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번째 산책] 세계에서 가장 긴 성채를 가진 의외의 마을, 부르크하우젠

누구나 마음 한켠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있긴 할거다.

나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체하며 살아가긴 하지만, 실은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주길 은근히 바란다.

 

어쩌면 그 소위 말하는 인정감이라는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있지만

서로가 인정받고자하는 분야만 조금씩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나는 직장에서의 성공 혹은 치열한 삶 속에서 내 가치를 평가받는데는 관심이 없지만

내면을 가득 채우는 평화와 이런 고요함을 바탕으로 일궈나가는 차분한 삶,

봄 햇살과 같은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에 대해서는 공감받고싶다.

 

서로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함께 공명할 수 있는,

그런 사람과 대화하는 순간에 차오르는 순수한 행복감을 다들 경험해봤으리라 믿는다.

 

이 행복감은 너무나도 강하고 근원적이라 

사람들은 각자가 공감받고싶은 이런 내용을 자신의 표피에 덮어씌워 어필하는것같다.

마치 누군가가 이걸 발견하고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이런 생각에 닿을때면 사람을 꽃에 빗댄 수없이 많은 시구들에 조금 더 공감이 되곤 한다.

 

시를 그렇게 즐겨읽지는 않지만 시인들의 언어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다.

몇 개 되지 않는 단어 몇 개로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힘은 내게는 없는 능력이다.

 

나는 나태주 시인의 이 시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동감한다.

'꽃처럼 그렇게 마음깊이 향기를 남기고 가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맥락이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내가 성당에 가면 거의 항상 기도하는 내용이 있다.

"나로 인해 내 곁의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더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향기로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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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하얀 화면을 스스로의 언어로 채워나가는것 같다.

그동안 독일에서의 삶에도 몇 가지 변화들이 있었는데

뭐 대단한 글도 아니지만서도 글을 쓰기에는 마음이 다소 차분하지 않은것같아 아예 글을 끊었었다.

(대부분의 변화는 긍정적인 일이다 :D 예를들면 독일어 어학 자격증을 땄다거나)

 

때마침 스페인 여행기를 갈무리하고 독일로 돌아올 차례였던만큼

마치 연재작가들처럼 하나의 대단원을 마무리하고 잠시 휴재에 들었던 느낌마저 든다 ㅎㅎ

 

모쪼록 다시 돌아온 글을 인정에 관한 짤막한 나의 생각과 함께 열게된건

오늘의 주인공 부르크하우젠 성(Burg zu Burghausen)이 가진 독특한 타이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마을 이름때문에 이름에 Burg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들어가서 말장난같은 이 성은

'세계에서 가장 긴 성채' 라는 칭호를 달고있다(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성' 이라는 건축유형을 고려해봤을때 나름 유명할법도 하건마는

부르크하우젠이라는 마을은 이런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다른 외국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독일 자국민들에게조차 그렇게까지 유명하진 못하다.

(그럼에도 네이버에 검색하면 제법 나오는게... 나는 우리 한국인들을 존경한다)

 

거기에서부터 출발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타이틀을 가진다는것에 대한 생각.

이 성에게도 마음이란게 있다면, 알고 찾아와주는 일부 사람들만으로도 행복할까 하는 궁금증.

 

그러고보면 결국 건물에 이런 타이틀을 매기는것 조차도 너무 인간적인 행위인지라 

그렇게 깊게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을것같긴 하다 ㅎㅎ

 

사실 저 날은 부르크하우젠을 방문할 계획이 없던 토요일이었다.

어디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가까운 곳에 가서 살살 걷고 오려던 애시당초의 계획은

(하루이틀 일만은 아니지만) 늦장을 부린 나라는 인간이 집앞에서부터 버스를 놓침으로써 무산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기왕 이렇게된거 못받은 택배부터 찾으러 갔다가 다른 목적지를 찾아보자...

가려고 찜해둔 곳들을 지도상에서 휘휘 저어보다가 발탁된 곳이 부르크하우젠이었을 뿐.

내 집 앞은 대략 이런 모습을 하고있다

 

뭐 덕분에 택배를 주말이 가기 전에 성공적으로 잘 찾았으니 나쁘지만은 않다.

