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②] 포르투 아벤투라 & 페라리 랜드 (당일치기 소풍)

작년 이맘때즈음에는 나도 아직은 다달이 통장에 돈이 꽂히는 직장인 신분이었는데,

 

내 회사 동료들은 약간의 회색분자들을 제외하면 두 부류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① 내가 모는 차를 선호하는 사람   ② 내 차를 타느니 걸어가겠다는 사람

 

나는 사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내가 모는 차를 조금 겁내긴 했다.

너무 빠르다나... 

 

빨리 가려고 차타는거 아니냐고 곧잘 반박했었는데 대개 공통적으로

'맞긴 한데 그 목적지가 저승은 아니다' 는 의미를 담은 응답이 다시 돌려주는 녀석들이었다.

 

그렇다, 나는 속도광이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내 양쪽 눈가를 스쳐지나가는게 느껴질때, 나는 무척이나 신이 난다.

그런 내가 가장 사랑하는 놀이터가 있는데 바로 '놀이공원' 혹은 테마파크 :D

롤러코스터에 뉘인 채로, 단 몇 초 뒤에 찾아올 낙하의 쾌감을 기대하면서

하늘을 향해 끌려올라가는 그 순간에는 마치 위대한 음악을 듣는것과 비슷한 전율이 있다.

(심지어 롤러코스터는 온 몸에 부딪혀오는 바람까지도 느껴지는걸)

 

클래식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고요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

소음과 인파를 도저히 견디지 못해서 클럽 한 번을 가본적이 없는 그런 사람이

롤러코스터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매년 봄 가을 날짜를 정해두고 놀이공원에 간다는 이 현상에

많은 친구들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곤 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경이로운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것과

아주 빠른 속도로 내지르며 짜릿함을 느끼는거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거든.

내 생각에는 그 둘 다 인간의 본능에 어느정도 새겨져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위대한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도 아주 이름난 속도광이었다고...

포르셰 911을 즐기는 카라얀 할배

---

모쪼록, 이런 습성을 가진 인간이다 보니 모처럼 스페인까지 들어가서 바셀을 안거칠 수가 없었다.

바르셀로나 근교 타라고나라는 도시 외곽에는 훌륭한 테마파크가 하나 있다.

 

'포르트 아벤투라(Port Aventura)' 

 

1995년에 설립된 비교적 나이어린 놀이공원이고(참고자료 - 에버랜드 :1976년생)

젊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롤러코스터 라인업이 제법 훌륭한 스페인 최대의 테마파크다.

심지어 2017년에는 아부다비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페라리랜드까지 들어섰다.

 

 

암 가야지, 가고말고...

자, 그럼 본격적으로 그날 아침으로 돌아가보기로 하자 :D

 

일단, 며칠 전부터 이미 한 가지 이유로 잔뜩 신나있었는데,

온종일 구름이 껴있을거라던 일기예보가 흔들림없이 굳게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이야 좀 우중충하게 나오겠지마는 역시 마르지않는 체력을 위해서는 태양 차폐막이 필요하다.

그와중에 비가 오면 모두 말짱 도로묵인지라 딱 흐리기만 한채로 균형을 잡는게 중요한데

바로 저 날이 그런 천운이 따라준 날이었다.

 

이미 이른아침 민박집 샤워실에서 온수를 받아내면서부터 터져나오는 미소를 주체할수 없었던 나는

내가 좋아하고 또 좋아하는 탈것, 지하철과 기차를 타고 놀이공원에 간다는 데에서

다시 한 번 잔뜩 신이 났다.

 

내가 언젠가 여기에 썼는지 아닌지 기억이 안나는데 내 어릴적 첫 장래희망은 기차운전사였다.

오래지않아 (외압이 있었습니다!!!) 접어버린 꿈이긴 하지만 

아직도 나는 나란히 뻗은 선로를, 혹은 그 선로들이 한데모인 기차역에 가면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간것마냥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러고보면 너무 당연하지만 롤러코스터도 궤도차량에 해당한다)

바르셀로나 메트로, 배색은 런던 튜브 느낌인데 객차는 묘하게 파리 느낌이 난다(바퀴 빼고)

바르셀로나 산츠역

 

포르투 아벤투라에 가려면 일단 산츠역에 가는게 중요하다.

