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산책] 말 그대로의 '숲속마을' 미텐발트와 가이스트 협곡②

협곡에 접어들기 전의 Leutascher Ache 모습

 

지난 글에서 로이타쉬 협곡(Leutascher Geisterklamm) 입구까지 당도해두고 마무리를 지었으니

오늘 본격적으로 협곡 안쪽을 이어서 탐방해볼 차례다.

 

그나저나 서울에서는 계엄령이라는 멋들어진 짓거리가 있었는데

정말로 이게 무슨일,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평시에 계엄령이라니... 역사책에서만 보던 상황...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내 살아생전 보게될까 싶었던 당황스러운 자태를 보게된것같은데

아니면 이제는 정말 나도 나이가 제법 들었다는걸 부인할 수 없는걸까...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말은 아낄수록 좋은거라 믿고 

내 기억을 이끌고 알프스로 들어가보겠다.

 

아, 그나저나 사진정리를 하고 나니 포기하기 어려운 사진들이 너무 많다.

사진 퀄리티 얘기는 아니고(일개 백수가 폰카로 대충 찍은 사진이 얼마나 퀄리티가 훌륭하겠어)

저 안에 들어가있었던 나 자신이 느낀 감탄의 기억 때문인것 같다.

 

길어질테지만 사진 위주로만 올릴 생각이니 적당히만 호로록 훑어주시길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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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용 표지판, 탐방루트를 괜찮게 설명해주고 있다

 

협곡 입구에는 오래돼보이는 안내판이 하나 서있었다.

여기 협곡 둘레길이 2006년에 열렸으니 사실 그리 오래된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그것도 18년 전의 일이다.

2024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21세기에 벌어진 일은 다 최근같이 느껴지는건 별수없다...

 

오늘의 여정은 (내가 그려둔) 노란 화살표를 따라서 협곡이 끝나는 곳까지 들어갔다가

이번에는 주황색 선을 따라 협곡이 아닌 숲길을 타고 다시 입구로 돌아온 다음

마지막으로 로이타쉬 폭포까지 구경하고 나오는 순서로 구성되있다.

 

미리 알아보고 짠 순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루트였다.

처음에 협곡 윗쪽을 살살 거닐면서 충분히 감탄한 후에

자연의 힘에 놀란 가슴을 숲길에서 잠깐 달래고

협곡의 심장부에 직접 들어가는 하이라이트가 마지막에 찾아온다(정말 환상적인 피날레였다...)

시간이 넉넉치 않은 나들이객은 개인적으로 폭포 루트만 한 번 다녀와도 좋을것같다.

시작은 이렇다

 

시작은 조금 짜증날 수도 있다.

알프스에 멋진 협곡이 있다해서 왔더니

협곡은 커녕 언덕배기만 줄창 지그재그로 올라가야 하니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언덕을 오르는건 중간에 있는 폭포보다 높이 올라가야해서 그런거니 이해를 해봐주시길.

 

로이타셔 클람은 바이에른 왕국시절인 1880년에 처음으로 개발된 루트다.

그 당시로서는 독일령 알프스에 있는 유일한 협곡 탐방로였다고 한다.

탐험가들이 아닌 일반인에게 제공된 첫 협곡인 셈이다.

 

그때부터 있어온 루트가 위의 빨간색 하이라이트, 폭포탐방 루트다.

구 탐방로는 폭포에 가로막혀서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고 

폭포 너머의 가이스트클람은 계속 미개척지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뭐 그나마 있던 폭포 탐방로도 워낙 홍수가 잦아서 수시로 떠내려갔다는것 같다.

(좁은 협곡에서 물이 불어나면 5~10m는 우습게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에 드디어 미텐발트와 오스트리아 인근 지자체들이 

협곡 전체를 관통하는 탐방로를 만들기로 했다.

다만, 기존 루트를 활용하기는 어려웠고,

폭포와 홍수 그리고 낙석을 피하기 위해서 별수없이 협곡 상단부에 만들었다고 한다.

