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산책] 올림피아파크 산책 그리고 올림픽

뮌헨에 수도없이 많은게 공원이지만

그 중에 존재감으로 따지면 영국정원과 올림피아파크 만한게 없다.

 

Olympiapark München

 

이름에서 쉽게 유추되지만, 당연하게도 1972년 뮌헨 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졌다.

뭐 우리 올림픽공원이 88올림픽때 사용한 경기장이 자리한 곳인것 처럼 말이다.

가만 돌아보다 보면 정말 서울 올림픽공원이랑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 너무 글에 덥다 덥다 난리를 쳐놓은것 같은데,

사실 서울의 열과 습기를 생각하면 진짜 쾌적하고 시원한 나날들이긴 하다.

그래도 더운건 더운거라서, 저 날도 산책하기로 결심한건

하늘에 구름이 잔뜩 껴서 한낮에도 서늘했다는 이유 딱 하나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직전 글에서 '기억이 맞다면 Fürstenfeldbruck가 다음 산책지였을것' 

이라고 마무리를 지었던 듯 한데...

 

내가 올림피아파크를 무시했던것같다.

근교로 각잡고 나간 산책은 퓌어스텐펠트브룩이 맞긴 한데 ㅎㅎ

숙소 딱 바로 뒤편의 모습(거지같이 찍어서 그런데 상당히 상쾌한 곳이다)

 

내가 아직도 투숙중인(제발 떠나고싶다... 집을 다오)

리빙 호텔 암 올림피아파크 바로 뒤에는 실개천이 하나 흐르는데

개천이라기보다는 엄연히 설계해서 만든 '운하'다.

 

요즘 물줄기 따라가는 재미에 맛들렸는데 오늘도 한 번 해보자.

이 실개천의 이름은 'Nymphenburg-Biedersteiner Kanal'

님펜부르크 궁전과 슈바빙 동쪽 끝의 비더슈타인이라는 동네를 이어주는 운하다.

 

님펜부르크 별궁에 물을 대기 위해 뮌헨 서쪽에 흐르는

Würm이라는 강을 하이재킹해서 만들어냈다.

 

그럼 이 물줄기가 지난번에 걸었던 님펜부르크 앞 운하에서 흘러오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닌게, 그 물은 사실 말그대로 고인물이다.

실제로 흐르는 물은 궁전 한 귀퉁이에서 살짝 윗쪽으로 빠져나가서 

여기로 흘러온다.

 

뮌헨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사람이라면

이 친구의 종말도 예상될법도 한데, 영국정원에서 이자르와 만나서

같이 도나우로 흘러간다.

뛰는 사람이 정말 많다

 

여하튼,

그 실개천을 따라 트램타러 다니는 큰길 방향으로 가면 지하보도가 나오는데

거기만 통과하면 올림피아파크의 서쪽 끝이다.

올림픽공원에 들어선 님펜부르크-비더슈타인 운하의 모습

 

조깅하던 많은 사람들은 운하를 따라 쭉 뛰어가는데

나는 올림픽 주경기장이 어떻게 생겼나도 궁금해서 다리를 건넜다.

이곳 경기장이 궁금한건 다른 이유는 아니고

 

최근들어 테일러스위프트, 아델, 콜드플레이 등등... 

이곳 올림피아파크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했다는데

그래서 임시숙소에 있는동안 그 주말에 해당하는 숙박비가 엄청 비쌌기 때문이고...

또 공연이 있는 날마다 숙소까지 함성소리가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낸 주경기장 뚜껑

 

운하가 호수를 만나 물줄기가 넓어질때 즈음

삼각형 텐트 모양들로 유명한 주경기장의 뚜껑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오리배와 돗자리, 그 어느것도 지금 나에게 조금 안어울리는 아이템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수다떠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산책하는 연인들도 많은 뮌헨의 북쪽 쉼터.

 

페달보트도 빌려 탈 수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혼자다녀서야 어디 탈 일이 있을까 싶다.

친구가 필요해...

저건 올림피아 타워다. TV타워가 아니다

 

조금 더 걸으면 뮌헨에서 보기 드문 높은 건축물이 나온다.

아, 남산타워처럼 생긴 저 녀석은 올림피아타워(Olympiaturm)다.

 

조심해주면 좋은게, 독일에 오히려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이 저 친구를

TV타워(Fernsehturm)라고 간혹 부르는데

그러면 뮌헨사람들이 싫어한다.

 

TV타워는 베를린에 있는 기둥이다.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데, 이 두 지역이 약간 지역감정 비스무리한것도 있으니

주의해줘서 나쁠건 없다.

 

실제로 언젠가 한 번 기차에서 맞은편 독일 아저씨가

바이에른이 낸 세금 다 긁어다가 베를린에 메꿔준다고 불평한 적이 있는데

(틀린말은 아닌듯) 

경제적인 사유에서도 썩 그렇고... 지역 성격으로도 좀 안맞기도 하고...

