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마시다] Wittmann Urhell 그리고 맥주순수령

산책일기에는 품이 좀 든다.
 
일단 다른것보다도
내가 적잖게 걸어다니기 때문에
발디딘 모든 공간을 일기에 남길수는 없다.
 
일단 뺄거는 좀 뺀다.
 
설명할 대상을 겨우 고르고 나면
또 애지간치 찍어댄 사진중에서
쓰고싶은걸 추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진에는 자신이 좀 없는지라
항상 비슷한게 여러장 있다.
(특히 사람사진 못찍는다고 여러 사람한테 혼남)
 
어우 그러고 나면 
내가 알고있는것과, 또 쓰고싶은 내용을
키워드 중심으로 한 번 나열해보곤 한다.
 
거기에 좀 살을 붙이고싶은게 있으면
서칭까지 하는데,
원문 서칭을 주로 하는 까닭에 오래걸린다.
 
사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그 때의 기억속에 흠뻑 잠겨버리는 일이 잦아서
글을 써내려가는것도 의외로 진도가 잘 안나간다는거다 ㅋㅋㅋ
 
그렇게 몇 시간을 노트북 앞에 앉아있고 나면
눈알과 허리가 동시에 뻑뻑하다.
 
그런고로,
두 편 연속으로 산책글을 썼더니
지쳐버린 나는 오늘은 기어이 맥주리뷰를 쓴다.
 
학교 와이파이로 맥주 검색이 잘 안되어서
핸드폰 데이터로 기어이 찾아 옮기기까지 했다.
(란츠후트 맥주는 찾아도 뭐가 잘 안나오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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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친구는
최근에 포스팅한 란츠후트 산책에서의
전리품으로 챙겨온 두 녀석중 하나다.
(데려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Wittmann Urhell (비트만 우어헬)

2024.10.13 - [산책하다] - [열세 번째 산책] 바이에른의 방패, 물의 도시 란츠후트

 

병이 예쁜 란츠후터 비트만

 
지역 맥주가 있는데서 일단 합격
병 디자인에서 가산점이다.
 
사진에서 색감이 좀 죽었지만
노란 바탕에 
빨간 문장과 진한 초록빛 글자가 예쁘다.
 
병 라벨에 글씨가 좀 많긴 하다.
 

Landshuter Spezialitäten Brauerei
Mild-würziges Vollbier
Garantiert gebraut aus bestem heimischen
Hopfen und Malz, nach dem Bayerischen
Reinheitsgebot von 1516.

란츠후트 특산 양조장
가벼운 향의 기본맥주
품질은 보장함
이 지역에서 재배한 홉과 맥아를 사용하며
1516년 바이에른 맥주순수령을 준수함

 
뭔가 있어보이게 써있지만
나는 여기서 특별한 점은 발견하지 못한다.
 
먼저, ① 지역에서 재배한 홉과 맥아를 사용한다 
이미 설명한 적 있다마는
란츠후트 바로 위 '할러타우' 에서
전 세계 홉 수확량의 1/3이 나온다.

2024.09.05 - [마시다] - [여섯 번째 마시다] Schneider's Helles

 
독일 어딜가나 보리밭이니 
맥아가 신토불이인것도 흔한 일
 
② 바이에른 맥주순수령을 준수한다
이 역시 독일에서 흔한 일이다.
 
오늘은 맥주순수령을 간단하게 소개할까 싶다.
독일 맥주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니 말이다.
 
맥주순수령은 1516년 바이에른 공국시절
빌헬름 4세 공작이 공표한 법령의 일부로
맥주를 담글때 물, 보리, 홉 세 가지 재료만을 사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저때 공표한게
맥주순수령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토지법에 가깝다
 
시기를 잘 살펴보면
'바이에른-뮌헨' 이 '바이에른-란츠후트' 등을 흡수하고
바이에른을 통일한 직후이기 때문에
모든 공국들을 아우르는 토지법이 필요했던거다.
 
그 중에 한 구절이 맥주순수령이지만
맥주가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워낙 지대한지라
거꾸로 이게 제일 유명해지고 말았다.
 
맥주순수령의 취지는 식량용 밀의 확보,
(밀맥 만들어대느라 빵을 못만들지경)
맥주 품질의 안정화(일부 다운그레이딩), 
맥주가격 안정 정도에 있다.
 
사실 나는 가끔씩 맥주순수령이 없는 
평행우주속의 독일을 상상한다.
 
원래 독일 맥주 주조법이 상당히 다양했다고 한다.
체리도 넣고, 설탕도 넣고, 버섯도 넣고
잿가루도 넣고, 계란 흰자도 넣고, 뱀도 넣고...
(주정뱅이들 하는 짓들이 그러하다)
 
왕왕 맥주먹고 죽는 사람들이 좀 나오긴 하겠지만
얼마나 재밌었을까 ㅋㅋㅋ
 
그렇다보니 순수령 이후 
바이에른의 개성파 맥주들이 자취를 감췄다.
 
문제가 심각해진건
바이에른 왕국이 독일제국에 가입하면서인데
 
가입조건으로 내세운
'전 독일의 맥주순수령 준수' 를 
프로이센것들이 받아들이면서
다른 독일 맥주도 다 같이죽었다.
(RIP)
 
살아남아준 쾰시(쾰른맥주)가 대견할 따름
밀맥주가 살아남은 이유는 간단하긴 한데
그냥 다음에 써보기로 한다.
 
그나저나 맥주가격 안정 취지가 적중했다.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
비싼 재료는 다 사라지고 
다 같은 원료만을 쓰기 때문이다.
(물가안정 정책 치고 성공하는걸 못봤는데)
 
같은 원료를 쓰기때문에
독일 맥주에서 차별화된 맛을 구현하고
또 마시면서도 그걸 구별한다는건
예술의 경지에 가깝다.
 
모쪼록 1993년까지도 유지되던 이 법령은
지금은 조금 완화되어있다.
 
완화되었을지언정 많은 양조장들이 이 룰을 따르고있다.

immer gleich gut 언제나처럼 좋다는 뜻

 
그리고 아쉽게도 
병이 참 예쁜 란츠후터 비트만 우어헬은
내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조금 밍숭맹숭한 와중
쓴맛만 아주 살짝 도드라져서...
그냥 평범 수준에 머무를 친구
 
그치만 다음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의향은 있다.
 
이러나저러나 이 친구도
뿌리를 찾아가면 400년이 넘은 유서깊은 맥주고
흔치않게 수도원, 호수와 관련이 없는데다가
바이에른 왕국 시절에 왕국 대상도 받았으니
무시할 수 없는 친구인건 사실이다.

색감 선정이 너무 좋아

 
마지막으로 칭찬하고싶은 것.
이미 우어헬에 노란바탕에 초록 글씨를 쓰다보니
후일 맥주순수령이 풀리고 라들러를 뽑아낼때
정작 레몬을 표현할 노랑바탕이 없었던것같다.
 
편견없이 색배합을 뒤집은채로
라들러 느낌을 잘 표현해낸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음에 가면 라들러를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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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 4.9%
용량 : 500ml
용기 : 병
원료 : 물, 보리맥아, 홉 (그러니깐 오늘 글에 따르면 이 항목은 독일에서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