사족이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훌륭한 풍경을 즐기려면 좀 참고 올라가야한다는 말이 하고싶었다.

 

심지어 이 둘레길은 무료인걸...

그냥 아무데나 보면 이런 풍경이다

 

1편에서 미텐발트가 온통 알프스에 갇혀있다고 썼었는데

그덕에 이 언덕배기에서도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든지

나무사이 빈 공간에 그림같은 알프스 봉우리가 걸린다.

슬슬 탐방로에 경사가 사라진다

 

오래지않아 탐방로의 경사가 옅어지기 시작하면 이제 폭포보다 높이 올라왔다는 뜻이다.

여기부터가 협곡 둘레길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그리고 로밍 안내문자가 몇 통 들어왔다.

어느 포인트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다 ㅋㅋㅋ 

철제 탐방로 되시겠다

 

여기부터는 돌산을 직접 디디지 않고 쭉 철제 잔교를 사용하게 된다.

길이 아주 잘깔려있기 때문에 사실 여기 협곡에 나들이 오는데 대단한 체력같은건 필요 없다.

 

아마 탐방로를 지면에서 띄운데는 수시로 땅이 협곡으로 부서져내리기 때문인것도 있을거다.

실제로 걷는동안 산쪽에 설치된 철책에 돌덩이들이 잔뜩 굴러와 멈춰선걸 볼 수 있었다.

 

모쪼록 첫 철제계단 아래쪽으로 바로 이 협곡 탐방로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있다.

이곳 클람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

 

파노라마 다리라는 이름의 이 좁다란 철제다리는 기둥하나 없이 협곡 양 끝을 이어주고 있는데,

나처럼 높은곳 난간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끔찍할수는 있지만 이름값 하는 훌륭한 전망을 가졌다.

독일인들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협곡 사이로 반대편 알펜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정말 환상적인 위치에 다리를 설치해뒀다.

다리 위에서의 경치

상류 방향의 잔교

그 밑은 이렇게 생겼다

 

그나마 다리 전까지는 홍수 우려구간이라(잘 생각해보면 폭포 상류로는 잠길 일이 적다)

길이 상당히 위쪽으로 안정감있게 나있었다마는

폭포(탐방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와 다리를 지난후 부터는 잔교가 대놓고 절벽에 매달려있었다.

마냥 즐거웠다고는 도저히 못하겠다.

 

그래도 좁은 협곡을 열심히 부수며 나아가는 저 계곡물이 자아내는 풍경과

거기서 느껴지는 에너지, 쉴새없이 뿜어져나오는 굉음이 대단하긴 해서

감탄에 또 감탄하면서 최대한 음미하려고 노력했었다.

예배당으로 빠져나가는 길

 

몇 굽이 조금 더 지나 앞으로 가다보니 한쪽에 예배당이 있다는 이정표가 있었다.

예배당 이름은 Höllkapelle(지옥예배당, 지옥불예배당)... 

'그 둘이 어울리는 이름이긴 한건가', '지옥에도 예배당은 있으려나' 등등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잠깐 구경도 할 겸 잠깐 앉아서 허기도 달래볼 생각으로 협곡을 잠깐 벗어나기로 했다.

이거 동양문화 아니었어?

 

숲길가에 돌탑들이 제법 눈에 보였다.

나는 이 돌덩이 쌓아올리는게 뭔가 동양스러운 행위라는 착각을 하고있었는데 아니었나보다...

지옥불예배당의 실체

 

이름과는 달리 소담한 간이 예배당이 한 채 있었다.

고맙게도 그 옆에 나무의자가 둥그렇게 있어줘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삶은계란과 바나나, 그리고 따뜻한 녹차 ...

이게 행복이지 ㅠㅠ

 

예배당 앞으로는 국도가 하나 지나고 있다.

미텐발트와 로이타쉬 마을을 이어주는 길인데 

쭉 타고 가다보면 협곡이 끝나는 곳에 큰 주차장이 있어서 

차로오는 사람들은 거기에 주차를 하고 트래킹을 시작하는것같다.

