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마시다] Andechs - Weissbier Hell & Spezial Hell

얼마 전 에르딩어 포스팅을 위해 서칭하던 와중에

창업주 아저씨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발언을 읽었었다.

 

'훌륭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양조장이 꼭 수도원이나 호숫가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약간의 분통터짐까지 느껴지는 이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맥주들이 상당히 많고,

아닌것같아도 양조장 역사를 파헤쳐보면 

결국 그 길의 끝에 수도원에 가 닿는 경우가 제법 된다.

 

많이 유명한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연맹체(시메이 등등)도 그렇지만

사실 뮌헨 밖으로 벗어날 필요도 없다.

뮌헨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시작된 프란치스카너 맥주에는

애시당초 수도사 한 분이 그려져있는걸.

 

그러고보니 뮌헨 입성주로 선택했던 테건제어는 

호숫가의 수도원에서 출발한 세속 맥주이니

에딩어 할아버지와 대척점에 서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ㅎㅎ

Genuß für Leib und Seele,

 

오늘 소개할 맥주 브랜드는 바이에른의 자랑 안덱스(Andechs)다.

 

오로지 이곳 수도원에서만 양조하고 병입하는 맥주이다보니 

일부 종류를 제외하고는 바이에른 지역 밖에서

그렇게 자주 본 기억은 없는것같다.

 

안덱스 브랜드 안에 열한 종류의 맥주가 있으니 상당히 라인업이 다채로운데,

이 수도원 부지 안에서만 생산한다더니

대체  어떻게 이렇게 찍어내는건가 싶다.

이렇게 열 한 종류가 있다고 한다(뒤에 수도원)

 

맥주를 잘 모르는 내가 대충 봐도 

완전히 다른 공정이 세 개 이상은 있는데 말이다.

 

장보러 갈때마다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는데, 

아직도 세 개 맛밖에 발견하지 못했고 다 보고 한국 갈 수는 있을지 확신도 없다.

 

아마 계절따라 조금씩 다르고 그럴 수도 있는데,

잘은 모르겠다.

 

모쪼록 저 당시 나는 Weissbier Hell을 골랐다. 

그러고보니 뮌헨에 와서 처음 먹는 밀맥주였던것같다!

바이에른에 온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서야 밀맥주를 마셨다니 그것도 신기할 따름.

 

맛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맥주다 :D

입에 머금기 직전부터 풍겨오는 가벼운 바나나향이

마시는 순간까지도 은은하게 남는게 참 기분좋은 맥주였다.

 

여름날과 잘 어울리는 페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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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일이 어느정도 흐른 어느날

산책자가 드디어 안덱스 수도원을 산책지로 선정했다.

병맥주 라벨에 나오는 바로 그 성당이다

 

안덱스 수도원은 뮌헨 남서쪽 가까운 근교에 있다.

아머 호수(Ammersee) 근처에 있어서 호수 물놀이 겸사겸사 가기에도 좋은 위치다.

 

중세시절부터 성유물이 모셔진 장소로서 

수많은 성지순례객들의 목적지였던 곳이다.

(지금은 맥주의 성지이기도 하고)

 

수도원과 관련된 내용들은 산책 일기에서 좀 더 자세히 쓰기로 하고

오늘은 맥주에만 딱 집중해볼 생각.

안덱스 비어가르텐의 야외석,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다

 

수도원에도 비어가르텐이 두어군데 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야외, 실내 자리가 모두 잘 갖춰져있다.

 

바깥에는 역시 무리지어 온 사람들이 많이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었고

실내에는 딱 봐도 더위에 지친사람들과

혼자 앉아서 맥주와 대화를 시도하는 아저씨들이 주로 있었다.

 

물론, 나는 실내에 앉았다.

(그 편이 더 잘 어울렸다...)

단언코 입독 이래 마셔본 제일 맛있는 맥주였다

 

안덱스 둥켈, 안덱스 바이젠복 이 두 종류가 

극락체험을 시켜준다고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나는 Spezial Hell을 골랐다.

 

보통 슈페찌알이라 함은 축제용 맥주를 말한다.

도수도 살짝 높고, 맛과 향에 신경을 많이 쓰는 맥주 라인이다.

 

후 기대감을 잔뜩 안고 맥주잔을 들었는데

잔이 입가에 다가오는 그 순간부터 달콤한 꿀 향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첫 한 모금이 입 안을 살짝 스쳐 넘어갈때

그 꿀 향기가 한 순간 확 번지더니 

과할 생각은 없었다는듯 씻겨내려가고 

상쾌한 헬 맥주 본연의 청량함이 찾아왔다.

 

마치... 누군가가 맥주에 마법을 걸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병에 들어간적 없이 배럴에서 바로 나온 맥주의 선도가 얼마나 높던지

식감까지 묘하게 꾸덕한 느낌마저도 들었다.

 

속으로 계속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눈으로는 한 모금 마실때마다 믿기지 않는다는듯

잔을 쳐다보고... 그렇게 한 잔을 순식간에 비워냈었다.

코스터를 보고 머릿속에 성체부터 떠오르는 산책자

 

수도원에 와서 마시는 맥주라 그런지

코스터를 보고 떠올린다는게 불경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성체'였다.

 

심지어 병맥주 라벨과 코스터에 써있는 문구

Genuß für Leib & Seele (영혼과 육신을 위한 만끽) 에서

(Genuss에는 만끽이라는 의미와 함께 '마시기'라는 뜻도 있다)

Leib는 예수님의 성체를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곳 코스터는 다른 곳들과 달리

테두리 선이 그어져있지 않아서,

정말로 미사용 밀 전병 같다. 

 

어쩌면 이런 디자인 까지도 의도했을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런거면 진짜 박수를 쳐주고 싶다.

Tegernseer 코스터인데, 보통 이렇게 원형 테두리를 가진 디자인이 많다

 

대체 왜 수도원 맥주는 맛있을까,

그보다도 먼저 수도사들은 왜  맥주를 만들었을까?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부활절 전의 40일을 일컫는 사순시기에

금식(혹은 금육)을 하는데,

액체류의 섭취는 가능했고,

어떻게 보면 곡물즙이라고도 볼 수 있는 맥주가 금식기간에 필요한 영양소를

상당부분 보충해줬다라고 하는 이야기.

 

또, 순례객 혹은 수도원에서 안식을 찾으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맥주를 내어주어야(내어주다는 즉 판매를 의미한다) 했기 때문에 

맥주 수요가 상당했다라는 이야기.

 

뭐가 되었든 간에 안덱스 수도원은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이다.

"ora et labora(기도하고 일하라)" 

이 유명한 베네딕트회 모토에 따라

이곳 수사들도 오랜 옛날부터 기도 만큼이나 맥주 만드는 일에 열심이였을거다.

 

거꾸로, 맥주에서는 하나의 기도문 같은 숭고한 맛이 났다.

 

Das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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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ißbier Hell

 도수 : 5.5%

 용량 : 500ml

 용기 : 병

 원료 : 물, 보리맥아, 밀맥아, 홉, 효모

 

** Spezial Hell

 도수 : 5.9%

 용량 : 500ml (1L 가능)

 용기 : 유리잔

 원료 : 물, 보리맥아, 홉, 홉 추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