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듣다] BRSO - Sir Simon Rattle : Tristan und Isolde II.

오늘도 다시 한 번 Gasteig HP8

 

생각보다 공연장에 많이 일찍 도착했다.

아직 산책일기로 쓰지는 않았지만 이날은 아우크스부르크를 조금 걷고 왔었다.

 

출발하기 전에 '절대 공연시간에 늦지 않게 돌아와야한다' 고 마음을 몇 번씩 다잡은게 무색히도

거의 두 시간여를 일찍 도착하게된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지분이 가장 큰건 '빠른 일몰' 이었다.

 

하나 잊은게 있다면 밥에 대한 생각이었다.

공연장에 다다라서야 꼬르륵 소리와 함께 뭔가를 먹어야하려나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단순히 생각을 넘어서 살짝이나마 걱정까지 되었던 까닭은

그 꼬르륵 소리마저 누군가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는곳이 공연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두가 함께 들으러 온 공연장에서 소리내는 사람(관크)을 극히 혐오한다.

휴대폰, 기침, 프로그램북 떨어뜨리는 소리를 넘어서 의자 삐걱이는 소리 옷 바스락거리는 소리

귓속말하는 치들과 여운을 부숴버리는 때이른 박수소리까지.

가방 지퍼여는 소리와 목아픔을 덜겠다고 사탕봉지를 바스락거리는것도 있다 ㅠㅠ

 

어떻게 해야 이들을 공연장에 발도 못들이게 할 수 있을까...

(해외 이런저런 공연장을 많이 다녀보면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다 ㅠㅠ)

 

나는 음악에 빠져있을 다른 사람들을 현실세계로 끌어올리는 파렴치한이 되고싶지 않아서

보통 감기가 심하게 들면 애초에 눈물을 머금고 티켓을 취소하거나 양도하는 편이고

공연장 의자에 자리잡고 앉은 이후부터는 모든 소리가 사라질때까지 처음 앉은자세 그대로 붙어있다 온다.

 

지금도 내 감상을 방해해온 치들을 생각하니 속이 끓는데

이 분노가 별거 아닌 내 꼬르륵 소리에서 시작했다라는게 헛웃음이 나온다.

여유롭기만한 이 독일에서의 일상 안에서도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 깊은 평화는 요원하기만 한가보다.

 

HP8 카페가 나쁘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던지라 뭐라도 사서 먹을까 하다가 그냥

가방에서 뭉개지고있던 바나나와 마시다 남은 녹차로 허기를 밤까지 미뤄두기로 했다.

스크린에 앞으로의 공연 정보가 떠 있다. 모두 내가 볼 것들이다

 

로비 한켠에 서서 다른 일찍온 사람들은 뭘 하나 조금 구경을 하다가

결국은 거의 둘이 온 사람이 많길래 위 도서관이나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올라가는길 입구쪽에는 안내용 스크린이 설치되어있는데 앞으로의 공연 정보가 떠 있었다.

무려 한 개는 조성진이 피아노 협연자로 나오는 자선콘서트라 전광판만 봐도 두근거리는데,

 

두 공연 모두 이미 내가 티켓을 실물로 예쁘게 들고있는 상태였다 :D

프로그램북을 샀다

 

프로그램북도 사서 시립도서관 열람실로 올라갔다.

한국에서는 프로그램북을 모조리 사서 모으지만 여기에서는 어지간하면 사지 않고있다.

나중에 한국갈때 짐이될까봐 그렇다.

 

돈이 아깝지는 않은게 한국 프로그램북보다 싸거나 비슷한 가격(3.5유로)에 

수록된 글이나 정보는 비교가 안되게 알차고 깊이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되도록 꼭 사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한 케이스는 내가 아주아주 기대한 공연일테고

다른 하나는 '가사가 중요한 작품' 일 경우에도 그렇다.

 

오늘 공연에서는 존경하는 바그너 선생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2막이 콘서트 오페라로 올려진다.

바그너가 직접 가사 작업을 한 오페라이자 가장 난해하기도 한 이 작품에는 프로그램북이 허락된다.

오늘의 자리, 2층 정면이다

 

입장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고 나도 천천히 내 자리를 찾아갔다.