그러고보니 협곡 안에있던 이정표들에 넘버링이 내 진행방향이랑 역순으로 되어있었다.

예배당 앞 도로(L-14)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아온 협곡에는 또다른 다리 하나가 놓여있다.

앞에거보다는 훨씬 고도가 낮아서 마음도 같이 놓인다.

삶이 그렇게 지루한가...

 

예배당 올라갈때까지는 없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한 무리의 청년들이 협곡 위로 로프를 걸어놨다.

곧이어 한 놈이 로프에 몸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더니만

신나게 몸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재롱을 피우기 시작했다.

 

삶이 그렇게까지 지루한가 ㅋㅋㅋ

나는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해서 저런건 잘 못하겠던데

길이 너무 잘나있긴 하다

 

따지고보면 잔교도 좀 두껍다 뿐이지 로프랑 비슷한것같기도 하다.

결국 매달려있는건 똑같거든...

낙석사고로 길이 한 번 끊어져서 2주동안 보수공사 한 적도 있다고 했다 ㅎㅎ 

밑으로 흐르는 로이타쉬가 좀 살벌하다

 

발밑으로는 로이타쉬 계곡이 정말 미친듯이 흐르고있다.

물살도 대단하지만 이 드센 물의 공격을 매일같이 맞아내는 돌산들이 새삼 존경스럽고 가련하다...

협곡이 닫히는 곳

 

그렇게 조금 가다보니 어느새 눈앞에서 협곡이 닫히고있었고

탐방로도 끝이 났다.

그렇게 다시 숲길로 들어가려니 잠깐 신선계에 들어갔다온 기분이 든다.

탐방로의 시작을 알리는 팻말(나한테는 끝)

 

탐방로의 시작부분, 그러니깐 나한테는 끝 부분에는 약간의 안내팻말들이 있었다.

어떻게 여기를 공사했고 얼마나 걸렸으며 어느 지자체가 참여했는지 그런 것들이었다.

자재는 너무 당연하지만 헬기로 날랐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헬리콥터가 독일어로 뭔지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이름이 지극히 논리적이어서 좀 짜증난다 ㅋㅋㅋ

Hub는 뭔가를 번쩍 끌어올리는 느낌의 단어 : '훕 !!' 

schrauben은 나사 돌려박고 빼는 행위를 말하니깐 

프로펠라가 나사처럼 돌더니 날아오르더라는 헬리콥터의 마법이 깃든 이름인것 ㅋㅋㅋ

r. Hubschrauber

 

로이타쉬 협곡 탐방로는 끝났지만 기왕 온거 주차장이 있는곳까지는 가보기로 했다.

아주 평탄한 오솔길을 걸어나가면 된다. 

어느새 협곡도 막을 내리고 오른편으로 로이타쉬 계곡이 되어 나타나 흐르고있었다.

 

이쪽 동네가 알프스자락이라 다 같은 돌덩이 같아도 기반암이 다르다고 한다.

협곡이 있는 곳은 물에 잘 바스러지는 돌맹이가 있는 곳이고

이쪽 넓은 계곡동네는 물에 내성이 좀 있으신 돌들이 버티고계신 동네라고 한다.

그래서 제법 넓은 골짜기(Tal이라고 한다) 마을들을 지나던 로이타쉬 계곡이 

갑자기 살벌하디 살벌한 협곡 손수 깎아만들어 흐르고 

다시 미텐발트(Mittenwald) 골짜기에 이르러서야 안정을 되찾는거였다.

룰루~ 평화롭다

하루종일 길이 너무 잘닦여있었다

 

숲길마저 길이 이렇게 평탄하다 보니 

그래도 산동네에 간다고 혹시몰라 등산화를 신고온게 너무 억울했다.

편한 운동화 신고 왔으면 더 가벼운 몸으로 휘파람불면서 다녔을텐데 ㅋㅋㅋ

산책로의 완벽한 종착점

 

주차장 표지판이 나오면서 산책로가 완전히 끝났다.

