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번째 산책] 다시 또 한 번, 란츠후트의 가을

나도 모르게 마음이 향하고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그런 것들이 있다.

사람, 이야기, 음식 그 대상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당연하게도 어떤 장소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누군가를 좋아해본 사람이라면 하나씩은 가슴한켠에 그런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음에 담아둔 사람과 한 번이라도 더 마주치기 위해서 그럴것같은 곳들을 맴돌던 그런 기억,

딱 한 마디 인삿말이라도 나누고싶어서 근처를 서성이던 그런 기억 말이다.

 

저날 나의 란츠후트 방문을 돌이켜보자니 약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조용히 사진도 몇 장 안남긴채로 살짝 눈인사만 하고 돌아온지라 포스팅도 살짝 넘어갈까 했는데,

그렇게 스치듯이만 머무르고 돌아왔을지언정 내가 그곳까지 기어이 가서 서성인것도 

다 내 마음에서였다는데 생각이 닿아서 '스물두번째' 산책 일기를 다시 란츠후트에 할애해주기로 했다.

 

원래의 저 일요일 계획은 미사를 본 후에 도서관에 가서 독일어 공부를 좀 하겠다는거였는데,

미사가 끝나고 TUM 도서관으로 향하던 나는 중앙역에서 깜빡 다른 생각에 잠긴 사이에 

습관적으로 U반 승강장이 아니라 기차 플랫폼에 도착해있었다.

 

마침 15분정도 뒤에 출발할 란츠후트행 열차가 눈앞에 보여서

핑계를 찾았다.

지난 란츠후트 산책에서 그곳 레지덴츠를 지나쳐간게 생각났다.

 

그렇게 나는 멋쩍게 웃으면서 프라하가 종착역인 열차에 올라탔다.

RE25, 보이는것처럼 체코를 오가는 체코 열차다

 

사실 이 열차가 타보고싶은 마음에서 란츠훗에 가게된 것도 좀 있다.

RE25는 사실 독일 열차는 아니고 엄밀히 따지면 편명도 EC357인 독특한 녀석이다.

다만, 독일 국경을 넘기 전까지는 RE25 편명을 함께 달고 바이에른을 달리기때문에

나와 같은 도이칠란드 티켓으로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도 편하게 타고다닐 수 있는 특별한 친구.

 

정말 매력적인건 신형 객차와 함께 구형 객차도 연결해서 달고다니는데,

그 덕분에 칸막이와 문이 있는 객실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창밖을 볼 수 있다.

그림이 안그려지거든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급행열차 객실을 상상하면 좋겠다.

(의자는 또 어찌나 편한지...)

신형 객실은 오히려 독일열차들보다 더 신형이다

 

지금 이 시점에 내가 두 번 이상 발도장을 찍은 마을들은 여섯 군데 뿐인데

(뮌헨이랑 잘츠부르크같은 공연장 소재지 빼고 ㅎㅎ)

란츠후트, 트라운슈타인, 부르크하우젠, 자울그루브, 퓌어스텐펠트브룩, 란츠베르크 암 레히다.

처음에는 세 군데 뿐이라고 쓰려했는데 점점 하나씩 더 튀어나오네...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을 주기 위해 세 번 이상으로 다시 좁혀야겠다 ! 

그렇게된다면 놀랍게도 란츠후트 뿐이다.

안되겠다 트라운슈타인을 진짜 조만간 한 번 가서 균형을 맞춰줘야겠다 ㅎㅎ

성 마틴 성당의 자태는 언제나...

 

뮌헨의 하늘은 온통 구름에 뒤덮여있었는데

란츠후트의 하늘은 푸르렀다.

나의 무의식이 나를 한층 평화로운 곳으로 이끌었다.

지난번과 다른 점이라면 낙엽이 많이 져있었다는것

 

다만, 애써 만들어온 나의 핑계거리는 다시 한 번 다음 방문의 핑계가 되어야할 운명이었는데

란츠후트 레지덴츠가 내부 보수작업에 들어있어서 언제 다시 열게될지 모른다고 했다.

기차를 탈 때 만큼이나 멋쩍게 웃으면서 트라우슈니츠(Trausnitz) 성으로 올랐다.

 

마을 아래로 군데군데 들어있는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성이 있는 언덕에는 이미 낙엽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이자르 강이 선물하는 여유로움

 

시원한 가을바람과 사부작사부작 낙엽밟는 소리를 느끼며 언덕배기를 내려와서

다시 이자르강에 돌아왔을때

강 건너로 보이는 성 마틴성당이 가을옷을 입은 란츠후트와 너무 잘 어울렸다.

 

짧은 산책을 마친 나는 더 머무르고싶다는 일말의 미련조차 없이 

가을 하늘만큼이나 청명한 마음으로 다시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D

 

끝.

[열세 번째 산책] 바이에른의 방패, 물의 도시 란츠후트

[아홉 번째 산책] 트라운슈타인에 내 마음을 옮겨 심다

[열네 번째 산책] 다시 또 한 번, 트라운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