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의 시작] 세비야 가는길은 너무 멀어(feat. 메밍엔 공항)

우와아아아 드디어 만들어만 두었던 이 카테고리에 글을 쓰게 되었다.

떠돌다 카테고리는 바이에른을 벗어나 여행을 하게되거든 기록하려고 만들어둔건데,

첫 시작은 의외로 독일이 아니라 스페인이었다 :D

(나는 사실 쾰른을 가을중에 한 번 가게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걸 염두에뒀거늘)

 

스페인 여행은 사실 다소간 즉흥적으로 결정되었다 ㅋㅋㅋ

가장 큰 원인은 식상하지만 날씨때문이었는데

내 조국만큼이나 독일을 사랑하지만 이곳의 겨울 날씨만큼은 사랑할 수 없는지라

10월이 삼 분의 일이 지나갈 무렵 결국 지중해로의 도피를 결심한거다.

 

그간 스페인 남부가 정말 가고싶었던 나는 

세비야-그라나다-말라가(비행편을 위해)-바르셀로나(놀이공원만을 위해) 

동선으로 즉흥 여행을 떠나버렸다 희희(생각만 해도 마음속에 온기가 차오르네)

그라나다에서 이 알함브라 풍경이 그렇게 보고싶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노라면 역시 음식...

독일에 들어온지도 거진 세 달이 가득 차가던 저 시점은

무미건조한 독일 음식과 잠시 결별을 선언하고 식도락도 즐기고 싶을 때였던거다.

 

이게 얼마만에 공항을 가는건지 몰라...

왜이리 성실하게 독일을 지켰을까 싶어서 가만 이유를 생각해보니

집을 구하지 못한게 컸던것같다.

 

호텔, 쯔비셴을 전전하다보니 아무래도 뮌헨이 아직도 내 집 같지가 않고

그 조차도 일종의 방문객같은 심경으로 살았던것같다.

떠돌이의 삶에는 나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피로가 깃드는 법이라

그간 여행에 대한 욕망 스위치가 완전히 꺼져있었던게 아닐지 싶다 :D

 

죽은 욕망도 되살려내는 독일 겨울날씨와 식문화에 경의를 표한다!

 

그 새를 못참고 시작부터 샛길로 빠져버린 산책자...

그래 공항에 가고있었다.

오랜만의 공항이 설렐 법도 하건만 사실 피로도가 상당한 여행의 시작이다.

 

일단 환승편을 택했다.

뮌헨-세비야 직항 루프트한자가 어찌나 비싸던지 이래저래 뒤지고 뒤진 끝에

발렌시아라는 바르셀로나 근처 도시에서(이강인이 선수생활 하던곳!!)  환승하면

호텔 투숙비용까지 껴도 직항의 반절밖에 안했다.

좀 불편해도 이렇게 다녀오면 다음에 스페인을 한 번 또 다녀올 수 있다고 나를 꼬득여본다.

 

여기서 또 하나 가격절감조치가 들어가는데 ㅋㅋㅋ 뮌헨공항을 포기하는거다

뮌헨공항이 원래도 공항세가 센 편에 속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더 심하게 올라버렸다.

결국 저가항공사들이 다 떠나버린 뮌헨공항은

나와 같은 무직자들 혹은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버거운 공항이 되어버렸다 ㅠㅠ

 

대안으로 많이들 사용하는 공항이 메밍엔(Memmingen, 메밍겐), 뉘른베르크 두 곳인데

이번에는 메밍엔에서 뜨는 걸 찾아냈다.

메밍엔에서 발착하는 연결편을 찾다보니 발렌시아가 눈에 들어온것!

 

내가 고생이 많다... 마는 독일인들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이들 이렇게 다닐정도로

뮌헨공항이 요즘 비싸다 ㅠㅠ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메밍엔 공항에 대해 좀 써볼까 한다 :D

이럴줄 알았으면 사진좀 공들여서 찍어볼걸...