저 멀리 아른코프(Arnkopf) 봉우리도 보였다. 

저기도 한 번 올라가려고 등산루트를 찍어둔 곳인데 눈 녹으면 또 가야지 :D

주차장 앞 Stüberl

 

주차장 앞에는 Stüberl도 하나 있었다.

쾰른쪽에서는 못들어본 단어라서 또 다른 지방에서도 Stüberl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맥주파는 간이식당 느낌이다.

나는 부지런한 짠돌이라 잘 이용할 일이 없다마는 ㅎㅎ

 

계곡쪽으로 모래톱(자갈밭이 정확하긴 하겠다)이 있기에 내려가봤다.

이미 여행객 몇 쌍이 강가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고있었다.

남은 식량을 나도 여기서 완전히 소진시키기로 했다.

이렇게나 평화로운데

 

다시 걸을 시간이다!

본격적으로 다시 미텐발트로 돌아가기 전에 큰 소리가 들리는 쪽을 한 번 구경하기로 했다.

바로 뒷쪽으로 협곡의 주둥이가 있었다.

평온해만 보이던 로이타쉬 계곡이 부서져내리고있었다.

'여기부터였군'

 

물의 힘을 어떻게 한 번 이용해보려던 사람 노력의 흔적도 보이긴 했다.

협곡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돌아가장

우든헨지...?

 

돌아가는 길은 그냥 숲길로 갈거다.

다시 한 번 협곡길을 타기엔 너무 도파민에 절여지는 느낌이라 

고요한 숲 안에서 평화를 좀 누려보기로 했다.

 

중간에 독일식 유머인지는 몰라도 나무로 만든 스톤헨지 아류작이 있어서 좀 깨긴 했지만 ㅋㅋ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 사이로 푸른 하늘을 즐기면서 기분좋게 걸었다.

하늘을 찌르는 나무들

어김없이 만나는 노란 표지판

 

옛날부터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었는지 숲길에는 국경 표지가 있었다.

그래봐야 국경이라는걸 알려주기만 하는 정도의 철제 기둥이 전부긴 하지만 ㅎㅎ

국경이 의미가 없는 이 유럽이라는 대륙이 참 신기하고 부럽다.

우리네 국경은 통과는 폭 4km짜리 지뢰밭인데 말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바라본 독일

이번엔 거꾸로 독일에서 바라본 오스트리아다

 

양면 표지판인데 오스트리아를 바라보는 표지판에만 뭐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역시 독일이 낫군.

(참고로 위 사진에 사람은 두 명이다...) 

한켠에는 검문소 없는 국경임을 자랑하는듯한 팻말도 있었다.

바이에른의 파란 사자와 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제국의 독수리가 끌어안고있다 ㅋㅋㅋ

 

응... 좋아보여...

검문소 없는 국경을 자랑하고 있는 팻말

 

거의 미텐발트 직전에 다다라서는

시야가 인스부르크 들어가는 골짜기 방향으로 한 번 트였다.

저기도 언제 한 번 각잡고 놀러갸아는데...

걸리는거 없이 넓은 풍광

 

모쪼록 나는 미텐발트로!

모처럼 흑백도 하나 만들어보고

 

와! 오래 걸려서 드디어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치만 아직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남았는걸 ㅎㅎ

1880년부터 있던 오리지날 루트, 로이타쉬 폭포까지 들어가는 잔교를 걸을 시간이다.

협곡 입구

 

협곡 안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아래 사진속의 Stüberl에서 입장권을 팔고있는데 성인은 4유로를 받는다(꼬마들은 2유로).

여기까지 왔으면 고민하지 말고 꼭 들어가보는걸 권하고싶다.