사실 어떻게든 R17만 타내면 되는거라 그게 꼭 산츠역일 필요는 없긴 한것같은데,

가뜩이나 정보가 부족한 마당에 모험을 하고싶지는 않아서 블로그들에 나온대로 따라했다.

 

산츠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서 곳곳에 그려진 주황색 로달리스 이정표를 따라가면

어느순간 역시 똑같은 주황색이 입혀진 자판기가 나온다.

거기에서 '렌페 기차표' + '포르투 아벤투라 입장권' + '페라리랜드 입장권' 

이 세 가지 티켓이 모두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한동안 티켓을 소중하게 보관하다가 얼마전 청소하면서 싸그리 버려버린게 좀 아쉽네)

 

가격 면에서도 의외로 이렇게 사는게 제일 싼 축에 속하는것같다.

편리하기도 하고... 

 

산츠 역도 상당히 재미난 곳이었는데

수없이 많은 승강장들이 예외없이 모두 지하에 매설된 형태였다.

와... 70년대에 벌써 이렇게 도시 한복판에 지하 승강장을 깔아놓았다는게 말이되나

심지어 바르셀로나 지하 굴착이 얼마나 힘들었겠어...

(지하역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호불호와 별개로 일단 대단한건 인정)

변수 발생

 

열차는 바르셀로나를 빠져나가더니 어느새 바닷가를 따라 내달리고 있었다.

세미 렌페급에 해당하는 편안한 열차를 타고 순탄하게 잘 가나 싶었는데, 

바로 변수가 발생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로 뭐라 안내방송이 들리더니 승객들이 그 다음역에서 모두 내려버렸다.

우리만 남아있을수도 없고 일단 눈치밥으로 따라 내려서 (영어를 못하시는) 역무원 선생님께 여쭈니

대충 이리로 오라는 느낌이기에 따라간곳에 버스들이 줄줄이 서있었다.

 

아...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느낌인데? 

뮌헨 S-Bahn 행태와 너무 유사하잖앜ㅋㅋㅋㅋ 너네도 공사판이구나...

그래도 뮌헨은 안내방송이랑 전광판 안내는 기가막히게 한단다, 좀 배우렴.

 

* Sant Vicenc de Calders 역부터 Salou(Port Aventura) 까지는 아직도 공사로 인해 대체버스가 운행중이다. 당황하지 말고 대체버스로 잘 갈아타고 가면 된다(당연히 기차보다는 살짝 오래걸린다)

포르투 아벤투라 입구

 

놀이공원 개장시간에 맞추지 못하는건 너무 싫다!

개장시간에만 맞춰 가도 하루 전체를 통틀어 줄서는 시간을 한 두 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

아벤투라 입구에 도착했을때는 개장시간이 한 사십여분정도 지나있었다 ㅠㅠ

 

그래도 너무 좋았다는것.

특히 입구 저 멀리서부터 우뚝 높이 솟아오른 페라리랜드의 명물 '레드포스'를 본 순간부터

내 온 몸에 도파민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이 녀석은 Red Force, 인타민사의 역작이다

 

페라리랜드는 오후 늦게 개장하는 편이라(매일 개장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아쉽게도 아침에 공원에 들어가면서는 하늘로 쏘아올려지는 레드포스를 구경할 순 없다.

진짜 별거 없지만 저 친구가 포르투아벤투라의 마스코트다

 

공원입구 바로 앞에는 대충만든것같은 분수 한가운데 역시 밋밋한 마스코트가 서있다.

음... 유러피언들 아무래도 이런 캐릭터 디자인에는 소질이 없는것같다.

10월 중순, 명색이 테마파크다보니 할로윈 테마가 깔려있다

 

공원 입구에서 따로 티켓을 교환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

산츠역 자판기에서 발권해둔 티켓으로 바로 입장이 가능해서 상당히 편하다.

다른 일부 블로거분들은 여기 입구에 줄을 서서 익스프레스 탑승권을 추가로 구매하기도 한것같은데

그럴 필요는 없다.