오늘의 자리는 2층 정면, Isarphilharmonie에서 가장 먼 구역이지만 그마저도 가깝다.

지금 이 시점(6월)에는 거의 모든 자리에 한 번씩은 다 앉아봤는데 크게 불만족스러운 자리가 없었다.

 

참 잘 만든 임시공연장이다.

[열세 번째 듣다] Münchner Philharmoniker - Lahav Shani : Bach

무대를 가득메운 악기들을 보니 바그너인게 실감이 난다

 

바그너나 브루크너, 말러 이런 거장들의 작품이 올려지는 날 공연장에 들어오면

연주자들이 들어차지 않은 빈 무대만 봐도 가슴 한 켠이 웅장해진다.

 

그날 사용될 수많은 악기들과, 연주자들로 곧 채워질 깜장 의자들을 보는데서 이미 감동이 시작된달까.

쉼없이 달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2막

 

연주 자체는 평이했던것같다.

BRSO야 뭐 여느때처럼 군더더기없이 훌륭한 연주를 보여줬는데 특히 금관부가 정말 잘했다.

다만, 의외로 감흥이 없었던 파트가 바로 주인공 트리스탄 역의 Stuart Skelton...

 

이 오페라에서 트리스탄은 바그너가 자신을 투영해서 만든 캐릭터인만큼 

처절하고 강렬한 감정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인데 

나이가 나이인건지 스튜어트 스켈턴 아저씨의 호소력이 너무 약했다. 

 

오케스트라에 치이고 이졸데에 묻히고(사실 줄거리상 트리스탄이 별로 하는게 없긴 하지)

심지어는 마르케 왕, 시녀 그리고 멜롯같은 조연들한테도 모두 가려버리니 감흥이 좀 떨어진다.

 

연주도 사실 약간은 긴장과 처절한 느낌보다는 우아한 느낌이 강했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 이외에는 역시 흠잡기 어려운 조합인지라 트리스탄 2막을 즐기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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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사랑의 묘약을 마신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커플의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중세시대부터 내려오던 일종의 전설같은 이야기인데 바그너가 직접 내용을 손보면서 만들어냈다.

 

배경은 영국의 남서쪽 땅끝 콘월이다.

다만, 원래의 전설은 앞부분에도 상당히 힘을 많이 주었다마는

후술할 사유로 사랑에 미쳐있던 바그너에겐 그 부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기때문에 분량상 날려버린다.

 

날려버린 부분 줄거리

이졸데의 약혼자이자 아일랜드의 기사 모롤트는 콘월에 와서 조공을 요구하지만,
콘월의 왕 마르케(Marke)는 이를 들어줄 생각이 없고 자신의 조카 트리스탄을 시켜 싸우게 한다.
트리스탄은 모롤트와 싸워 그를 죽이는데에는 성공했지만 자신도 크게 다쳤다.
이졸데는 아주 유명한 의술사였는데 트리스탄은 부상을 치유하기 위해 가명으로 그녀를 찾아간다.
(가명은 무려 탄트리스, Tantris...)

대충지은 가명이 무색히도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알아보고 복수를 하고자 하지만
머지않아 두 젊은 남녀 사이에 감정이 싹트는 바람에 잘 치료해줘서 돌려보낸다.

 

1막 줄거리

 

콘월의 왕 마르케는 이졸데를 신부로 맞기 위해 그녀를 데려올 특사로 트리스탄을 파견한다.
(양심도없지... 자기가 트리스탄 시켜서 약혼자 죽이라고 시켜놓고)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동안 이졸데는 마르케의 궁전에서 살 생각에 막막하다.
심지어 트리스탄을 향한 마음은 이루어질 수도 없다.
차라리 모롤트의 복수도 할겸 죽는게 낫겠다 싶은 그녀는 하녀 브랑게네를 시켜 독약을 준비한다.

그리고 배가 콘월에 닿아서 하선할 시간이 되자 이졸데는 트리스탄에게 '같이 죽자'를 시전한다.
트리스탄도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살게 비참한지 군소리 없이 독약병을 받아서 반을 마셨다.
그리고 이졸데도 남은 반을 받아서 자기 입에 털어넣는다.

