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듣다] BRSO & Franz Welser-Möst

존경하는 지휘자중 한 분, Franz Welser-Möst

 

지금으로부터 거진 두 달 전 가을날이었는데, 저 날을 정말이지 많이도 기다렸었다.

10월을 전체를 통틀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공연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공연이었는데

사실 매우 이례적이게도 10월에 공연장을 찾은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ㅋㅋㅋ

(이 공연 보겠다고 진즉 떠나려던 스페인여행도 뒤로 살짝 미뤘다)

 

그렇게까지 많은 기대를 했던 이유는

객원지휘자가 내가 좋아하는 '프란츠 벨저 뫼스트(Franz Welser-Möst)' 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느끼는 벨저뫼스트의 곡 해석들은 대개 정갈하면서도 강렬한데

한 음악가가 모두 거머쥐고 살아간다는게 그렇게 쉽지 않은 덕목이다.

 

그 두 특성이 함께 발현된 음악이 내게 달라들때는 온몸에 긴장감이 맴돈다.

어우... 뭐라 표현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긴장을 풀었다가는 내 몸 어느 관절 사이로 감정이 터져나갈지도 모른다는 걱정마저 든다.

시시하게 느껴지는 법이 좀처럼 없으면서도 결코 사람을 물리게하는 법은 없는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벨저뫼스트라고 생각한다.

항상 꼿꼿한 이 할아버지

 

내친김에 이 젊은 할아버님 소개를 살짝 하고 지나가도 좋겠다.

지휘하는 내내 허리가 좀처럼 구부러지는 법이 없는 바른자세의 이 할아버님은 

1960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태어났다.

그러고보니 브루크너가 린츠 출신인데 터가 괜찮은가보다.

 

음... 일단 보류하겠다. 

히틀러도 린츠 근처의 국경마을 태생이다.

(그래서 히틀러가 또 이미 돌아가시고 없는 브루크너 선생님 음악을 또 각별히 아꼈었나)

 

뫼스트 할아버지의 본명은 Franz Leopold Maria Möst(프란츠 레오폴트 마리아 뫼스트)다.

이름이 긴거 보니 귀족가의 피가 흐를거라고 추측해볼수 있겠지만 확신까지는 불가

적어도 부모님이 잘 살기는 했는데, 어머니가 전후 오스트리아 공화국의 의원이었다.

(아버지는 의사 !!)

 

지금 사용하는 'Welser(벨저)' 라는 미들네임은 일종의 예명인데

청년기를 보낸 린츠 근처의 소도시 'Wels(벨스)' 에서 따왔다고 한다.

데뷔는 LPO(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했는데 끝이 썩 좋지 못했다.

단원들이랑 그렇게 사이가 안좋았다고... 

(LSO,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다르다. LPO보다 한 수 위의 오케임)

 

지금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있는데, 무려 2002년부터 장기근속중이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그 당시에도 이미 수준급이긴 했는데

벨저뫼스트랑 함께 또 한번의 성장가도를 걷게된다.

(물론 취임하자마자 단원들과 대격돌, 일부 고인물들을 시원하게 숙청해버린다)

 

오스트리아 태생 유명 지휘자다보니 빈필과의 인연이 또 각별하다.

올 시즌에도 말러 대지의노래가 잡혀있어서 잔뜩 기대하고있다 ㅠㅠ

빈필과 인연이 깊은 지휘자이다보니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도 거의 고정출몰하시는데

(잘츠부르크 출생인 카라얀만 하겠냐마는 요즘 오스트리아 출신 지휘자가 잘 안떠오른다)

그러고보니 올해 축제에는 공연을 안서긴 했다(또 누구랑 싸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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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뮌헨은 이런 색을 하고있다

 

저날 집을 나서는데 10월의 독일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심지어 집앞에서 조금만 더 나가면 저 멀리 알프스까지 내다보이는데 

초저녁 햇살을 머금은 가을날의 들판은 먹먹한 감동을 줬었다.

사실 우리가 음악을 듣고 미술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하는게 다 마음을 움직이고자 하는건데

가끔은 그 목적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걸 느낄때가 있다.

 

저 날도 그런 날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공연은 보러 가야지 ㅎㅎ

무슨일을 벌이고있는거냐

 

타야하는 버스를 놓쳤다.

MVV 버스의 농간 때문이었다 ㅋㅋㅋ 나는 시간맞춰 왔건만!!!

으레 그러하듯 공사때문이겠지만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버스정류장이 바뀌었으면

원래 정류장에도 안내문구를 붙여놔야지

임시정류장에만 딱 붙여놓으면 대체 누가 찾아간단말이냐...

