가 

알프스의 북쪽 끝, 바이에른 Voralpen

(직역하면 알프스 앞부분)에 닿기까지는

한 시간여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실상 (많이 큰) 동네 뒷산.

 

그중 가장 가까운 출발점중 하나가 

아름다운 맥주로 이미 내 블로에 한 번 소개되었던 Tegernsee(테건제).

2024.07.31 - [마시다] - [첫 번째 마시다] Tegernseer - Max I. Joseph

 

아주 중요한 베네딕트 수도원이 있던 곳이자

세속화의 바람이 불어닥친 이후에는

바이에른 1대왕 막스 요셉의 선택을 받아

뮌헨 근교의 왕실 여름별장이 된 아름다운 마을이다.

 

교환학생 시절에는

친구들과 호수수영을 즐긴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그런 테건제에서 산행을 시작할거다.

 

바이에른의 호수라는게 워낙 넓다보니 

테건제를 둘러싸고 고를 수 있는 등산 루트도 두자리 숫자에 달하지만

그중에서도 오늘 올랐던 봉우리는 바로 'Baumgartenschneid' 이다.

(바움가르텐슈나이트)

 

* 오늘도 많이 길다

Baumgartenschneid 에서 바라본 테건제 방향 전경

 

엄밀히 말하자면 원래는 이 봉우리까지 찍고 내려올 생각은 아니었고

Riedersteinkapelle (리더슈타인 예배당) 라는 지점까지만

가벼운 산행을 하려고 했었다마는

사는게 다 그러하듯

목표한 지점에 도달했을때는 더 높은데를 가보고싶다는 욕심이 차올라

즉흥적으로 목표지점을 재설정했었다.

(이렇게 주식하면 쫄딱 망하기 십상인데말이지)

 

리더슈타인카펠레를 목적지로 삼은건

물론 그 작은 예배당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와서기도 했지만

 

또다른 이유는 

테건제 동쪽 산자락들이 지난번에 올랐던 Brecherspitz와 함께

같은 Mangfall 산맥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2024.09.15 - [산책하다] - [열 번째 산책] 올 여름 첫 산행, 브레셔슈피츠(Brecherspitz)

 

특정 주제들에 있어서는 (특히 공간과 결부된 경우가 자주 그렇다)

하나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해치우고서야

다른 무언가에 맘편히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가끔씩은 나 자신을 피곤하게 만들고야 마는 성격을 가진 나라는 작자.

 

존중한다.

 

모쪼록 출발이다.

언제나처럼 시작은 중앙역에서다.

RE55~57 노선은 BRB 회사의 일명 '나와바리' 다

 

오늘도 두 형제자매를 달고 출발한 RE57은 

Holzkirchen에서 RE55를,

Schaftlach에서는 RE56을 떠나보내고 홀로 테건제로 향했다.

 

이 세 개의 노선에는 모두 Alstom사의 LINT54만 달린다.

(Leichter Innovativer NahverkehrsTriebwagen)

프랑스 회사 작품이라는 것과는 무관하게

덜덜거리는 엔진구동음이

실시간으로 달팽이관에 냅다 꽂히는 탓에

딱히 선호하는 모델은 아니다마는

 

내 마음의 고향 쾰른 인근의 

시골 노선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이기 때문에

괜스레 친구처럼 느껴지는 기종이다.

(아마도 Veynau성에 갈때마다 이 덜덜거리는 녀석과 함께였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일거다)

테건제 역에 정차중인 BRB RE57

 

오늘은 아주 약간의 연착과 함께한 BRB RE57

뮌헨쪽만 그런지는 몰라도 온 사방 철도노선에 공사구간 천지다.

 

테건제에서 바로 올라가는 루트는 조금 지루하다고 해서

Rottach-Egern 이라는 마을쪽에서 진입하는 등산로를 택했다.

 

그 시작점까지 걸어가는건 여름날에 힘빠지는 일일거라서 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연착 덕분에 원래 타려던 버스는 놓쳤지만 

다행이 테건제는 버스가 제법 많이 다니는 동네다.