특히, 그 소포의 내용물이 전기장판이었음을 감안하면 특히 더 그렇다.

 

DHL 스테이션을 가는 길에는 온통 들판으로 가득하다(사실 마을 자체가 들판에 둘러쌓여있다).

10월 말을 향해갈 저 무렵까지도 아직은 푸릇푸릇했는데,

그 이후 긴 겨울동안 흙으로만 덮여있던 저 들에 지금 다시금 자그마한 초록빛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저는 한 계절을 밀려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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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중앙역 남측승강장에서부터

 

동역으로 가도 되긴 했지만 호옥시라도 원래 가려던 곳으로 가는 기차가 연착이되면

탈 수도 있을까봐서 중앙역으로 가봤다.

역시는 역시... 연착은 보통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부르크하우젠은 국경마을이라 동쪽으로 가고, 가고 또 가야한다.

과거에는 상당한 힘을 가졌던 Salzach 강가의 마을이던 부르크하우젠은 

유감스럽게도 오늘날에는 영향력을 다 잃어버렸는지 뮌헨과의 직결노선은 아예 없다.

 

먼저 Mühldorf 역까지 RB40을 타고 열심히 가서 

거기에서 기다리고있는 RB42를 다시 한 번 타야 들어갈 수 있다.

거리에 비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나저나 위키에 부르크하우젠을 검색하면 '오스트리아 국경과 가까운 편이다' 라고 써있는데,

아니 국경마을이 국경과 '가까운 편'이면 여기서 더 가까워질 여지가 있다는거냐 ㅋㅋㅋ  

란츠후트 문장을 달고다니는 RB40

 

오늘 타게된 RB40에는 란츠후트 도장이 찍혀있었다.

독일에서 만난 RB 이상급 기차에는 대부분 도시 이름이 하나씩 적혀있는듯 했는데,

추측하기로는 우리가 함정에다가 '세종대왕함' 이렇게 이름을 붙이는것같은 느낌이다.

 

뮐도르프에 본사를 두고 운행하는 Südostbayernbahn(남동바이에른철도)가 

자기들이 가진 가장 큰 열차에 란츠후트 문장을 도장해둔데에서 이들의 정체성을 읽을 수 있었다.

Südostbayernbahn 회사 운영 노선

 

갑자기 궁금해져서 이들의 열차운행 노선도를 찾아봤다.

정말이지 과거 바이에른-란츠후트 공국의 영토와 거진 들어맞는게 너무나 매력적이다 ㅠㅠ

 

심지어 슈트라우빙-노이파른 구간(초록색 선)까지도 가져갔다는게 나를 흔들어놓는다 ㅋㅋㅋ

몇 번 환승만 해봤지 정작 마을구경은 코빼기도 못해본 곳, 뮐도르프

628-512.. 너 왜 여깄냐

 

아무래도 SOB가 독일 전역에 흩어진 628계 동차를 다 수집중인것같다.

저날 타고간 512번 친구도 원래 여기있을 친구가 아닌데 바이에른을 떠돌고있다.

부르크하우젠은 RB42의 종점이다

 

덜덜거리던 열차가 드디어 멈춰서고 부르크하우젠에 내렸을때는 이미 세 시가 넘어있었다.

산책을 시작하기에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사실 애초에 내 머릿속에 '뭐... 시간 부족하면 다음에 또오면 되지' 라는 마인드가 탑재되어있다보니

좀처럼 주말 아침에 일찍 서둘러지지가 않는다.

 

저날도 두 시간만 일찍 출발했으면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었을텐데말이다.

역 근처는 신시가지다.

부르크하우젠 구시가지는 Salzach 강가에 바로 붙어있는 저지대인데 땅이 그렇게 넓지는 않아서

오늘날의 대부분 사람들은 역이 위치한 고지대의 신시가지에 살고있다.

 

나는 가끔씩 부르크하우젠같은 작은 마을들 입간판에서 재미를 찾아내곤 한다.

