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번째 산책①] 보기만해도 가슴이 울름울름, 쾰른보다 키가 큰 울름

그렇다. 지난 포스팅을 쾰시로 했더니 억지로라도 쾰른을 이야기하며 글을 시작하고싶었던거다.

하지만 아주 억지까지는 아닌게 오늘의 산책지 울름은 매번 찾을때마다 쾰른을 떠올리게되는걸...

아마 그런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거라고 믿는다. 

 

2인자의 슬픔이랄까...

 

[열다섯 번째 마시다] 추억이 가득 담긴, Früh Kölsch (프뤼 쾰쉬, 4.8%)

출처: 울름시 홈페이지

 

울름과 쾰른의 가장 눈에띄는 공통점은 단연코 높다란 첨탑을 가진 고딕풍의 대성당이다.

엄밀히 따지면 울름 대성당의 첨탑(161.5m)이 쾰른(157.4m)보다 높으니 1인자인가 싶기도 하다.

머지않아 사그라다파밀리아에 자리를 내어줄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 건축물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쾰른이라는 도시가 세계적으로 누리던 명성과 카톨릭계에서의 입지,

그리고 조금 더 이른 건축시기(쾰른: 1248-1880, 울름: 1377-1880) 때문인지 

울름 대성당은 독일 안에서조차 그 아름다움과 가치에 걸맞는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는것같다.

 

울름이 여행하기에 살짝 애매한 위치에 있는것도 한몫은 하고 말이다.

나야 그 주변에도 가보고싶은곳이 수두룩하지마는

저멀리 한국에서 날아온 사람들에게는 여행 동선짜기가 조금 애매한게 사실이다.

 

내가 사는 뮌헨에서도 가까운 곳은 아니지만 한 번에 가는 레기오날 노선이 있다.

물론 도이칠란드 티켓과 함께 오늘도 산책에 드는 교통비는 0 유로가 될거다 :D

반응형

---

가을녘에 날씨가 좋으면 엉덩이가 들썩이는걸 주체할 수가 없다.

머지않아 회색 구름무리가 하늘을 뒤덮을걸 뻔히 아는데 하늘이 선물한 귀한 하루를 낭비하다뇨...

울름을 다녀온 날은 발할라와 레겐스부르크를 열심히 쏘다니고 온 바로 다음날이다.

 

[스물세번째 산책②] 위대한 게르만인의 전당, 레겐스부르크 발할라

 

전날 상당히 많이 걸었던지라 집에서 쉴법도 하건만 레겐스부르크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을 가기로했다.

참고로 출국을 제외하면 저 울름 산책이 바이에른주를 처음으로 넘어서는거였다.

화창한 어느 가을날 일요일 아침

S-Bahn역에도 단풍이 ㅠㅠ

 

단풍이 워낙 예쁘게 들어있어서 집 근처만 산책했더라도 기분은 충분히 좋았을거지만

사실은 아침에 늦잠을 자버리는바람에 원래 참석하려던 오전 미사시간을 놓쳤을 뿐이고

'그렇담 가장 좋아하는 밤 9시 미사를 보기 전까지 잠깐 어디를 들러볼까' 하는 부지런함이 발동됐다.

 

이쯤되면 그냥 어딘가를 가기 위해서 억지로 핑계를 찾고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최애중 하나가 된 2462계 105, 벌레를 많이 잡아 앞이 꼬질하다

 

열차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지나다니는것만 본 신형 2462계는 지멘스에서 2018년부터 만들고있는 주력 열차인데

지금까지 만들어진 400여대 열차중 절반 이상이 해외에(이집트, 이스라엘) 수출되어있다.

 

독일에 있는 한 백여대중에 일부를 아우구스부르크 중심의 아베리오(Arverio) 사가 굴리고있어서

아우구스부르크를 들러가는 울름행 RE9에서 이 친구를 즐길 수 있었다.

승차감도 엄청 좋고 조용한데다가 바이에른지역의 파란 도장이 가을 하늘이랑 찰떡이다.