11:24에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산행, 긴 여름날의 위력이다

 

359번 버스를 타고 Rottach-Egern 마을의 초입 Schwaighof에 내렸다.

옛날에 축산물 시장이 열렸거나 했던 장소인것같다.

Schwaighof

 

내리고서야 생각났다.

원래는 Lidl에서 장을 조금 봐서 출발하려고 지도에 여기를 찍어둔거였는데

장볼 필요가 없어져서 한 정류장을 더 갔어도 되었다는게 말이다.

 

tmi지만, 그 전날 저녁으로 5-Guys에서 햄버거를 먹었는데

감튀가 너무 많이 남아서 집에 가져갔는데

야식으로 먹기보다는 등산갈때 챙겨가면 

아주 훌륭한 고열량 간식이 되어줄것 같아서 그대로 챙겨나왔다.

(물론 마요네즈를 새로 짜서 오는것도 잊지 않았다)

모쪼록 오늘의 경로다 :D

Rottach 실개천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북쪽으로 확 꺾어돌아서

결코 끝나지 않는 오르막길을 타고 리더슈타인 예배당에 간 후

바움가르텐슈나이트를 찍고 

지난한 계곡길을 따라 테건제로 돌아가는 루트.

 

역시 올라간 길을 다시 사용하지 않는 점이 아주 흡족하다.

Rottach를 따라 걸으면서 감튀를 먹었다. 맛있었다.

 

Rottach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오늘도 조금 더 서두르지 않은걸 약간은 후회했다.

햇살이 나를 정면에서 내리쬐고 있었기 때문...

 

고민끝에 감자튀김을 꺼내 먹음으로써 햇빛을 잊어보기로 했다.

아주 효과적이었다 ㅋㅋㅋ

모습을 드러낸 Riedersteinkapelle

 

조금 걷다보니 리더슈타인 예배당이 시야에 들었다.

 

끄아... 멀리서 봐도

절벽위에 서있는 모습에서 풍겨나오는 '고됨' 의 예감이 나를 덥쳐왔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내 소중한 주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산행을 시작할 때

 

중간에 포기한다는것도 큰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나는 적당한 시점에 포기할 줄 아는 사람도 존경한다.

물론 나는 그렇지 못했고

나를 산으로 이끌어줄 등산로의 갈림길에 다다랐다.

등산은 언제나 노란 이정표와 함께 시작된다

 

등산의 시작을 알리는 노란 이정표를 만났다.

목적지인 리더슈타인까지는 1시간 45분 이라고 한다.

리더슈타인에서 테건제까지도 그 정도랬으니

도합 4시간의 아주 가벼운 등산을 계획했던것.

bye Brecherspitz!

 

동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보덴슈나이트를 넘어 지난날의 브레셔슈피츠가 나오겠지만

나는 이제 예배당을 향해 북쪽으로 북쪽으로 간다.

저 녀석.. 카메라가 뭐지 아는놈같다

 

산행중에 만나는 멍뭉이들은

잠깐 쉬는것 만큼이나 기력을 확 끌어올려준다.

 

오늘은 초입부터 한 녀석을 만났는데

이 친구... 카메라가 뭔지 아는걸까

말 안듣는다고 아저씨한테 엄청 혼나면서 올라가다가

내가 카메라를 들이댄 딱 그 시간만큼만 

얌전히 걸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호수에 이름표를 풍덩 빠뜨려놓은 동네지도

 

멍뭉이만큼이나 좋아하는걸 발견했다.

이번 산행을 대충 가늠해볼 수 있는 지도 :D

 

색깔별로 미리 요약을 해봤다.

1) 리더슈타인까지의 고통스러운 등산 (자주색)

2) 바움가르텐슈나이트까지의 평화로운 산행(주황색)

3) 지독하게 길고 지루한 하산길(노란색)

4) 맥주가 코앞이라는 상상에 발걸음이 다시 빨라지는 구간(하늘색)

경사가 상당하다...