(원래는 세비야에서 바로 뿅 하고 포스팅 시작하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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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이만한데가 없지

 

역시 여행의 시작은 뮌헨역만한데가 없지 ㅋㅋㅋㅋㅋ 

(비행기를 타러가도 결국 여기서부터 시작이라는게 쌉싸래한 나의 현실)

 

메밍엔은 바이에른 3개 민간공항 중에서 가장 작을지언정

독일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곳에 있는 자랑스러운 공항이다 !

독일령 알프스 Allgäu(알고이) 지역에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

왕챵 쪼끄매!! 이정도면 커보이게 잘 잡아줬다

 

뮌시너들의 소중한 대안공항이지만 사실

메밍엔이라는 곳에 민간공항이 있다는게 이상할 일이긴 하다.

대체 이 조그만 동네에 여객용 공항이 왜 필요하냔말이지... (포퓰리즘의 발로?)

지금에야 뮌시너들의 소중한 대안공항이지만

여기는 원래 나치의 야망으로 만들어진 군 공항이었다.

2차대전을 꿈꾸던 나치 독일이 알프스 자락에 만들었던 군공항이 메밍엔 공항이었는데

전후에 독일 공군이 그대로 인수해서 2004년 폐항까지 사용했다.

(물론 활주로라는 곳은 폭격 1순위라 산산조각나있었음)

많은 밀덕들이 사랑하는 융커스 JU 88가 이곳 주력기였다

 

군 공항 운영을 종료할 즈음 민항기 전용 공항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해 성공,

2008년부터 메밍엔 공항으로 이름을 바꿔달고 운영중인 소중한 곳이 바로 이곳 FMM이다.

52분 차가 이곳 승강장에 서야하는데 아직도 떠나지 않은 RE6

 

메밍엔 공항까지  가기 위해 일단 메밍엔까지 기차를 타고 공항버스를 타야한다.

공항버스까지도 49유로 티켓(도이칠란드 티켓, 58유로 티켓)이 유효하니 

독일 체류자들에게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공항에는 플릭스버스와 장거리 공항버스 운영사도 한 개 있어서

짐들고 갈아타는것도 귀찮고 시간도 조금 절약하고 싶은 사람들은(큰 차이 안남) 

뮌헨에서 버스를 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근데 그게 이유면 그냥 뮌헨공항에서 가는게 더 좋은 방법 아닐까)

구글에 주황 버스에 나온대로(점 두개는 빼도 됨) 검색하면 사이트가 나온다

 

내가 탈 기차는 보덴제(보덴호)의 아름다운 마을 린다우(Lindau)까지 달리는 RE96 편인데,

목적지가 목적지인만큼 주말에는 모든 좌석이 가득 차고마는 엄청난 인기노선이다.

공항가는 손님에 나들이객까지 더해져 대혼돈이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니 

가급적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올때 바로 탈 수 있게끔 일찍 역에 나가는게 좋다.

도착!

 

열심히 달려준 기차 덕분에 메밍엔에 예정대로 잘 도착했다.

1번 플랫폼 바로 옆에 붙어있는 버스 승강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아직 40분이 남아있다.

집에서 거의 약간 늦은 점심무렵에 나왔는데 어느덧 다섯시가 되어간다.

콩알만한 공항에 뭐 먹을게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해서 역 근처에 있다는 서브웨이로 향했다.

볼건 딱히 없는 동네

 

메밍엔에게 미안하지만 날이 흐려서그런가 딱히 구경할건 없어보이는 동네였다.

그래도 공항을 잘 유지해줘서 정말 고마워 !!!

서브웨이 참 오랜만이다

 

음... 2018년까지만 해도 분명히 오늘의 메뉴가 있었던거로 기억하는데

그런 미풍양속은 죄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그래도 서브웨이는 독일에서는 가성비가 매우 훌륭한 축에 든다.

이번엔 진짜 공항 도착

 

메밍엔 공항은 정말 귀여웠다 ㅋㅋㅋ

공항버스 작은 윗 창문 하나에 쏙 들어오는 터미널 하며

그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 하며 무엇하나 귀엽지 않은 면이 없다 ㅋㅋㅋ

그 옛날 이탈리아에서 이용했던 페루지아 공항이 생각났다.