울름 중앙역에 내려보는건 처음이다

 

한참을 바이에른-슈바벤의 들판을 가로지르던 열차가 울름 중앙역에 미끄러져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울름에 기차타고 들어오는건 처음인것같다.

첫 방문때는 49유로 티켓 출시 전 학생들의 소중하고 거의 유일한 친구였던 플릭스버스로 왔었고

그 다음에는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길목에 차로 한 번 더 들렀었던것같다.

 

역에서부터 이미 저 멀리 울름의 랜드마크, 대성당 첨탑이 보인다.

바덴 뷔르템베르크는 기차역도 깔끔한것같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기차역이 뭔가 항상 깔끔하단말이지...

슈베비슈할, 하일브론 이런 곳도 중앙역 대중교통 승강장이 엄청 깔끔했던 기억이 난다.

고작 바이에른 주 경계를 넘은지 2분밖에 안되는 곳인데 왜이렇게 차이가 나는것같은지 모르겠다.

 

울름(Ulm)이라는 곳은 도나우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옛날부터 울름이던 지금의 울름과

강 건너편의 노이울름(Neu-Ulm)이라는 곳이 한 생활권을 만들어내는 도시다.

한 생활권이지만 재미있게도 서로 다른 연방주에 속해있는 이들,

울름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노이울름은 바이에른(Bayern) 소속이다.

 

무려 이것도 나폴레옹의 작품인데, 원래 신성로마제국의 자유제국도시(Reichsstadt) 지위를 갖던 울름은

1802년 나폴레옹 신질서의 압력 아래 울름은 바이에른의 부속령이 되었다.

그때부터 한동안 울름은 '바이에른 슈바벤(Bayerischen Provinz Schwaben)'의 행정수도로 있었지만

머지않아 또 한번 나폴레옹의 변심으로 뷔르템베르크 왕국(여기도 그무렵 승격)에 넘어간다.

 

바이에른과 뷔르템베르크 두 왕국은 1810년 파리에서 국경조약을 체결한다.

형식상으로는 두 국가간의 체결이지만 실질을 들여다보면 나폴레옹이 써준대로 합의한건데

서명한 장소가 파리인걸 감안하면 더욱 더 명백하다.

 

이 조약의 주된 내용은 바이에른 영토의 서쪽 부분을 뷔르템베르크에 넘겨주는 것.

바이에른도 사실 나폴레옹에 협력한 대가로 1805년과 1809년 두 차례에 걸쳐 

슈바벤 일부, 그리고 티롤과 잘츠부르크를 자신들 영토에 편입시킬 수 있었는데

다만, 1810년에는 바이에른이 떼어줄 차례가 된거다.

 

당시 나폴레옹의 원대한 플랜이 남독일에 강력한 3개국(바이에른, 뷔르템베르크, 바덴)을 만들어서

필요할때마다 군대를 징발하겠다는거였는데,

이를 위해 뷔르템베르크 왕국의 영토를 조금 확장할 필요가 있었고

부수적으로 신성로마제국에 아주 흔하던 역외영토를 없애 국경을 쭉 펼침으로써 관리를 편하게 하려했다.

뷔르템베르크 영토의 변천사

 

그 과정에서 대개 일러(Iller), 도나우(Donau), 타우버(Tauber) 강이 국경으로 활용되었고

이에 따라 울름은 바이에른과 뷔르템베르크가 나눠갖게 되었다.

나폴레옹이 맺어준 이 조약은 놀랍게도 단 한 차례의 변경 없이 지금까지도 주경계로 남아있다.

 

아무래도 오늘도 샛길로 많이 빠지는게 맘 편하게 글을 두 개로 쪼개는게 나을것도 같다.

---

기차역에서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길에 모르고있던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됐다.

울름은 아인슈타인의 출생지였던거다...! (1년 살았다고 한다 ㅎㅎ)

아무리 생가가 있던 곳임을 알리는 작은 기념비 하나만 서있다고는 하더라도

울름 방문 3회차만에야 이 사실을 알게되었다는게 확실히 기차타고 와본적이 없긴 한가보다. 