여기도 뭐 많은척을 하고있다

DM이 두 개나 있다고 자랑하는 이곳

 

대개 이런 작은마을 중심가에선 자기가 가진 모든 시설을 자랑해놓은 이정표가 심심찮게 발견되는데

(다하우-암퍼 편에서도 역시 뭐 많은척하는 이정표에 웃어준적이 있었지 ㅎㅎ)

여기도 마을묘지랑 유스호스텔까지 껴서 무려 7개씩이나 넣어놨다 :D

 

약간 놀리는게 사실이긴 한데

이런 소규모 도시들이 오히려 돌아다니기는 더 좋은게

둘러볼만한 랜드마크가 몇 개 없기도 하거니와 보통 둘레둘레 있다는 편리함 때문이다.

 

그리고 부르크하우젠은 또 그렇게까지 작지만은 않은게

일단 dm(올리브영같은곳)이 있는 정도를 넘어서 무려 두 개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입간판을 세워서 온 세상에 알려주고있단말이지 ㅋㅋㅋ

 

여하튼 그 규모를 나름 인정하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마을'로 지칭하던걸 '도시'로 바꿨다.

(행정구역상으로도 사실 '시' 가 맞긴 하다)

Weltlänste Burg : World's longest Castle(독어 단어가 길다고 하지만, 결국은 영어보다 짧다)

 

한 10분정도 걸었을때 눈앞에서 길이 아랫마을로 꺼져가는게 보였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강에 면한 구시가지로 가게되고,

그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른쪽 평평한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들어가야한다.

구시가지로 내려가는 길 너머로 Salzach가 보인다

 

부르크하우젠 성이 세워진 땅은 바나나같이 생겼다.

양옆 왼쪽으로는 먼 옛날 아마 물이 사정없이 땅을 깎아나간 흔적일 Wöhrsee가,

오른편에는 잘자흐 강이 흐르고있기때문에

바나나 꼭지같은 느낌의 북쪽 끄트머리만이 고지대에 연결되어 버티고 서있다.

성 부지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 주택(여기 내집하고싶다)

 

갈림길 오른쪽 길을 따라 늘어선 가로수를 따라 걷다보면 머잖아 야트마한 성이 보인다.

그리고 또 그 오른쪽으로 너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골목길이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버려서 일단 부르크하우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밝아보이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라질거였다.

세월이 묻어나는 부르크하우젠 약도, 성 안뜰만 6개다

 

입구에는 세월의 흔적이 뚝뚝 묻어나는 매력적인 약도가 있었는데,

이걸 보니깐 성이 길긴 하다.

1km가 살짝 넘는다고 하는데 대학시절 내 모교정도 생각하면 얼추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성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장엄한 모습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던게

란츠후트 공국의 소멸과 별개로 이미 화약시대와 함께 성채의 방어적 효력이 떨어진 그 시점에

유럽 곳곳에 흩어진 성채들이 해체되기 시작했음을 알고있어서다.

 

고지대 성벽 뒤에 숨어 농성하는게 더이상 의미가 없다면 귀족들이 불편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이미 성에 들어와있는 풍경이지만 알아채기가 어렵다

 

결국 가장 깊은 곳의 공작가 본궁을 제외하고는 

이 길다란 성에 딸려있던 거의 대부분 부속건물에 평범한 시민들이 들어와서 살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성 안에 들어왔는데도 내가 성곽 안에 있다는 느낌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그냥 좀 한적한 사람사는 동네를 거니는 느낌이다.

성 곳곳에 걸려있는 란츠후트 홍보물들

 

성 내부 곳곳에는 란츠후트와 관련된 홍보물들이 걸려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자존심도 없이 남의 도시를 이렇게 홍보해주냐 싶겠지만서도

부르크하우젠은 란츠후트와 떼어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도시이다.

 

사실 나 역시도 부르크하우젠이라는 도시는 전혀 알지 못하던 곳이었는데,

란츠후트를 서너번 다녀오다보니 이런저런 문헌, 자료에서 부르크하우젠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고

여기를 한 번 다녀와보기로 위시리스트에 끼워넣었으니 말이다.

 

부르크하우젠은 1350년경부터 1503년까지 존재했던 바이에른-란츠후트 공국의 핵심 도시였다.