 

먼저 고통의 산행길이다.

초입부터 경사가 심상치 않다.

진짜배기는 리더슈타인 산장을 지나서부터라고 했는데 심란하다...

 

그렇지만 쭉 뻗은 나무들 사이에서

정말 숲속에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은 좋다.

테건제 전망 포인트

 

40분정도 올랐을까

모처럼 길 왼편 나무사이로 시야가 열렸다.

 

벌써 저 아래 호숫가마을 집들이 장난감보다 작아졌다.

그와중에 테건제가 뿜어대는 청옥색 빛은 

짙으면서도 정말이지 영롱했다.

 

좋은 전망 앞에 마침 나무의자가 하나 놓여있어서

다음 등산객이 찾아올때까지 잠깐 땀을 식히면서 쉬어갔다.

조금 더 가까워진 예배당

 

조금 더 앞을 향해 나아가니

이번에는 오른편으로 목적지가 잠깐 보였다.

그나저나 누가 저기다가 예배당 만들 생각을 한걸까... 

제정신은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테건제 성의 관료중 한명이었다고 한다)

리더슈타인에 오르기 전 마지막 쉼터

 

비교적 넓은 반포장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어느순간 갑자기 산장이 하나 나온다.

Riederstein am Galaun(켈트어로 가파른 절벽이라는 뜻) 이라는 이 가게는 

테건제에서 곧장 오는 길과 Rottach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산장이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예배당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시작된다.

쉴 수 있을때 쉬어두는것도 좋겠다.

리더슈타인까지 별로 긴 거리는 아니지만

컴팩트하게 힘들다.

드디어 산길다운 길이 시작되었다

사람이란거 참 작다

십자가의 길 제 8처

 

산을 오르다보니 길을 따라 조성되어있는 십자가의 길이 눈에 띈다.

기도를 올리면서 걸어볼법도 한데

사실 조금 힘들다보니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꼭 기도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타를 오른 예수님에 비하랴마는

지금 오르는 이 산길도 적잖은 고통과 함께긴 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산이라는 장소가

십자가의 길의 취지에 잘 들어맞는것 같긴 하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의 사형선고부터 무덤에 묻히는 순간까지를

묵상하며 기도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14개의 표지석을 말한다)

예배당 앞 마지막 계단

조그만 예배당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드디어 마지막 계단들을 올라내고

리더슈타인 예배당에 도착했다.

비오듯이 쏟아지는 땀을 드디어 좀 식힐 수 있겠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열량 보충의 순간이기도 하다.

매일아침 1 바나나, 등산날은 3 바나나

 

시원한 그늘 아래 나무의자에 앉아

바나나를 입에 우겨넣고 나니 그제서야

예배당도 들어가보고, 또 그 뒤로 돌아나가

그 너머 펼쳐져있을 경치를 감상할 의지가 살짝 생겼다.

예배당 내부

 

예배당 내부는 기도하기는 참 좋게 아담했는데

제단은 창살이 쳐져있었다.

여기서 누가 집어가기라도 한단말인가... 

(나는 적어도 내려가는 짐에 무게를 추가하고싶지는 않았다)

다들 겁도없지...

 

그러고보니 내가 멍하니 바나나를 먹고있는 사이에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올라오더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예배당 뒤 그 좁다란 벼랑 끄트머리 공간에

다닥다닥 서서 풍경을 즐기고 사진을 찍고있었다.

 

다들 겁도 없지...

나는 난간에서 최소 한 사람 너비만큼은 떨어져서 세상을 감상했다.

두려움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는

지상의 아름다움이 좀처럼 잘 즐겨지지가 않는 겁 많은 사람이라 그렇다.

알프스와 알프스 사이, 테건제는 그 사이의 기적같은 땅이다

 

압도적인 장관이긴 했다.

무섭게 솟아있는 저편 산들과 내가 서있는 이곳 봉우리들 사이에

거짓말처럼 넓게 펼쳐진 초원과 호수

 

테건제는 그런 신비로운 땅이다.