 

공원 곳곳에 익스프레스 이용권 파는 부스가 있다.

(익스프레스 이용권도 날짜마다 가격과 판매 종류가 다르기때문에 따로 공들여 안내하지 않겠음!)

내가 받은 느낌으로는 일단은 공원 안에 들어가보고, 

그날 사람이 별로 없다 싶으면 그냥 자유이용권으로만 다니고

사람이 좀 많아서 돈으로 시간을 사는게 낫겠다 싶은 상황이면 공원 안에서 사는게 더 나을것같다.

공원 전도

 

포르투아벤투라는 그래도 규모가 어느정도는 되는 놀이공원이다.

아마 우리의 자연농원, 에버랜드 정도 사이즈는 되지 않나 싶다.

섹터도 몇 개로 나뉘어있는데 지중해, 폴리네시아, 서부(미국), 멕시코, 중국 이런 정도다.

 

그나저나 때가 10월 중순을 넘어가고있다 보니 여기도 테마파크 답게 할로윈 장식을 입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국의 휘황찬란한 놀이공원 장식에 익숙해서 그런지

좀 애기들 장난같고 우스운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D

 

역시 이런 장식은 자본주의에 찌든 곳에서 멋지게 잘 뽑히는 법이다(한미일 ㄱㄱ)

샴발라와 드래곤칸이 얽혀있는 모습

 

섹터는 잘 나눠두고 그 컨셉에 맞게 나름대로 공원 장식까지 해두기는 했다마는

정작 공원 동선 자체는 좀 구리다...

특히 대표 롤러코스터가 두 대나 있는 중국 섹터에 가려면 만리장성 느낌을 주고자 한것같은

성곽길을 따라 크게 초승달 모양으로 한 바퀴를 돌아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데,

지름길따위는 없고 정말 정직하게 길을 다 밟아내야한다.

 

후... 1초라도 빨리 롤러코스터에 눕고싶은 손님들 마음도 모르고... 

공원 장식도 뭐 나름 신경쓰긴 한것같다

 

나름 그래도 공원장식도 신경을 쓰긴 한것같은데 2% 부족한 느낌은 지울수없다.

특히, 중국을 묘사해둔거 보면 이건 뭐... 사람사는 나라가 아니라 요괴소굴이다.

대체 동양인을 어떻게 생각한거야 ㅋㅋㅋㅋㅋㅋㅋ

 

또 하나 신기한 점이 있다면 우리 놀이공원이었다면 당연히 열심히 장사하고있어야할

음식점과 기념품 판매점들이 거의 영업을 안하고있었다는것...

진짜 돈에 관심이 없는걸까 ㅋㅋㅋ 

 

이 담백한 유럽다움 너무 재밌었다 ㅋㅋㅋ

첫 번째로 탄 롤러코스터, 드래곤 칸

 

중국 섹터에 다다르면 두 개의 롤러코스터가 한데 뭉쳐있는게 바로 보인다.

그중에서 우리가 첫 번째로 탄건 '드래곤 칸(우리는 드래곤-용, 칸-왕 / 용왕이라고 불렀다)' 이었는데, 

뭐 처음이라고 해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올라가는길에 바로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시간도 10분밖에 없기도 했고 :D

 

속도 자체는 아주 살짝 실망스럽긴 했는데, 그래도 중력가속도는 인상깊었다.

처음 워밍업으로 무난하기도 했고 대기시간도 10분밖에 안되었기때문에 대만족이었다.

용왕님 출발하신다

 

용왕님 탑승을 마치고 출구로 나오면 바로 샴발라(Shambhala) 입구쪽으로 이어지기에 

자연스럽게 줄을 이어서 섰다.

 

샴발라는 아주 괜찮은 물건이었다.

낙하고도가 워낙 훌륭하다보니 철제 레일을 미끄러져내려가는 쾌감, 속도감이 너무 훌륭했다.

티베트 승려들은 자신들의 꿈의 낙원이 조금 과격한 모습이라는데 당황스럽겠지만

(샴발라는 티베트 불교에 있는 개념인데, 현자들이 살아가는 낙원이자 이상향이다)

나한테는 충분한 유사 극락체험이었다.