 

그나마 버스가 평소에 가지않는 골목으로 꺾는걸 보고 그쪽으로 가봐서 망정이지 ㅠㅠ 

내가 여기로 오는걸 본 공연장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나를 따라왔다.

다행이도 다음 버스는 잡아탈수있어서 19:59에 버스정류장에 내렸고

정신 나가기 직전까지 힘을 쥐어짜내 뛰어서 간신히 공연장에 입성했었다.

티켓샷도 쉬는시간에야 찍을수있었지

 

오늘의 프로그램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Prokofiev) 교향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모두 교향곡으로만 채워진 공연이다(넘좋아 ㅠㅠ).

 

차 5번은 너무 유명하니 프로코피예프 곡에 대해서만 조금 써볼까 싶다.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2번은 그의 30대 초반에 작곡된 곡이다.

음악의 혁명가였을지언정 정치적으로는 도통 관심이 없던 당시의 프로코피예프는

1917년 러시아에 혁명이 불어닥치고 그 직후 1차대전까지 일어나자

그 혼란의 시기를 피해 미국으로 옮겨가서 살았다(1918~1922).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그의 혁명적인 음악스타일로 제법 명성을 얻긴 했건만

아쉽게도 미국인들이 프로코피예프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는 않았는데

환멸감 속에서 프로코피예프는 이렇게까지 말한다.

"내가 거기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그 아이, 미국이라는 꼬마는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이기엔 미성숙하다."

 

프로코피예프는 1923년 결국 파리로 다시 한 번 이주를 한다.

20세기 아방가르드의 본거지 파리에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 그는

몇몇 작업 이후 교향곡 2번 작곡에 돌입한다.

 

사실 파리지앵들은 교향곡이라는 장르를 아주 고리타분한 과거의 장르로 취급하긴 했지만

이 청년은 교향곡을 강행했다.

 

완벽주의 성향때문에 작업속도가 매우 더뎠다고 하는데

그렇게 9개월간 섬세하게 음색을 가다듬은 끝에 2번 교향곡이 세상에 나왔다.

들어보면 상당히 진취적인 음배열이 사용되고있는데 

스타워즈같이 음산한 장면이 있는 공상과학영화에 잘 어울릴법 하다.

(프로코피옢은 나중에 정말 영화음악을 쓴다)

 

사실 100년전인 1925년 파리 초연에서 본인과 청중 모두가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불만족스러운 자평을 남기고는 개정작업까지 시도한 작품이지만

결국 완성시키지 못한채로 세상을 떠났기에 오히려 평생을 함께한 곡이기도 하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대부분의 클래식 애호가들과 마찬가지로 2악장 도입부다.

이 교향곡은 단 두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1악장의 종결부에서 2악장의 주제선율로 이어지는 그 순간이 엄청 인상적인 곡이다.

 

첫 악장은 혼돈으로 가득하다.

불협화음과 알수없는 활기 속에서 주제부가 말그대로 너덜너덜해지는데

결국은 마지막에 마치 '제대로 찢었다'는 듯한 최후의 팡파레와 함께 정적이 찾아온다.

 

그리고 2악장의 새로운 주제가 찾아온다.

현과 클라리넷의 고요한 흔들림 위에 오보에가 선율을 그려내기 시작하면

눈앞에 잠시 황혼이 펼쳐진다. 

 

음악은 여섯번의 변주 끝에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오는데

주제부와 함께 모든 소리가 어느순간 사그라들며 곡이 마무리된다.

Gergiev & LSO (2004)

 

내가 즐겨 듣는 음반은 게르기예프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와 작업한 04년 음반이다.

공교롭게도 오늘의 이전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의 가장 최근 프로코피예프 2번 교향곡이

게르기예프와 함께한 1989년 6월 공연이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난 후 BRSO와 뫼스트

 

아직까지 프로코피예프 2번은 감히 감상평을 내놓을만큼 잘 알지 못한다.

그냥 정말 압도되었다는 짧은 소감정도만 남겨본다.

차이코프스키 5번은 더할나위없이 훌륭했다.

나와 다른날에 공연을 다녀온 다른 친구도 근래 들은 가장 훌륭한 차5였다는데 동의했다.

 

근엄한 자세로 서 그렇게 많지 않은 움직임으로 악단을 휘어잡은채

곡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마이크로디렉팅하는 벨저뫼스트의 모습은 정말 신비롭단말이지...

6월에 꼭 빈 무직페어아인(Musikverein)을 한 번 추진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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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정보

공연장 : Isarphilharmonie, HP8

 

Sergei Prokofjew

 - Symphonie Nr. 2 d-Moll, op.40

Peter I. Tschaikowsky

 - Symphonie Nr. 5 e-Moll, op.64

 

지휘 : Franz Welser-Möst

연주 : 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BR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