문제는 하녀 브랑게네가 건네준건 독약이 아니라 사랑의 묘약이었다.
오히려 더 활활 불타오르는 사랑을 하게된 그들이 끌어안으며 막이 내린다.

사랑의 묘약을 마시려는 두 남녀

2막 줄거리

 

마르케의 성, 밤이 찾아왔다.
이졸데는 오늘도 브랑게네의 경고를 무시하고 신호를 보내 트리스탄을 불러들인다.
브랑게네의 경고는 마르케의 충직한 신하 멜롯(Melot)을 경계해야한다는 거였다.

신호를 보고 등장한 트리스탄은 이졸데와 부둥켜안고 그 유명한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길다).
대충 그들이 마음을 숨겨야하는 낮을 한탄하고, 사랑이 허락된 시간 밤을 찬양하는 내용 등이다.

이중창의 끝 무렵 브랑게네는 다시 어둠이 물러가는걸 경고하기 시작하는데
머지않아 멜롯에게 이끌려온 마르케 왕이 한쪽에서 등장한다.
마르케는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트리스탄의 배신에 큰 충격을 받고, 
트리스탄은 거기에다가 대고 심지어 이졸데가 자기랑 재혼해서 떠나게 해달라고 간청까지 한다.

이 커플은 이제 사실상 죽을 각오를 해버리는데,
트리스탄은 칼을 들고서는 의도적으로 멜롯을 자극한다.
멜럿이 같은 방법으로 맞서려 하자 그 순간 트리스탄은 자신의 무기를 버리고 찔려버린다.

 

3막 줄거리

 

중상을 입은 트리스탄은 브르타뉴의 카레올(Kareol) 성에서 치료받으면서(죽어가고있다).
병상에 누워 광인처럼 지난 날들을 돌아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트리스탄의 하인 쿠르베날이 부른 이졸데가 성에 도착한다.
기쁨에 넘쳐 트리스탄은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이졸데를 끌어안고는 결국 숨을 거둔다.
이졸데 역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러는사이 성으로 배가 한 대 더 도착하는데 거기에는 멜럿과 마르케왕이 타고있다.
쿠르베날은 이들이 트리스탄을 마지막까지 벌하러 온줄알고 멜럿과 싸우는데 둘 다 죽는다...

알고보니 마르케 왕은 이 모든 일이 사랑의묘약 때문이라는걸 알고서는 그들을 맺어주러 왔는데
이미 죽어버린 트리스탄을 보고 황망하다.
마르케 왕의 인기척에 깨어난 이졸데는 누워있는 트리스탄을 바라보며 찬양하다가 
일종의 환희와도 같은 어떤 감정속에 마찬가지로 트리스탄에게 포개 쓰러져 숨을 거둔다.

 

그리고 오늘 이 공연에서 사이먼 래틀경이 다른 부분이 아니라 2막을 콘서트 오페라로 올린데는

2막이 바그너 자신이 하고싶던 말들이 가장 집약적으로 모여있는 중요한 파트이기 때문이다.

 

바그네리안들이 바그너 최고의 역작으로 꼽는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는

그의 인생사가 가장 흥미로운 시기에 접어들면서 탄생하게 되었다.

철두철미하게 유교사상에 입각해서 본다면 그 당시 이 남자는 정말이지 '막장'이었다.

Richard Wagner(1813-1883)

 

아무래도 바그너는 남의 여자를 사랑하는 그런 벽이 있었던것같다(혹은 젊은 여자라던지).

 

1852년, 4년 전 드레스덴 혁명에 가담한 죄로 작센왕국의 지명수배자가 되어 국외를 전전하던 바그너에게

(작센왕국 밖에서는 딱히 효력은 없다는게 구 신성로마제국 시스템의 매력적인 잔재지만)

소중한 후견인이 나타났다.

 

Otto Wesendonck(오토 베젠동크)라는 이름의 그 후원자는 비단장사로 돈을 모은 취리히 사람이었는데,

바그너의 열열한 팬이었던고로 그가 취리히에 머무르면서 음악활동을 이어가게끔 거처도 마련해줬다.

