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번째 산책①] 발할라로 가는 길, 레겐스부르크의 성 에메람

어제 저녁, 마을 성당 종탑에서는 한참이나 종소리가 이어졌다.

평소에는 울리지 않던 시간대의 그 뎅그렁거림은 아마 프란체스코 교황님이

세상을 떠났음을 애도하는 뜻이었을거다.

 

우리 신자들 사이에서(특히 유럽 친구들) 정말이지 큰 존경을 받았던 분인지라 아쉬운 마음이 컸다.

딱히 이를 계기로 죽음에 대해 특별히 더 생각해보거나 할 감성적인 사람은 못되는 나이지만

미약할지언정 내 나름의 애도의 의미를 담아 모처럼 쓰는 이번 산책의 테마를

사후세계와 관련있는 장소 '발할라(Walhalla)'로 정해봤다.

 

어쩌면 종교개혁의 남쪽 최전선이던 그 부근 지역과 고대 바이킹 신화속의 발할라가

교황님과는 조금 안맞을 지도 모르겠지마는 모쪼록 포용력이 높으신 분이셨으니깐...

 

그래도 발할라 가는 길에 마침 내가 레겐스부르크의 성 에메람 바실리카를 들렀는데

이정도면 교황님의 서거, 그리고 카톨릭에 대한 예의는 충분히 지킨것도 같다.

발할라 항공사진(출처: 위키)

 

발할라는 바이에른 중부의 고도 레겐스부르크 외곽 도나우강변에 자리잡은 신전이다.

 

원래대로라면 싸움터에서 전사한 바이킹 전사들이

발키리(발퀴레)들의 손에 이끌려 도착할 아스가르드 한구석의 천당이겠지만,

바이에른의 왕 루트비히 1세는 자신들과 게르만 혈통을 공유하던 바이킹들의 신화가 마음에 들었던지

자신의 지시로 지어올린 이 하얗게 빛나는 전당에 신화속 그 공간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손자녀석이 할아버지를 빼다박았군)

 

그리고 독일의 많은 요소들을 사랑하는 나도 이곳 신전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이곳 내부가 게르만 민족 위인들의 흉상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음악가, 작가, 화가, 지도자(히틀러는 물론 없다), 과학자 등등... 정말 많은 흉상들이 즐비한데

언젠가는 이들 모두의 이야기정도는 알게되는게 나의 소박한 인생목표중 하나다.

 

정확히 세어본 적은 없지만 약 50%정도가 아는 인물들인것같은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 거의 대부분 지도자 파트에서 점수를 좀 까먹는 편이다.

상당히 많은 신성로마제국 회원국들 역사에 또 수없이 많을 훌륭한 지도자를 다 알기엔 뇌용량이 부족하다.

 

이곳의 존재를 알게된건 교환학생 시절이었는데, 꼭 가보고싶어 잔뜩 벼르고있던 참에

언젠가 한 번 친구들과 바이에른주+돌로미티 렌트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때 결국 바득바득 우겨서

이곳 발할라를 기어이 동선에 끼워넣고야 말았는데,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일단 간식을 준비한다

 

일단 간식을 준비했다.

카레를 해먹으려고 마트에서 감자 앞에 설때마다 항상 같은 고민을 하게되는데,

내게 필요한 약 2~3알의 낱개 가격과 망 안에 담긴 1kg의 가격이 항상 동일하다.

보통때는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를 만드는게 싫어서 낱개로 사는데 

저 무렵에는 감자쓰는 요리들을 하겠다고 지키지 않을(결국 다 삶아먹음) 결심을 했던지라 1kg를 샀다.

 

그 여파로 한동안 내 산책길에는 어디가 되었든 감자 몇 알이 동행하게 되었다. 

오늘도 RE25, 체코기차가 최고야

프라하도 가고싶다...

 

오늘 탈 기차는 RE25, 사실은 아주 훌륭한 체코의 레기오날 기차다. 