"여기 아인슈타인이 1879.3.14 세상에 올적 살았던 집이 있었노라"

 

모쪼록 저 기념비는 중앙역부터 대성당까지 나있는 아주 널찍한 보행자 전용도로에 뜬금없이 있는데

그냥 모르고 지나칠만도 한것같다... (그런들 별로 억울하지는 않을것같다 ㅎㅎ)

 

이 길을 따라 앞으로 조금만 더 가다보면 이제 대성당 첨탑이 점점 눈에 들어온다!

빼꼼

어에? 공사중이네

 

첨탑 위만 보일때는 몰랐는데, 아주 대대적으로 공사중인 울름 대성당.

교환학생때도 이게 공사중이었던가...? 그것까지는 기억이 안난다.

공사 작업자들의 작업장이 한쪽에 있다

 

성당 북편(정문기준 왼쪽)으로 공사하는 사람들의 상주 작업장이 있는걸 보면

아마도 먼 옛날부터 쭉 뭔가 사부작사부작 공사를 해왔던것 같기도 하다.

 

두근거리는, 혹은 울름거리는 마음으로 성당에 들어갔다.

종탑에를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다

 

대성당은 다른 여느 독일 성당들처럼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종교시설이 그게 맞다고 본다).

다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첨탑에 올라가는 입구인데 이건 유료다.

 

감사하게도 도착했을때 세 시가 넘어있었던지라 상부탑은 운영시간이 종료되었다.

높은곳 난간에 기대서있는걸 상당히 불안해(혹은 불행해)하는 나로서는

만약 여기가 열려있었다면 불행을 돈주고 사는 우스운 모양새를 감내하고서라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성당 탑을 올라야할지 크게 고민했을텐데 말이다...

(쾰른 대성당은 물론 올라가봤다. 교환학생있는동안 손님들이 올때마다 거길 가자했다)

너무 예쁜 모델... 엄마 나 이거 사줘!

 

아직 하부탑은 방문 가능한 시간이었지만 '나는 최고가 아니면 관심없어' 라고 나 자신을 속여넘겼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면 이렇게나 멋진 대성당 모형이 유리장 안에 들어있다.

어린시절 레고를 사랑했던 몸만 큰 소년으로서 홀린듯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종교개혁 이후로 아작났었던 주 제단, 그때와는 무관하지만 지금도 보수공사중이다

 

모형이 아무리 매혹적인들 성당만 할까... 

모처럼 들어온 제대로된 고딕양식의 대성당은 엄청나게 기품있었다.

천장까지 높다랗게 뻗어올라가는 기둥들이 줄지어 늘어선 사이를 걷고있으면 경외감이 절로 생긴다.

 

이게 고딕 대성전의 묘미지...

고딕 성당의 묘미

 

그러고보니 편의상 계속 울름 대성당이라고 부르고있기는 한데 울름은 성당이 아니다.

종교개혁의 물결이 독일을 휩쓸던 1530년, 제국령 자유도시 울름은 종교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86%의 득표로 울름은 개신교도의 도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울름 대성당 역시 루터교회의 예배당으로 전환되었고,

그래서 독어 표기도 Ulmer Dom이 아닌 Ulmer Münster를 사용하고 있다.

 

믿는 신이 결론적으로 동일하니만큼 부드럽게 넘어갔으면 좋으련만 

종교가 전환된 바로 이듬해인 1531년,

울름의 신교도들이 일으킨 성상파괴운동으로 울름성전은 심각한 손상을 입게된다.

물론 저 무렵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들의 갈등은 죽고사는 문제였기에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었다.

게다가 '우상숭배' 라는 테마는 지금까지도 개신교에서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인걸.

 

그나마 시 당국이 부속제단 소유주들(귀족들)에게 미리 귀띔을 주긴 줘서

조금 귀한 예술품들중 일부는 미리 인근지역 성당이나 예배당으로 옮겨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종교적 긴장과 그로인해 촉발된 공국들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한창 진행중이던 울름성전의 건축도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1543년에 완전하게 멈춰버리고 만다.