그리고 베젠동크씨에게는 마틸데(Mathilde)라는 예쁘고 젊은 부인이 있었다.

(오토는 1815년생이었으니 나이차가 열세살 나는 부인이다)

그녀 역시 남편과 마찬가지로 바그너의 열열한 숭배자였다(당시로서는 흔한 현상이다마는).

 

그리고 바그너는 그녀에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Mathilde Wesendonck(1828-1902)

 

바그너는 마틸데를 처음 보는 자리에서부터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바그너의 마음속에서 그 감정이 정렬적인 사랑으로까지 발전해버렸다는데 있지만...

 

1854년 바그너가 수기로 작성한 발퀴레 1막 초안본에 그 마음이 명백하게 나와있다고 하는데,

거기에는 G.s.M!(Gesegnet sei Mathilde, 마틸데에게 축복을), 

W.d.n.w.,G!!!(Wenn du nicht wärst, Geliebte!!!, 내 사랑 당신이 아니었더라면)와 같이

마틸데를 향한 마음이 담긴 축약어들이 곳곳에 적혀있다고 한다.

 

베젠동크 부인이 바그너의 마음에 응답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져있지는 않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54년부터 약 3년정도는 바그너가 마틸데에 대한 구애를 멈췄는데,

적어도 그 기간동안에는 어떠한 서한, 메모같은 것도 남아있지 않다.

 

그 사이 바그너는 계속 작곡중이던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 작곡을 잠시 접고 트리스탄 작업에 착수했다.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여 가슴이 찢어지는 경험을 하고있던 그에게

트리스탄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왔을거다.

 

바그너-마틸데-오토 베젠동크의 관계는 그렇게 바그너의 손끝에서 트리스탄-이졸데-마르케로 형상화된다.

 

여느때처럼 직접 대본 작업에 착수했지만 특히 2막에는 더 많은 공을 들인것 같다.

주인공들의 감정표현에 유달리 많은 분량이 할애된 이 두 번째 막에서는 

별다른 스토리상의 진전 없이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마치 바그너 자신의 절규라도 되는마냥 한탄한다.

 

1855년에 착수한 대본작업은 57년에 마무리되었고 그해 가을 작곡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다시 베젠동크를 향한 바그너의 구애도 함께 재개되었다.

심지어 58년에는 마틸데가 쓴 시에(베젠동크 부인은 시인이었다) 직접 곡을 입힌

'Wesendonck Lieder(베젠동크 가곡집)'을 그녀에게 헌정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보면 바그너는 그저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던거지 마음을 식히지는 않았던것같다.

오히려 이 감정에 깊이 빠져들어 자신을 불사른 끝에

이듬해인 58년 7월 1년도 되지않아 트리스탄이라는 대작의 초안을 완성할 수 있었다.

 

58년즈음이 되면 온 세상이 바그너의 사랑의 감정을 알아차리게되고

사람들의 숙덕거림에 바그너가 더 이상 취리히에 살기 어려울 지경에 이른다.

 

물론, 부인인 민나(Minna)도 남편이 다른 여자를 뜨겁게 사모한다는 사실을 견디기 어려웠다.

민나는 바그너와 이혼한 후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보고 '참으로 사랑스럽고도 역한 쌍이다' 라고 코멘트한다.

 

결국 이들의 관계는 견디다 못한 오토 베젠동크의 개입으로 유야무야 끝나게 되는데

바그너의 타인의 아내를 향한 몹쓸 버릇은 여기서 끝나지를 못한다.

바그너와 둘째 부인 코지마 바그너

 

결국 이번에는 남의 아내를 뺏어 결혼까지 해낸 바그너의 불륜상대는 코지마 바그너,

자신의 지휘 수제자인 한스 폰 뷜로(Hans von Bülow)의 부인이자 그 유명한 리스트의 딸이다.

 

뷜로우는 1857년, 그러니깐 바그너가 마틸데에 대한 사랑을 불태울 무렵 코지마와 결혼했다.

 

사실 코지마와 뷜로의 결혼 자체가 조금 기형적이기는 했다.