대부분의 요즘 기차처럼 개방형 객차가 아니라 여러 객실들로 구획된 낭만적이고 편한 기차다.

그러고보니 한 달 전에 쓴 가장 최근 글이었던 란츠후트 산책때도 RE25를 탔었다.

[스물두번째 산책] 다시 또 한 번, 란츠후트의 가을

레겐스부르크에서 작별을 고하는 객차와 기관차

 

저날도 객실 안의 어둡고 푸근한 의자에 잠겨서 푹 쉬다보니 금새 레겐스부르크에 도착했다.

함께 달려오던 객차와 기관차는 여기 레겐스부르크에서 작별을 고한다.

최종 행선지인 프라하로 가기 위해서는 들어온 선로로 다시 나가야하기 때문에 

기존의 기관차는 떼어버리고 원래의 뒷꽁무니에 새로운 기관차가 달라붙는다.

아마 이 친구는 한 시간 뒤의 RE25를 데리고 계속 프라하로 달렸을거다.

레겐스부르크 중앙역 역사

 

레겐스부르크 중앙역을 나오니 두 시가 살짝 넘어있었다.

저 날도 란츠후트때처럼 가을 어느날이었기때문에 일몰까지 아주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먼저 레겐스부르크 구시가지에 살짝 들어가보기로 했다.

 

여유를 부린건 아니고, 네다섯시경에 하늘이 개인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그 시간을 기다리고있었다.

발할라에서 내려다보는 도나우강가의 들판이 상당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레겐스부르크 성 에메람 바실리카 내부

 

성 에메람 바실리카 성당이 한 시간정도 시간을 보낼 곳으로 정해졌다.

레겐스부르크 대성당도 상당히 중요한 독일의 중세 고딕건축물이기때문에 고민이 되었지만,

에메람 성인(St. Emmeram)의 이야기가 더 강렬한지라 구시가지의 서쪽 끝으로 향하는 산책자다.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져있지는 않은 에메람 성인은 바이에른 지역의 순교자다.

에메람 성인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곳에서 사역하는 수도자였는데 좀 끔찍하게 순교당했다.

 

때는 652년, 당시 바이에른 공국의 수도격인 레겐스부르크에서 주교로 근무중이던 에메람성인은

테오도어 1세 공작의 딸인 우타(Uta)에게서 상담을 요청받는다(사료상 고해성사 여부는 불명확하다).

내용인즉슨 한 공국관료의 아들과 관계를 가졌다가 임신을 해버렸다는것.

이 사실을 알게되면 아빠 공작이 자신을 처벌하는건 물론이고 그 남자를 거의 죽여버릴것임이 명확했다.

 

에메람은 이 젊은 청년들을 지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공작님께 그 아이의 아버지가 바로 나라고 하시오'

 

그는 그리고선 바로 로마로 순례를 떠났는데, 

교황을 찾아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잘못에 대한 용서를 얻고 돌아온 후에

이 모든 사실관계를 테오도어 1세에게 보고하며 젊은이들의 용서를 청원할 요량이었다.

 

우타가 자기 아빠한테 애아빠가 에메람이라고 이야기를 했을때 공작은 당연하게도 대노했다.

더 큰 문제는 공작의 아들 란트프리트(Landfried)도 함께 격노했다는거였다.

그는 누이의 실추된 명예를 되돌리겠다며 군대를 거느리고 (그의 눈에는 도주중인) 에메람 추격에 나섰다.

그리고 (당시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뮌헨 근교 남동쪽 Kleinhelfendorf에서 결국 붙잡고야 만다.

 

란트프리트는 성정이 다소간 잔인했나본데

붙잡은 에메람을 사다리에 묶어두고서는 산채로 신체 부위를 하나하나 잘라내다가 종국에는 목을 쳤다.