그 당시의 첨탑 높이는 약 100m정도였다고 하는데, 

지금의 160m 첨탑은 1844년에 다시 재개된 건축이 1890년에 마무리된 결과물이다.

입구쪽 벽 장식은 독수리 밭이다

 

다시 건물로 돌아오면, 입구쪽 벽에는 아마도 첨탑 증축과정에서 덮여버린거로 추정되는

프로이센-신성로마제국 독수리 깃발들이 그려져있었다. 

제국도시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호엔촐레른 가문의 발상지가 이 근방인것과 관련있을까...?

 

'울름이 누구의 영향 아래 있을때 새겨진겁니다' 간단한 설명 하나만 있으면 내 맘이 편해지거늘 ㅠㅠ

별것도 아닌게 참 궁금하다.

슈바벤 지역 역사는 잘 모르는데다가 복잡하기까지 해서 당최 가늠이 안된다.

 

이밖에도 오랜 종교건축물 답게 멋들어진 가문 문장들이 아주 많았는데 식별 가능한게 별로 없었다.

성당의 후미부, 지금은 제단부로 활용되고 있다

임시제단

 

울름 대성당에는 입구쪽 주탑 말고도 성가대쪽에 두 개의 종탑이 더 있는데 역시 보수중이다.

성당 내부에서도 작업이 필요한지 메인 제단부 진입로가 비계로 거의 막혀있다.

그래서 그런건지 성당 후미부로 임시제단을 빼와서 예배를 드리는것같다.

 

오르간이 뿜어내는 소리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예배도 나쁘지만은 않겠지 싶다.

728x90

주회랑 상단 창

주 제단과 스테인드글라스, 의외로 성화가 전시되어있다

 

거대한 열주들로 그렇지않아도 충분히 장엄하고 멋진 고딕 대성당을 더 아름답게 해주는건 '빛'이다.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리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정말이지 고딕 건축물의 하이라이트인것같다.

 

때마침 고딕이라는 건축양식이 시작되던 중세에는 빛이 곧잘 신성과 연관지어지곤 했다.

정말 완벽한 시대적 매칭이 아닐 수 없다.

 

주제단의 스테인드글라스(Glasmalerei)는 성상파괴를 이겨낸 중세 오리지널 원본인데

2차대전 당시에는 미리 분해해서 따로 보관해둔 덕분에 울름 대폭격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성당 측면창들은 성당이 직접 폭격받지는 않았음에도

인근 폭발의 충격들로 완전히 산산조각나서 지금도 새로 (기부받아서) 만들고 있다.

기부를 요청하는 안내팻말

 

규모있는 성당으로 지어진 건물답게 주 제단에는 어김없이 성가대석이 설치되어있다.

어두운 계열의 가구를 좋아하는 나는 이 부분이 예쁜 성당에 매료되곤 한다.

떡갈나무로 만들어진 이곳의 고풍스러운 성가석은 독일에서 제일 귀한 고딕풍 성가석중 하나라고 한다.

고딕 성당은 성가석마저 고딕풍으로

모양이 똑같은게 절대 없다

 

나의 취향과는 별개로 성가대석을 볼때마다 매번 나를 찾아오는 감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것들을 만든 조각가들에 대한 연민이다.

물론... 뿌듯함과 수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업하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지는건

수십개가 되는 좌석 각각에 조각된 인물상, 동물 조각들중에 동일하게 생긴게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 많은 성인들에 대한 모티브를 따올것이며... 

동물로 부족하면 상상의 동물, 전설과 신화속의 존재까지 동원해가면서 조각해야했을 이들이 존경스럽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공부를 얼마나 많이하고, 머리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채워넣었을까...

 

그런 측면에서도 화가, 조각가 같은 사람들은 진정 예술가다.

엉덩이받침대

 

성가대석의 의자는 들었다놨다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카톨릭 미사를 봐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일어섰다가 앉았다가를 무수히 반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없는 행위이지만 유럽에서는 성찬전례중에는 무릎을 꿇기도 해야한다.