입장권 사는곳

입장권

 

화장실도 갈 수 있을때 한 번 들른다.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벽 한켠에 알프스 입체지도가 붙어있었다 ㅠㅠ

아직도 이게 갖고싶다... 엄청 오래전에 만든걸거라 구하지도 못할텐데 ㅠㅠ

 

정말 매력적인건 미텐발트에서 이탈리아 방향으로 지도가 그려져있다.

마치 이 험한 땅을 벗어나 지중해로 튀고싶다는듯이 말이다 ㅋㅋㅋ

나, 이거 사줘!

이 국경은 진짜 의미가 없는데

 

다시 한 번 국경이 있다.

여기는 심지어 철문같은것도 설치되어있는데 ㅋㅋㅋㅋ

사실 출구없는 막다른길이라 여기만큼 의미없는 국경이 또 없겠지만 재미로 만들었던것같다.

(저날 국경을 네 번 넘었다)

어...

 

장난스러운 입구와는 다르게

첫 굽이들 돌아 들어가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바로 코앞에서 발밑을 흐르는 협곡은 멋있으면서 무섭기까지 한데

마치 나를 둘러싼 이 모든 공간을 통째로 휩쓸고 지나가는 느낌인데다가

협곡을 튕겨대며 끝없이 울려펴지는 엄청난 소리도 함께 심장에 박힌다.

 

여기는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도 좀 그래서... 그냥 막 붙여본다.

가장 아랫단 폭포

 

저 폭포를 끝으로 길은 끝난다.

돌아나가기가 아쉬워서 한참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왔는데 

정신차려보니 몸이 상당히 젖어있었다.

다시 인간세상으로

 

다시 인간세상으로 나왔다.

세상이 이렇게 빛으로 가득한 곳이었다는걸 새삼 느꼈다고 적어뒀다.

미텐발트로!

 

뛰어가면 바로 기차를 잡아탈 수 있을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뭔가 서두르고싶지 않았다.

대신 가는길에 마트를 들러서 맥주를 좀 집어왔다 ㅋㅋㅋ

그중 한 녀석, 라벨이 너무 미텐발트해

 

역으로 돌아가는 길,

역시나 알프스는 여기에서도 빠지지 않고 고개를 치켜들고있다.

 

폰 배터리가 고맙게도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동났다.

미텐발트 역 2층 대합실에는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지만 앉아서 쉴 공간이 있는데

무려 콘센트도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전기를 수혈했다.

안녕 미텐발트

 

기차를 잡아타니 언제나처럼 잠이 쏟아졌지만

역시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Garmisch-Partenkirchen)에서 갈아타야하니 잠을 참아야 했다.

안갈아타도 되는 노선도 있는데 꼭 내가 타려는 시간에는 안온단말이지 ㅋㅋㅋ

해가 저물기 시작하려는 가르미슈를 끝으로 알프스와 작별이다

 

가르미슈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창밖을 보니

해가 이제 저물기 시작하려는지 세상에 낭만적인 빛깔을 드리우고있었다.

이렇게 쓰고나면 마치 차창밖 풍경을 즐겼을것같지만 

그럴리가, 무조건 기절이다.

뮌헨 지방법원 건물이다

 

긴 태양이 부럽다.

두 시간을 달려 뮌헨 중앙역에 내렸는데도 아직 해가 덜넘어갔다. 

저녁으로는 카레를 생각중이었는데 김치가 떨어져서 아시아마트를 들르느라 잠깐 밖으로 나왔다.

카레를 한 번 또 해야겠다

 

그래서 카레는 아주 잘 됐다.

목살을 아끼지 않고 밀어넣으면 실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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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글을 마무리하려는 지금 이 순간 또 한 명의 독일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진짜 3시간만에 원래대로 돌아간거야?'

아무래도 한동안은 이런 유의 질문을 숱하게 받게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일까)

 

즉석에서 나름 맘에드는 대답을 줬다.

'응, 이상할것도 없지. 너네나라는 근데 왜 인터넷 설치기사 하나 부르는데 3주씩이나 걸리는걸까'

 

후... 어디가 낫다고 정말 쉽게 정하지도 못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