 

어디선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무렵

녹아가던 빙하가 쓸고 지나간 스크래치라고 들은것도 같다.

그런 설명들에조차 어떤 장엄함이 깃들어잇긴 마찬가지다.

 

그 거대한 규모와

거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필요한 장대한 시간이란게 말이다.

새로운 목적지가 생겼다

 

별다른 경로조사 없이 예배당을 찍고 내려가는게 목표였는데

여기 표지판에서 새로운 목적지가 생겨버렸다.

꼴랑 한 시간만 가면 된다하니 욕심낼만 했다.

 

조금 더 날것에 가까운 산길이 나왔다.

나와 같은 목적지로 가는, 혹은 거기에서부터 오는 사람들도

확연하게 줄었다.

 

숲이 내뿜는 신비한 공기와 주변을 감싼 고요함이

마치 소설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을 줘서 두근거렸었다.

길안내 표식을 주의깊게 봐야했다

저 표식이 아니었으면 내가 저기를 길로 인식하지는 않았을것같다

 

다만, 길은 조금 신경써서 잡아야했는데

가끔씩 길이라는게 굉장히 엉뚱한 곳에 나있어서 당황스러웠다.

 

다행이도 그때마다 마치 의심하지 말라는듯이

나무에 길안내 표식이 그려져있었는데

몇몇 포인트에서는 그 표식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나갔을까 싶은 생각마저도 들었다 :D

경사가 완만해졌다

 

충분히 올라올만큼 올라왔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사가 많이 완만해졌다.

다리에 가해지는 오르막의 고달픔이 약해지니 뒤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바움가르텐슈나이트(엄밀히는 아니다)

 

갑자기 나무들이 사라지더니 

길끝에 오르막과 함께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움가르텐슈나이트(Baumgartenschneid)

'수목원봉우리' 라는 정직한 이름을 하고 있다.

오늘의 모델이 되어주신 두 분

 

그렇게 멀어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지난 산행에서 브레셔슈피츠가 

서슬퍼런 파도날을 세우고 벼르고있던 풍경과 대조적이게도

상당히 부드러운 이미지를 하고 있어서

더 가깝게 느껴졌던것 같다.

 

여유있게 뒤를 돌아보며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직선이 아니라는걸까

드디어 정상을 밟았다

 

지그재그 사선으로 난 마지막 오르막을 지나

드디어 정상을 밟았다.

시원한 바람이 적당한 빠르기로 능선을 넘으면서 

한여름날에 산에 오른 사람들을 식혀주고있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앉았다.

남은 바나나 한 개와 삶은계란을 먹었다.

(감자튀김은 이미 산 아래에서 다 먹은지 오래다)

 

배도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하산을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테건제를 돌아봤다.

어쩜 저리도 아름다운지... 

 

석회로 가득하지만 영롱하게 빛나는 호수들과

그냥 막 퍼마셔도 좋은 그리운 서울의 수돗물중에 고르라면

뭘 고르는게 맞을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도 잠깐 해본다.

잠깐 내 마음을 흔들어놓은 표지판

 

반대편으로 내려가려던 찰나에 들여다본 노란 이정표때문에

마음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테건제로 내려가면 두 시간이 걸리는데

슐리어제로 가면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는거다.

 

가뜩이나 테건제방향 하산로가 

무미건조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참인데 

소요시간까지 슐리어제쪽이 매력적이니 고민이 시작되었다.

 

결국 테건제로 내려가게되었는데

그 이유는 테건제 양조장에서 맥주를 마시고싶어서였다 :D

앵간한 사유들은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다.

테건제가 보이는 거의 마지막 순간

목장의 경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도 제법 독특했다.

중턱에 큰 목장이 하나 있었는데,

사유지를 피해서 가게끔 길이 목장 경계선을 따라 나있었다.

대조적인 울타리 안과 밖

 

목장은 소들이 풀을 너무 열심히 뜯어먹었는지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있는데

사람이 다니는 등산로는 인적이 드물어 풀이 무성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리더슈타인카펠레 쪽 길을 이용하긴 한다.