역사적으로도 프로이센과 바이에른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1인자와 2인자가 친하기가 쉽진 않지, 프로이센이 1인자였음)

공원 안으로 버스가 다닌다

 

잠깐 곁가지로 흐른 이야기를 다시 끌어와보면,

올림픽공원도 영국정원만큼은 아니어도 규모가 규모이다보니

(다 쓰고나서 보니 호칭이 덜돌아왔다. 올림피아파크 번역하면 올림픽공원이니깐...)

공원 안으로 버스가 다닌다. 

 

사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올림픽공원은 남쪽 공원이고

큰 길을 사이에 두고 남쪽 공원만한 큰 공원이 붙어있다.

 

여기서 타보지는 않았지만 영국정원 케이스에 비춰보면

공원에 버스가 다닌다는게 생각보다 편하다.

운동하러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탄다하면 좀 우스울수도 있지만

모두가 공원 가까이에 살 수 있는건 아니니깐.

노을을 예쁘게 담아낼 것 같은 경기장 지붕

 

가까이 가보니 경기장 내부 투어 프로그램도 있는지

지붕 위를 걷는 한 무리의 사람들도 있었다.

나중에 누가 날 보러오면 함께 해보는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곳 경기장이 정말 '경기장'으로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건 한국에서처럼 여기 뮌헨에서도 경기장은 공연장으로 자주 사용되는것같다.

 

내가 온 직후에 이곳에서 테일러스위프트 공연을 하더니,

최근에는 아델, 콜드플레이 콘서트도 여기서 했던것같다.

 

워... 그 때마다 아주 핫해지는 곳이 있는데,

바로 경기장 호수 건너편에 있는 올림피아산(Olympiaberg)이다.

사진으로 보기보다는 높긴 해서 나는 안올라갔다...

 

산 이라기보다는 야트마한 구릉에 가까운데,

정말 이런 모습까지도 우리 올림픽공원이 생각나는 올림피아파크.

 

평소엔 이렇게 고즈넉한 모습의 언덕이

요즘처럼 공연이 있을때는 아래 사진처럼 (조금 징그럽게) 바뀐다.

사진출처 : X

 

산 꼭대기부터 자리가 찬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무대가 들여다보이지는 않긴 할것같다.

그래도 저기 돗자리 깔고 앉아서 맥주 한 잔 하면서 공연보는것도 나름 낭만이겠지.

무대 열기도 조금씩은 전해져올테고 ㅋㅋㅋㅋ

(정말... 이 열정... 나는 절대 안가고싶긴 하다)

직장인들도 일과시간 언제든 산책하는 이곳, 유럽이다

 

호수를 따라 걷가보면 바로 물가에 있는 또 하나의 경기장이 보이는데,

여기는 올림픽경기가 열렸던 수영장이다.

국제대회 규격 수영장인데 평소에는 뮌헨사람들의 자유수영과 강습을 책임지고 있다.

(친구 한 명도 여기서 매주 수영하는중인데 수영장이 너무 좋다고 함)

내 입장에서는 호수 조경을 방해하는 부유물 정도랄까

 

한쪽에서는 한 무리의 인부들이 열심히 8월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산책 당일은 아직까지 7월이었기때문에)

뮌헨 사람들에게 8월은 정말이지 신성한 한 달이다.

7월까지도 비가 제법 오고 으슬으슬한 날들이 좀 있지만

대체로 8월은 훌륭한 날들의 연속이니깐.

 

호수 위에 띄워놓은건 스케이트보드장이다. 

상당히 힙해질 예정인가부다.

익숙한 꼬마소년의 얼굴

 

공원 한편에는 또 훌륭한 영화관도 있다.

Kino am Olympiasee

해리포터를 상영하고있었는데

다만, 역시 더빙이다.

 

더빙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가뜩이나 독일에서 더빙을 해버리면

나는 알아들을 수가 거의 없어버리는게 함정

 

모쪼록 여기 사람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지 :D

루트비히 2세가 생각나는군,,,

 

거기에 백조의 호수까지 있으니 

없는거 빼고 정말 다있는 올림피아파크!

호수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길

 

오리배와 패달보트를 빌리는 곳은

수영장 건너편에 있었다.

장소를 알아놨으니 이제 함께 할 사람만 찾으면 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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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방송국 신세를 좀 졌다.

호수를 돌고 나서부터는 나도 여기 사람이라도 된 것 처럼

가볍게 조깅하면서 숙소까지 뛰어왔는데,

그 덕분에 우리 펜싱 단체전 결승 시간에 딱 맞춰 들어왔다.

 

독일 공영방송 ARD Sportschau는 자국 경기가 아니어도 중계를 제법 해준다.

이 채널 아니었으면 올림픽 경기는 보지도 못했을텐데!

 

이렇게 그 때를 돌아보면서 글을 남기다보니

내가 마치 체육소년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ㅋㅋ

올림피아파크와 파리올림픽이라니ㅋㅋㅋ

 

실상은 책 한권 들고 덜렁 걸터앉아 하염없이 시간보내는걸 좋아하는

한량쪽에 더 가까운데 말이다 :D

 

31.0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