실력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전문 지휘자로서 리스트에게 인정받아 딸을 소개받기는 했지만

코지마는 결혼 전부터 이미 바그너에 미쳐있었다(바그너는 당시 아이돌이었으니깐).

 

정작 그들이 결혼한건 뷜로가 바그너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의 수제자가 되기를 자청하면서

뷜로우와의 혼인이 코지마에게도 바그너에 대한 팬심을 약간 실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결혼 이후에 코지마는 바그너와 자주 대면할 수 있게 되었고 팬심은 더욱 깊어진다.

 

충격적이게도 내연관계로 발전한 이 둘 사이에서 1865년 딸이 태어나는데

바그너는 딸 이름을 '이졸데' 라고 짓는다.

그리고 1967년에는 또 한명의 딸 '에바' 가 태어났다.

 

뷜로우는 자녀까지 태어나는 스승과 부인의 내연관계를 알고서도 묵인하려고 애썼다.

심지어 이졸데가 태어나던 1865년에는 바그너를 위해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초연을 준비하던 무렵이다...

한스 폰 뷜로 남작(귀족이다)

 

대체 뷜로우는 얼마나 오장육부가 끊어지는 기분으로 살아갔을까...

1869년 결국 뷜로우는 코지마와 이혼했다(해줬다에 가깝겠지).

다행일지는 몰라도 나중에 뷜로우 선생도 82년에 스물일곱살 연하 배우와 재혼에 성공한다.

 

그나저나 뷜로우가 이빨을 꽉 깨물고 진행해야했던 이 초연도 유명한데,

바그너의 광팬이던 루트비히 2세가 즉위(64년)하자마자 '바그너 데려와' 를 명했고

끌려온 뮌헨에서 왕을 등에업고 그동안 '너무 난해하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하던 초연을 해치웠다.

 

한 왕국의 국왕이라는 대단한 후원자를 갖게된 이 시점이 바그너와 바이에른 인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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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2막은 이런 배경을 안고있다.

그런 탓에 이 부분은 콘서트오페라에 적합하다.

 

콘서트오페라란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이외에 일체의 무대장치나 연출이 없는 오페라 공연을 말한다.

오페라로 작곡된 곡에서 연기를 빼버린다는 점에서 찬반이 갈리지만

정작 몇몇 음악가들조차도 오히려 곡 자체에 더 집중해 깊은 감정을 실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관객 입장에서야 시각적인 즐거움이 빠지니 가뜩이나 쉽지 않은 장르 오페라가 더 멀어질수는 있겠다.

나는 콘서트오페라를 좋아하는데, 오페라 특성상 대규모 프로젝트가 되는 까닭에

평소에 보고싶은 오페라 작품을 그렇게 쉬이 볼 수는 없는데

콘서트오페라가 올려지면 전체 작품은 아닐지언정 단편적으로나마 이렇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이야기가 잠깐 샜는데 이 작품이 콘서트오페라에 적합한 이유는

조금 과장을 섞자면 어차피 주인공들의 감정토로가 주를 이루는, 줄거리 진행이 더딘 막이기 때문에

성악곡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이기도 하고,

 

바그너 자신이 이 작품에 대해서 언급할 때 '마치 교향곡을 작곡하는 기분으로 했다'고 할 정도로

오페라 자체가 상당히 음악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마치, 관현악단이 이 모든 진행의 중심이고 성악가들마저 오케스트라의 일부같이 느껴지는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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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바그너의 인생사에 너무 중요한 작품을 리뷰하다보니 길어지기도 길어진데다가

예술가의 인생에서 오는 이 혼란을 나라는 범인이 이해하기는 너무 어려운지 피곤하다...

 

오늘의 글은 이렇게 황급히 호로록 정리해버려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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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정보

공연장 : Isarphilharmonie, HP8

 

Richard Wagner

- Tristan und Isolde, 2. Aufzug Konzertante Aufführung

 

지휘 : Sir Simon Rattle

연주 : 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테너 : Stuart Skelton(Tristan)

소프라노 : Lise Davidsen(Isolde)

메조소프라노 : Karen Cargill(Brangäne)

베이스 : Christof Fischesser(König Marke)

바리톤 : Sean Michael Plumb(Melot, Kurwe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