 

우리는 이 친구가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이날 하루동안 샴발라를 네 번을 즐겼다.

샴발라의 승강장 진입모습, 사람들이 신난게 느껴진다

 

일단은 중국 섹터에 서로 얽혀있는 두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서는 다른 섹터로 향했다.

너무 당연한 목표이지만, 여기에 있는 롤러코스터는 모두 타고가야 성이 풀릴텐데!

군데군데 이런 공원장식이 있는데, 새~~~앵각보다는 괜찮다

 

그래서 다음 섹터는 멕시코다.

조금 높은 번지드롭같은 놀이기구인 '후라칸(Hurakan Condor)' 같은게 가장 눈에 띄는데

나랑 동행님 모두 높은데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행위는

그냥 죽는 기분밖에 안난다는데 뜻이 일치해서 가까이 가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간다.

그러고 나면 멕시코 섹터에서는 탈만한 스릴형 놀이기구가 딱 하나 남는다.

El Diablo(악마)

 

그 소중한 한 개는 '엘 디아블로(El Diablo)'인데, 

에버랜드로 치면 롤링엑스트레인 포지션을 잡고있는 순한맛 궤도탐험 열차다.

(이름값이 좀 아깝지 않니... 그래도 악마라고 이름을 붙여놨으면말이야)

 

마냥 시시할줄알았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경사나 중력가속도 이런건 너무나 당연히 별볼일 없었지만 

트랙이 생각보다 적당하게 거칠게 놓여있어서 흔들리는 맛은 괜찮았고

다른것보다도 후룸라이드랑 교차하게 만들어져있는데,

정말 정글 한복판의 광산을 탐험하는 느낌이 살짝 나기도 했다.

 

어린이들한테는 상당히 악마같은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의 명물 '퓨리우스 바코(Furius Baco)'

 

악마 목덜미에 앉아서 광산탐험을 좀 즐긴 후에 우리는 서둘러 다시 입구쪽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저날 여기 놀이공원의 명물 '퓨리우스 바코(Furius Baco)'가 한 시까지밖에 안해서였다.

(이렇게 놀이기구마다 영업시간이 살짝씩 다른데, 왜 그렇게 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Baco는 술의 신 '바카스'의 스페인어 이름이다.

성난 주정뱅이의 신이라는 뜻의 이 롤러코스터는 정말이지... 물건이다.

그냥 시작부터 냅다 급발진을 땅겨버리는 이 미친 롤러코스터는 완전 무방비상태의 승객을 태우고는

3.5초만에 135km/h로 냅다 밟아버리고,

그 이후로는 이렇다할 낙하구간도 없이 와다다다 치닫다가 순식간에 승강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135km/h가 롤러코스터계에서는 나름 대단한 속도인게

2017년에 페라리랜드에 '레드포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나름 유럽에서 제일 빠른 롤러코스터였다.

(레드포스도 같은 회사에서 만든 걸작)

 

발진하는 순간 바로 느낌이 와버렸다.

'아 이거도 리히텐슈타인 명장님의 작품이구나'

리히텐슈타인에 본사를 둔 인타민(Intamin)은 세계 최고의 롤러코스터 제조사다 ㅠㅠ

특히, 이런 급가속형 롤러코스터를 창조해낸 놀이공원의 아버지같은 존재.

 

퓨리우스 바코... 너무 맘에든 나머지 영업을 마치기 전에 황급히 한 번을 더 탔다.

두 번째 탈때는 알고 타는데도 적응이 안되게 내달리는게 진짜 제대로 미친 놀이기구긴 하다.

Grand Canyon Rapids

 

이제 남은 롤러코스터는 단 한 개, 텍사스 섹터에 있는 스탐피다 뿐이다.

거기로 가는 길에 우리는 이제 좀 평온하게 물을 즐기기로 했다.

 

그랜드 캐니언 급류타기(Grand Canyon Rapids)를 먼저 탔는데,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 있는 아마존 익스프레스와 같은 기종이다마는

그런 조무래기들과 다르게 여기는 물살이 상당히 빨라서 대-만족이었다!!