나를 다시 한 번 설득하는 이정표

 

그런 길을 따라 살살 내려오다 보니 

테건제와 슐리어제로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했다.

맥주를 생각하니 고민거리도 되지 않았다 :D

 

그리고 저 순간부터 정말 표지판대로 한 시간 반 동안

단조로운 숲길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다른의미에서 힘들었다 ㅋㅋㅋ

 

풍경이나 코스의 난도 모두 재미있는 요소를 찾기는 어려운 길인건 사실이다.

내 별장이었으면 좋겠당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사람의 창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드디어 테건제의 영역에 접어들기 시작하나보다.

...

 

착각이었다.

거의 다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니 50분여밖에 흐르지 않아있었고

이정표는 아직도 이 길을 따라 40분을 더 가야한다고 외치고있었다.

 

흑흑... 

시간과 정신의 숲에 갇혀버린 기분이었던것같다 ㅠㅠ

이번엔 진짜

 

20분정도를 더 내려가니 

이번엔 진짜 민가라는게 나왔다.

또 실망할까봐 최대한 사람의 흔적을 더 찾아봤는데

전봇대에서 이번에는 테건제에 도달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이곳에 이름을 붙인 사람들은

테건제라는 곳을 너무 사랑했던것같다.

 

좁다란 골목길 이름이 'Am Paradies'

여기가 바로 자신들이 그리던 지상낙원임을 선언하고 있었다.

이런 확신에 찬 행복감이 너무 부럽다

 

내게도 다행인 점은 천국이라는 곳이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풍경들

 

그들의 확신 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을이긴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들 발에 전해져오는 피로가 상당해서

저즈음 되어서는 맥주 생각밖에 안났던것 같긴 하다 :D

감격의 뾰족 종탑

 

그리고 마침내 저 뾰족한 두 종탑을 봤을때는

정말 엎어져서 기도라도 올리고싶은 심경이었다 ㅎㅎ

 

저 종탑은 양조장 건물의 일부인데

지난번에도 언급했다시피 테건제 양조장이 수도원에서 시작한 덕분에

아직도 외형이나마 저런 형태를 하고있는거다.

술꾼들이 고결해보이는 건물 앞을 통째로 점령했다

 

주말이라 역시 사람이 참 많았지만

나처럼 홀로 앉아있는 아저씨 한 분 사선 맞은편에

합석해도 되는지 거리낌없이 허락을 구했다.

 

아주 잠깐의 눈인사 후에

서로가 주문한 맥주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이런 서양인은 오랜만이라 감사했다.

찍을 생각은 하지 못했던...

 

한 잔을 너무 순식간에 마셔버려서

딱 한 잔만 더 하기로 했다.

기차시간도 그렇게 했을때 더 잘 맞아떨어질거였어서

핑계대기도 좋았고 말이다 :D

 

맞은편 아저씨도 고민하고있었던지 

내 한 잔 추가주문을 위해 온 웨이터에게 

자기것도 한 잔을 주문했다.

 

또 다시 눈빛을 교환했다.

'짜식 맥주 좀 좋아하는구만?' 이런 느낌.

동료의식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평화, 고요, 장엄함

 

알딸딸한 취기를 다스릴겸

짧게 테건제를 스쳐가듯 거닐다가

기차를 잡아타러 출발했다.

내가 기억하는 기차와 관련된 마지막 그림

 

그리고...

 

(다들 예상하겠지만) 기차에 오르자마자

기절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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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를 이렇게 쉽게 즐길 수 있다는게

뮌헨살이에 있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 다시 한 번 모처럼 가을산행을 떠나려고 하는데

부디 늦잠만 자지 않기를... ㅎㅎ

이제는 해가 많이 짧아져있다.

 

저녁으로 먹었던 까르보나라와 함께

바움가르텐 & 리더슈타인 등산 일기를 마무리해본다.

 

Das 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