물론 수도는 란츠후트였지만 비텔스바흐 공작가의 두 번째 거처(Residenz)가 여기에 있었고,

무엇보다도 공작들이 주로 란츠후트에 머물며 공국사무를 보는 동안

공작비들은 대개 부르크하우젠에 머물렀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공작비는 단연 폴란드 공주 헤트비히(Hedwig)인데,

란츠후트의 마지막 부공 게오르그(왕자시절)와의 성대한 결혼식으로 잘 알려진 부인이시다.

몇날며칠을 먹고 마시며 즐겼다던 그 결혼식 이후에 홀로 여기 와서 살았을걸 생각하니 좀 짠하다...

 

지금도 여기 주민들이 란츠후트를 끈끈한 자매도시로 생각하고 살아갈지는 좀 궁금하긴 하다.

 

후... 오늘도 모처럼의 글이라서 그런지

수다가 한없이 이어지는데 지금부터는 한동안 말을 좀 끊어봐야겠다.

간간이 풍경이 열리면 그제서야 여기가 성곽이었다는게 실감이 난다

이런 뜰과 성문을 몇 번을 통과하고서야 본궁에 가 닿는다

Hedwig 대공비가 발주넣어 건립한 Hedwigkapelle, 예쁘고 아기자기한 고딕 성당이다

헤트비히예배당 옆 망루에서 내려다본 부르크하우젠 구시가지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나름 귀여운 맛이 있는 독일 구시가

이게 몇 번째 성문인지 기억도 안난다

얘는 위에친구 뒷모습이다

헥헥 ... 끝이 안나

결국 가다못해 개구멍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한다

오늘도 바이에른은 시골짝은 평화롭다

궁금증을 자극해서 한 번 따라가봤다

성을 내려가는 샛길이었다. 아니, 지금은 말고! 다시 돌아왔다.

게오르크 공작과 헤트비히의 문장이 새겨진 성벽이 보이면 이제 본성에 진입하는거다.

 

부르크하우젠에서 제일 중요한 성벽이 아닐까 싶다.

바이에른 란츠후트의 게오르크 공작의 문장과 폴란드 공주 헤트비히의 문장이 나란히 박혀있다.

옥토버페스트도 그렇고 란츠후트 결혼제도 그렇고 바이에른은 결혼을 참 좋아하는것같다.

그러고보면 이번 성문은 본성 출입구라 그런지 제법 성문같이 생겼다

사실 완전 본궁은 아니었고 하나 앞뜰이 또 있긴 했다

이것까지 아니라고는 못하겠지 ㅋㅋㅋ

여기까지 도착했을때는 이미 해가 누워버렸다

궁정 안뜰, 1523년과 문장 두 개가 박혀있다

 

궁정 안뜰에는 1523이라는 년도와 함께 두 개의 문장이 새겨진 아치가 있었다.

바이에른(뮌헨)의 문장과 바덴 공국의 문장이다.

1503년 알브레히트가 이끄는 바이에른-뮌헨이 바이에른-란츠후트를 정복한 이후  

그 후대 공작인 빌헬름 4세가 바덴공국 공주님이랑 결혼하면서 여기에 새겨버린 기념패다.

패자는 말이 없는법.

제법 가을티가 선명하다

 

결국 네 시가 넘어버렸기때문에 여기 안에 박물관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완전 도심 한복판에 있는 뮌헨 레지덴츠같은 곳이 아니면 

바이에른궁전관리재단 관리아래 있는 문화재들은 대부분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직원들의 저녁시간은 소중하니깐.

다시 걸어나가는 길

약간은 미련이 남는구만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구시가지라도 살짝 산책해보기로 한다.

본궁 바로 앞에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샛길이 나온다.

부르크하우젠에서 가장 큰 성 야콥 성당

들어갔다. 그리고 한 15분정도 전기를 훔쳐썼다(핸드폰 충전 이슈), 주님 감사합니다

오호라, 바이에른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렇게 이어지는구만(걷고싶다 걷고싶다)

 

성을 내려와서는 마을에서 제일 큰 성 야곱 성당에 들어가서

핸드폰...을 충전하고 나왔다... 