체크인카운터 전체 모습

 

체크인카운터는 사실 들를 필요가 없어서 바로 탑승장으로 들어간다.

아마 라이언에어를 타려고 메밍엔에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일텐데

라이언에어는 온라인체크인을 하지 않고 오면 50유로정도 발권수수료를 붙이는걸 꼭 기억하자

전에 한 번 그걸 몰랐다가 멍청비용을 낸 적이 있다 ㅠㅠ

 

짐검사 하고 탑승장에 들어가기까지 5분도 채 안걸렸다...

콩알만한 공항 주제에 벌써 5분 지연을...?

 

그런데 비행기라는 녀석이 이미 벌써 5분 지연을 신청해둔 상태였다.

대체 이 콩알만한 공항은 교통량도 적으면서 왜 벌써 연착을 걸어두는걸까...

탑승장도 역시 좀 귀여운편

창 너머도 좀 귀여운 편

 

이런 소규모 공항은 심플하고 귀여워서 참 좋다.

부를때까지 가만히 잘 앉아서 기다리다가 게이트가 열리면 그대로 통과해서 걸어나가면 된다!

고속버스터미널 바이브로 비행기타는 이 기분 ㅋㅋㅋ

 

뭐 흠이라면 워낙 시골이다 보니 내 알디톡은 데이터가 안터졌다.

어쩔수없이 공항 와이파이를 잡아 썼는데

이런 공용와이파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여기가 지옥일 수도 있겠다.

해가 결국 져버렸다

 

연착이 점점 길어지더니 한 시간을 돌파했다.

발렌시아는 어차피 잠만 자러 가는거라 나는 큰 상관 없다마는...

 

해가 져버렸다.

사실 오래 버텼지 저정도면... 지금 12월같았으면 메밍엔 역에서부터 컴컴했을걸

남쪽나라 스페인은 해가 조금 길었으면 좋겠지만 이정도 연착까지 커버해주지는 않을것같다.

너는... 누구니...?

 

드디어 비행기를 향해 걸어나가는데 눈앞에 벌거벗은 항공기가 한 대 있었다 ㅋㅋㅋ

너는 누구니 ㅋㅋㅋㅋ

아무리 예산을 줄이고싶어도 그렇지 도장정도는 해줄 수 있는거잖아!

내가 탈 녀석

 

다행이 라이언에어는 그 정도까지 형편이 어렵지는 않았나보다.

자기 항공사 로고 정도는 새길 수 있는 멋쟁이 항공사, 라이언에어다.

 

탈것을 타면 기절하는 습성은 종류를 가리지 않아서

비행기에서도 역시 이륙하기가 무섭게 꿱 기절했다.

눈떠보니 발렌시아

 

눈을 떠보니 비행기가 택시중이었다.

실력있는 조종사양반은 착륙하면서도 나를 깨우지 못했다.

해는 역시 져있었는데 대신 이 도시적인 공항의 모습이 환하게 나를 반겨줬다 :D

 

그리고 조금 더웠다... (밤이 이래도 되는거야? 왜 독일만 추워...?)

발렌시아 메트로역

 

숙소는 시내에 잡아둬서 메트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연착도 없고 에너지도 충분하면 밤 산책이라도 좀 할까 했지...

두 조건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 저 날이어서 발렌시아 여행은

아주 온전하게 다음을 위해 남겨두게 되었다.

발렌시아 시청

 

역에 내려 걷다보니 발렌시아 시청이 있었다.

그리고 시청 앞에는 야자수가 있었는데 너무 부러웠다!!!

얼마나 따뜻하면 야자나무가 있단말인고 ㅠㅠ 

바람도 살랑살랑 따뜻-시원한게 독일을 떠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시장 건물이라고 했다

 

밤 거리가 이렇게나 따스한데 생각보다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뮌헨이 이 정도 날씨면 온 세상이 사람으로 가득할텐데 말이다 ㅎㅎ

초점아 어디갔니

 

잠깐 숙소까지였지만 

모랫빛 도시 발렌시아는 참 푸근해보였다.

이런 사암빛깔 도시가 얼마만이더라... 

 

회백색 질감의 독일은 잠깐 머릿속에서 지워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