 

하나 불만인게 있다면 그렇게 물이 많이 튀지는 않는 와중에 딱 한 번 제대로 튀어오른 물이

내 엉덩이쪽으로 온통 들어왔다는거...

사실 이녀석 아니었어도 저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을 뒤집어썼기 때문에 큰 원망은 없다.

빠질수 없는 후룸라이드(Silver River Flume)

 

여세를 몰아 바로 후룸라이드로 갔다.

젖었을때 한 번에 쭈욱 땡겨놓고 집가기 전까지 완벽하게 말리겠다는 계획이다.

뭐 후룸라이드에서 의도치않게 건장한 남정네 넷짜리 보트에 당첨되는 바람에 

눈앞에서 물보라가 펼쳐지는걸 주마등처럼(정말 좀 느리게 보이던데) 겪어버리긴 했지만

이번에는 다행이도 나는 머리만 조금(많이) 젖고 거의 모든 물이 동행분 등판으로 낙하해줬다.

 

어머 이거 러키비키잖아!

서부 텍사스 거리를 나름 잘 옮겨두셨다

 

텍사스 섹터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 테마를 나름 잘 옮겨놓은것같다.

물론 나는 미 서부를 단 한 번도 밟아본적이 없기때문에 위 언급에 신빙성은 없다고 봐도 좋다.

이제 포르투아벤투라에서의 마지막 롤러코스터, 스탐피다(스탬피다가 맞나?) 차례!

Stampida는 듀얼링 코스터다

 

스탐피다는 롤코타2를 조금 즐겼던 동년배 선생님들이면 한 번즈음은 봤을텐데

이녀석 1997년에 만들어진 초고령 롤러코스터다(사실 은퇴연령).

티익스프레스같은 목조코스터인데 이친구가 특별한 이유는 듀얼링코스터라는 점이다.

 

탑승 대기열에서부터 일단 파랑팀과 빨강팀을 하나 골라 들어가면

나란히 놓인 두 트랙에서 항상 동시에 롤러코스터가 출발하면서 마치 경주하는 느낌을 내는 형식이다.

문제는 고령의 목조코스터이다보니 트랙에서 느껴지는 스릴은 사실상 없다시피한 와중에

승차감이 아주 기가막히게 끔찍해서 

경주하는 느낌이라기보다 내 온 몸을 분쇄하려는 이 탈것에서 내리고싶은 생각밖에 안든다는것.

 

모쪼록 한 번은 꼭 타봐야했다...

 

이리저리 젖은 상태에서 스탐피다한테 정신없이 두들겨맞았더니 배가 너무 고파져서

바로 앞에있는 Old Steak House인가 하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버거랑 립을 시켜먹었다.

그냥 맛에 대한 기대는 버리고 들어가는게 좋다 ㅎㅎ

그 점만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나면 가격은 그렇게 심각한 바가지까지는 아니다.

투투키 스플래시(Tutuki Splash), 얘는 타지 말았어야했어

 

후... 위에 사진만 봐도 치가 떨려오고 몸이 차가워진다.

적어도 저 친구는 타지 말았어야했는데 그걸 몰랐을 뿐이지...

 

투투키 스플래시(Tutuki Splash)는 아주 심플한 형태의 물놀이기구다.

그냥 보트타고 한 번 올라갔다가 한 번 내려오고 끝.

생긴거 보면 알겠지만 물이 좀 만이튀기는 하겠지만 막아낼법 하게 생겼다.

 

와... 근데 이게 진짜 사악한 놀이기구인점은

물이 튀는 기구라면 으레 내려오는 그 순간에 앞에서 달라드는 물만 조심하면 되건마는

진짜 전혀 생각도못했던게, 이 보트 배차간격을 기가막히게 조정해놔서

세상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경사로를 오르러 유유히 흘러가는 그 찰나에

옆에서 지상으로 돌진해내려오는 보트가 만들어낸 거대한 파도가 나를 덮치게 설계되어있다.

 

그 물보라는 이제 갖 출발한 보트의 오른쪽 중앙부분을 향해 달라드는데

하필 그 자리에 앉은 불행한 녀석이 바로 나였고... 

정말 빈틈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온몸이 젖었다.