잘려나가는중의 에메람 성인

 

훗날 자초지종을 알게된 공작은 성인 유해를 레겐스부르크의 묘지로 이장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조금 못 흐른 739년 레겐스부르크에 주교구가 설치될 즈음

에메람 성인 묘지 위에 베네딕트회 수도원을 함께 건립하게 되는게 이곳 수도원과 성당 역사의 시작이다.

 

야사에 따르면 에메람 성인은 이동중에 자신이 죽는 자리에 다다라 행렬의 멈춤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멈췄을때 그는 알수없는 힘에 의해 마차에서 들어올려져 풀밭에 뉘여졌다는데

그 자리가 후대 사람들이 예배당을 지어 올릴때까지 사시사철 푸르게 남아있었다고 한다.

이게 바로 그 예배당

 

내가 이 야사를 보게된건 이 산책보다 훨씬 이전이었다.

레겐스부르크와 전혀 무관하게 내가 살고있는 동네 이름을 구글에 넣어보던 중이었는데

희한하게도 에메람 성인과 관련된 야사를 소개해놓은 페이지가 표출되었다.

 

이 사료에 따르면 성인이 죽을 장소를 알아보고 가던 길을 멈추라고 청한 곳이 바로 

'우리 마을을 지난지 30분이 지난 후' 라고 되어있다.

그런 특별한 인연 때문인지 우리동네 학교 이름에는 에메람 성인 이름이 붙어있다.

St. Emmeram Basiilica 입구, 공사중이다

 

구시가지의 정남쪽 끝 에메람광장(Emmeramsplatz)에 서면 한 눈에 봐도 오래되어보이는 입구가 나온다.

여기는 엄밀히는 성당의 입구라기보다는 과거 큰 영예를 누린 에메람 수도원의 입구다.

8세기에도 에메람 성인의 이야기는 큰 관심을 끌어서 덩달아 이곳 수도원도 엄청나게 번성했다고 한다.

 

이 순간 갑자기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이차돈의 순교'로 신라에 불교가 부흥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 산책자.

이차돈 목에서 흰 피가 솟은게 527년으로 기록되어있으니 한 200년여밖에 차이가 안나는 두 사건.

어쩌면 인류사에서 그 무렵이

종교의 부흥을 위해서 어떤 자극적인 이야기가 딱 필요할 시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살짝 샜다.

모쪼록 이 자리에서 영광을 구가하던 베네딕트회 에메람 수도원도 세속화의 바람은 피하지 못했다.

그때 이 수도원 전체를 매입한 가문이 'Thurn und Taxis(투른 & 탁시)'인데 엄청나게 부유한 패밀리다.

독일에서 임야를 가장 많이 보유한 가문이자 가문 소유의 토지 및 고성도 많은 진정한 땅부자...

 

세속화에 이어 레겐스부르크가 1810년 바이에른왕국에 귀속된 후

(원래는 팔츠 선제후국의 역외영토, 지금까지도 소속 현의 행정구역명이 오버팔츠다)

이미 쇠락한채 명맥만 이어가던 수도원은 완벽하게 해체되고 

그로부터 2년 뒤 이미 영향력을 확보중이던 탁시가문에 공식 매각되었다.

 

탁시 가문 사람들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지

아주 레겐스부르크로 가문의 본거지를 옮겨버리고 수도원을 궁으로 개조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들은 에메람 성당 뒷편에 있는 Schloss St. Emmeram에서 살아가고 있다.

 

성당은 무료입장이지만 성(구 수도원)을 들어가는건 유료이기에 입장료수입도 올리는 부러운 가문. 

 

이야기가 또 한 번 샜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그런지 나를 통제하는게 쉽지가 않다 ㅋㅋㅋ

여하튼 저 공사중인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아래 사진과 같은 안뜰이 나온다.

가을날 고즈넉한 분위기의 성당 입구

 

오전에 레겐스부르크에 비가 살짝 왔다더니 돌바닥과 낙엽 모두 촉촉히 뉘여있었다.