 

그나마도 평신도들은 간간이 앉기라도 하지, 성가대원들은 정말 온종일 서서 노래해야했는데

중간중간 눈치껏 엉덩이를 의자에 기대어 쉬어주기라도 하라고 엉덩이-허리부분에 받침을 만들어둔다.

아주 조그마한 배려인 셈.

 

물론 조각가 선생님들은 저 모든 받침 장식도 각기 다르게 조각해내야한다 :D

Besserer 예배당을 들어가는 입구는 아주 우아한 성가대석의 사이공간이다

 

성가대 양옆 공간으로는 작은 개인 예배당이 위치해있다 하는데 그중 한 곳은 입구가 열려있다.

울름의 명문귀족가문 Besserer Familie의 프라이빗 예배당이다.

주 제단을 넘어서 성가석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이 무시무시한 위치에 예배당을 가진 가문은 

도시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기 마련인데, 역시나 대대로 울름 시장(Bürgermeister)을 배출한 그런 집안이다.

 

바이에른 왕국군 장군들을 많이 배출하기도 한 이 가문은 결국 이번세기들어 대가 끊겼다고 한다.

은으로된 잔이 가문의 문장이다.

16세기초 베서러 가문 계도

누군지는 모르겠다마는

 

주 제단을 구경하고 다시 회랑으로 나왔다. 

처음 회랑을 볼 때는 거대한 공간 자체만 눈에 들어오더니 이번에는 디테일들이 조금씩 보인다.

 

수직에 미친 고딕양식 성당답게 역시 설교단도 뾰족뾰족하게 위로 솟아있고(멋지다...)

세례반도 비슷한 느낌을 담아내고있다.

고딕 설교단(Kanzelkorb)

세례반

 

잠깐 교회당 의자에 앉아 짧게 기도하고서는 이제 울름 시내를 조금 걸어볼까 싶어 출구로 향한다.

출구쪽에는 일종의 전시같은게 있다.

첨탑을 그린 그림과 한때는 건물 외벽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있었을 돌조각들이다.

이런건 좀 내 취향에 맞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돌들은 판매용이었다...

Zu verkaufen, Originalfragmente vom Ulmer Münster (팝니다, 울름대성당 파편 진본)

가격과 정보는 뮌스터상점에 문의하라는 이 판매용 조각들...

 

이 조각이 물론 이미 파괴된 잔해들이라는점과

판매 수익금이 복원공사나 자선사업같은 '좋은데' 쓰일거라는걸 믿어 의심치는 않는데...

그래도 문화재의 일부였던걸 이렇게 쉽게 팔고있다는게 약간은 충격적...

 

내가 하나 살까...?

울름대성당 조각 팝니다

 

그 혼돈의 장면 옆에는 옛 성당 사진들이 전시되어있었다.

각각 1860, 74, 81, 87년에 찍힌 이 사진들은 울름 대성당이 높아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재밌는 사료다. 

60년(안보임)과 74년 사진, 아직 낮은 첨탑을 갖고있다

81년과 87년의 모습

 

이 사진들을 마지막으로 (돌을 살 수 있는 상점을 통해) 성당문을 나섰다.

성당 바깥으로 낙엽이 예쁘게 져서 가을빛이 완연한게 평화로운 느낌이 난다.

 

그나저나, 그 지난한 종교갈등을 뒤로한 오늘날 울름은 다른 여느 도시들처럼

더이상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는 그런 도시가 되었다.

(사실 이제는 그 나머지 절반 이하의 사람들 중에서는 카톨릭이 다수라는것같다)

 

뭐가되었든 세상사람들이 서로 다툴 이유를 조금 덜 찾게되기를 바랄 따름...

성당 앞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이렇게 마음의 고향 쾰른의 그것보다도 더 높다는 성당을 (올라가지 않고서도) 잘 둘러본 산책자는

이제 수로를 따라 난 울름의 가을빛 완연한 골목을 누비러 갈 차례다 :D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