주님의 자비로움을 믿고 전기를 좀 빌려썼는데, 

핸드폰이 꺼지면 당장 집에 가는길에 기차표 검표받을 방법이 없어진다 :D

마을 어디에서나 보이는 부르크하우젠 성, 헤트비히 카펠레가 제일 높이 솟아있다

잘자흐 강변 풍경, 이 방향으로 쭉 가면 잘츠부르크가 나온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저날 다시 한 번 해외여행을 했다.

그렇다, 나는 잠깐 오스트리아를 다녀올거다 ㅋㅋㅋ

안녕히가십시오, 부르크하우젠

 

안녕히가세요 표지판을 보고 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과거 한 공국의 핵심 도시였던 부르크하우젠인데,

지금은 근처 마을을 거느리기는 커녕 알트외팅의 한 Kreis에 편재되어있다니 ㅠㅠ

아직은 독일이다

Ach...!

 

오스트리아에 입국했다.

마을 이름이 Ach다. 

독일어로 따지면 감탄사에 해당해버리는지라 ㅋㅋㅋ 뭔가 실수로 국경을 넘은 기분이 든다.

 

아흐...!

입경하고 나면 제일 먼저있는게 자판기인것도 뭔가 독특한 포인트.

다시 독일로 재입국 시도중

 

바로 뒤돌아서 독일로 재입국을 시도했다.

풍경 자체는 오스트리아쪽에서 보는게 더 좋다.

부르크하우젠 성이 워낙 길다보니 사실 더 뒤로 언덕을 올라가면 그제서야 한 눈에 들어오는 탓이다.

그렇다보니 좀 괜찮은 호텔이나 숙소는 오스트리아 사이드에 더 많다 ㅠㅠ

(재주는 독일이 넘고 돈은 오스트리아가 버는구나)

 

여하튼 검문소도 없는 이 국경을 두 번 사뿐하게 넘어 해외여행의 기분을 만끽한채로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ㅎㅎ

 

비자문제가 꼬인 사람들중에 꼭 해외에 가야할 일이 있다면

최후의 수단으로써 이런 국경을 많이 알아두는게 도움이 된다.

부르크하우젠 버스는... 배차간격이 좀 이상하다

 

이제 다시 역으로 돌아갈 차례.

분명히 여기 시 단위의 행정구역인데 버스라는 친구가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닌다 ㅠㅠ

다음 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나는 결국 걸어서 언덕을 오르기로 했다.

 

그 덕분에 중간에 마트에 들러서 맥주를 왕창 사오기는 했으니 좋은 일이긴 하지만

힘들기는 좀 많이 힘들었다.

대체 여기를 어떻게 자전거 타고 오르는거지 이 어르신들은...

오... 루트비히 1세 국왕님 여기에 뭔가 좋은일을 하셨나보다

 

든든하게 가방에 맥주를 채워 열차를 탔다.

창밖으로 슬슬 노을이 지고있었다.

집에가자 집~

628계 동차는 북독일 질트 셔틀로 만들어진 90년대 초반 작품들이다

 

운좋게도(50%의 확률이긴 하지만 ㅋㅋㅋㅋ) 아까 들어올때와 같은 열차를 탔다.

그러니 구태여 말을 꺼내보자면 628계 동차는 원래

북독일 질트(Sylt)섬으로 들어가는 셔틀트레인으로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90년대 초반 작품들이다 보니 워낙 낡아서 

차페리 느낌으로 자동차 백여대를 끌고다니기에는 부적합한지 이제는 그동네에서는 다 퇴역했는데

다른 소규모 마을들이 이렇게 하나씩 사모으고 있나보다.

 

바닷바람이 그립진 않을런지 모르겠다 ㅎㅎ

뮐도르프에도 노을이

 

뮐도르프에서 뮌헨가는 기차를 탄지 얼마 안되어서 해가 완전히 졌다.

스페인에서는 그렇게 독일로 돌아가기가 싫더니,

역시 독일에 돌아다니는게 이렇게 재미있고 마음이 편할수가 없다.

 

그런게 고향이라는건가...

 

아, 나는 서울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