이런 색감이 중세 그대로를 거의 간직해낸 이 수도원에 덧씌워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안뜰의 끝에 이번에는 정말로 나의 목적지 성 에메람 바실리카의 입구다.

성 세바스티아누스로 추정되는 조각

 

성당 입구 측면으로는 성 세바스티아누스(~†287)로 추정되는 조각상도 붙어있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기독교 허용)이 313년이었으니 아직은 카톨릭이 박해받던 시절

황제의 친위대 병사였던 그는 기독교로 개종한 죄로 화살을 맞아 죽는 형에 쳐해졌다.

 

여기까지였으면 그 당시 흔한 케이스지만 이 분은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친위대 특유의 피지컬 덕분인지 죽지 않(못하)고 다시 황제(디오클레티아누스)앞에 끌려간다.

황제 앞에서 기독교 박해에 대해 호되게 한 마디 지적한 후 이번에는 결국 몽둥이에 맞아 순교하셨다.

 

아무래도 여기 성당은 좀 가혹하게 순교당한 성인을 선호하는 느낌이 든다.

산채로 자신이 잘려나가는걸 견뎌야했던 성인과 두 번 처형당하고야 죽음이 찾아온 불행한 순교자라니.

나를 상당히 거슬리게했던 이 안내판

 

조각상 건너편, 그러니깐 성당 입구 왼편으로는 이곳에 대한 안내판들이 몇 개 있었다.

나는 어떤 장소의 과거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를 아주 좋아하기때문에 살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즐거웠던게 현재의 모습이 16세기와 18세기의 묘사와 거의 달라진게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살짝 불편해지고 말았는데, 

아무리 위아래 그림을 대조해봐도 알파벳 배열이 안맞았기 때문이다...

 

다른 세기에 만들어진 서로 다른 두 사료를 그대로 가져왔으니 알파벳 배열이 다를 수도 있기야 하겠지마는

내가 전시 기획자였으면 아마 저런 상황에서는 자료 한 개를 포기했거나 부가설명을 달았을거다. 

 

약간 허탈한 기분으로 삐걱거리는 성당 나무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시 한 번 내부, 정면

 

와... 에메람 성당은 정말이지 보물같은 곳이었다.

하얀 석고벽토 위를 적절하게 수놓은 휘황찬란한 바로크 장식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윗쪽 창을 통해서는 은은하게 볕이 들어와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참고로 레겐스부르크는 2차대전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몇 없는 운좋은 도시다.

그렇다보니 이런 역사적인 유적이 원형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있는데 

그런 점에서 여기 성당의 아름다움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것도 같았다.

다른 독일 성당들은 주로 복원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모쪼록 같은 사유로 레겐스부르크는 중세의 모습이 잘 남은 독일 거의 유일의 대도시라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기도 하다.

중앙오르간

 

뒤를 돌아보니 파이프오르간 장식이 또 일품이었다.

정중앙에 지구가 얹혀있고 그 양옆으로는 트럼본을 부는 아기천사들이

Te Deum(성 암브로시오 찬가)의 두 번째 구절이 적힌 리본에 살짝 쌓여있었다.

 

Te aeternum Patrem omnis terra veneratur. 

영원하신 아버지를 온 세상이 삼가 받들어 모시나이다.

 

소리도 들어보고싶지만 미사시간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놀랍게도 오늘 원래 행선지가 여기 성당이 아니라 발할라였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본다.

측면 회랑의 끝

 

측면 회랑들로는 자연광이 거의 들지 않는다.

양쪽 모두 회랑 끝 정면에만 창이 하나씩 나있는데 

전반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정면에서 쏟아져들어오는 빛 덕분에 장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성당은 이런 벽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어있다

 

처음엔 이곳 바실리카의 하이라이트가 성당 후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성당은 중앙 오르간이 설치된 벽을 기준으로 두 구획으로 나뉘는데, 

이중 뒷부분에 한 성인의 유해가 안치되어있는 지하묘실이 있다.

지하묘실(Krypta)

성 볼프강의 유해

 

처음에는 여기가 성 에메람의 묘실인줄알고 엄청 저 관 안이 궁금했었다.

(아주 불경한 호기심이었는데, 신체가 따로 잘려나간 성인의 뼈는 어떻게 보관되어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묘실을 나오면서 보니 성 볼프강이라는 분의 유해였다.

 

이분은 순교자는 아니고, 10세기 말의 대주교이자 수도자이며 교육자였다고 한다.

 

성당을 에메람 성인의 묘지 위에 지었다더니 정말 묘지는 성당 밑에 웅크리고 숨어있는가보다...

천장화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래도 이 뒷부분 공간이 상당히 이채롭긴 한게 천장화가 멋지다.

나무 혹은 석고로 조각된것 같지만 사실 그림으로 그려넣은 저 천장화는 사진으로 보는것보다는 

눈으로 직접 봤을때 멋스러움이 배가되었던듯 하다.

양 측벽에는 어김없이 전사자 추모비가 있다

 

성당 후면의 왼쪽 벽에는 1차대전 추모비가, 오른 벽에는 2차대전 추모비가 있었는데

역시 1차대전 추모비는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다.

독일이 2차대전급으로 악마같은 역할을 한 전쟁까지는 아닌지라

문구도 '세계전쟁으로 스러져간 성 에메람 주교구의 영웅적인 아들들에게' 라고 적혀있다.

과거 수도원이던 현재의 투른과 탁시 가문의 성

 

성당을 나와 안뜰 한구석에 나있는 쪽문으로 나가니 곧바로 탁시 가문의 성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나왔다.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더 들어갈 구석이 있나 싶어서 골목 끝까지 가봤지만

조금이라도 탁시 가문의 영지를 들여다보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것같아 돌아나왔다.

 

이 골목의 한쪽에는 이들 가문이 부를 축적하는데 큰 공을 세운 두 수단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파울라너 맥주 가판대가 서있는게 아쉽다

Bier와 Post가 써있는 가문 소유의 자동차 한 대

 

탁시... Taxis... 택시...?

 

탁시 가문은 택시의 어원을 제공한 바로 그 가문으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정확히 이 가문이 했던 사업은 바로 마차를 이용한 우편 서비스였다.

 

본래 롬바르디아 공국(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근방을 말한다)의 'Tasso(타소)' 가문이던 이들은

13세기에 이미 일가 친척들을 동원해서 이탈리아 북부를 연결하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합스부르크 가문과 신성로마제국의 공식적인 우편 담당가문이 되었고

서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서는 점점 더 전문화되었다.

 

내 생각에는 이 우편마차에 사람을 태우던게 택시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대부분 포털에 택시 어원을 검색하면 라틴어로 세금을 부과하다는 뜻의 taxa를 들고있긴 하다.

 

1563년 탁시 가문의 우편마차 노선도(출처: 위키)

 

독일에서는 게르만의 맥주사랑을 노리고 뿐만 아니라 맥주까지도 함께 배달을 했던 모양이다.

이들이 비교적 최근까지도 가지고 있던 맥주 양조장은 아쉽게도 이제 파울라너에 매각되었다.

 

이런 유구한 성공신화를 가지고선 멋지게만 살면 참 좋으련마는

두어달 뒤 한겨울에 여기를 다시 한 번 방문했을때, 그 앞에는 독일인 시위대가 전단지를 나누고 있었다.

 

그 리플렛에 따르면 탁시가문의 가주가 아주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라는거다.

사실관계야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아쉬울 따름...

 

모쪼록 슬슬 발할라로 떠나는 버스(어감이 좀 이상하다) 시간이 다가온지라

발걸음을 서둘러 시내방향으로 옮겨본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