차라리 좋았던 부분은 그랜드캐니언 급류타기에서 엉덩이가 조금 부분적으로 젖어서 부끄러웠는데

이제 뭐... 바지며 셔츠며 할거없이 다 젖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티가 덜났다...

 

나는 이미 저 순간부터 정신을 놓아버려서

지상으로 미끄러져내려올때 다가오는 물보라는 막을 생각도 안하고 두팔벌려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를 보면서 세상 행복하게 배꼽잡고 웃는 동행분 옆에서 털레털레 걸어서

낙하지점이 보이는 다리 위로가 서서는

나와 똑같은 다음 희생자가 나오는걸 기어이 보고서야 정말 사악한 너털웃음을 쏟아냈다 ㅋㅋㅋ

다시 찾은 중국 섹터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이었지만(옷이 젖는걸 정말이지 끔찍하게 싫어한다)

어쩌겠나... 즐겨야지 ㅋㅋㅋ

페라리랜드 개장시간까지 한시간반정도가 남아있었나 그런데 

다시 중국 섹터로 올라가서 샴발라 세 번과 용왕라이드 두 번을 추가로 제대로 즐겨주고서는

페라리랜드 입구에 미리감치 가서 서있기로 했다.

입구에 오픈런 대기중인 에스빠뇰들

 

오... 우리가 한 30분정도 빨리 갔나?

한국사람만 성미가 급한줄 알았더니 스페인 사람들도 못지않았다.

문 열리면 바로 뛰어갈수있도록 준비하고 서있는 사람들이 우리 앞에 제법 많았다!

(이렇게 하는걸 추천한다. 그 이유는 뒤에서 밝혀진다)

꺄!!! 드디어 레드포스!!!

 

페라리랜드에서 스릴형 탈거는 사실상 레드포스 한 개뿐, 말그대로 원툴이다.

그런 상황에서 배짱장사를 해도 안갈수가 없는건 레드포스는 정말 꿈의 롤코이기 때문이다 ㅠㅠ

 

레드포스는 역시 인타민 사에서 만든 급발진 초고층 롤러코스터다.

몇년 전에 퇴역하신 식스플래그의 킹다카와 거의 유사한 모델인데 

페라리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그 세련미가 장난아니게 되었다... 

다른건 둘째치고서라도 급발진하는 순간 들려오는 페라리 엔진 기동음이 너무 짜릿하다.

 

곧 빼앗길 타이틀이긴 하지만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는 롤러코스터이시자 두 번째로 빠른 놀이기구다.

(큰형님들이 줄줄이 은퇴하셔서)

 

5초만에 180km/h를 찍고서는 수욱 올라갔다가 정신차릴 새도 없이 다시 낙하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24초만에 일어나기때문에 

사실 정말 솔직한 후기를 남기자면... 재미있거나 무섭다라는 그런 감상보다는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얼떨떨하다는게 정확한 표현일것같다.

미쳤다 레드포스...

 

아무래도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건지 다시 확인을 좀 해봐야할것같아서

이번에는 정신 단디 차리고 타자고 레드포스 줄을 다시 섰다.

40분정도 대기해서 거의 열차 두 세대 전까지 다다랐는데 갑자기 직원이 나왔다.

'놀이기구에 고장이 발생해서 운행이 중단됐어. 언제 재개될지 전혀 감이 안잡힘.

기다리든 말든 알아서 결정하셈(진짜 이렇게 말했다)'

 

와... 진짜 배짱영업도 이런 배짱영업이 없지...

나중에 후기를 찾아보니 레드포스가 아무래도 단순한 롤러코스터가 아니다보니 

잔고장으로 인한 운행중단이 엄청 잦다고 한다.

 

거의 2회차 직전까지 갔었다는 아쉬움때문에 한 30여분을 더 서있던 우리는

그냥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공원을 떠나기로 했다 ㅠㅠ

그 결정을 한 순간부터 셔틀버스를 타는 그 시간까지 약 한 시간정도가 더 걸렸을텐데

멈춰버린 레드포스는 그 때까지도 다시 움직이지를 못했다.

 

어떻게보면 개장 오픈런을 해서 한 번이라도 탄게 진짜 천운이라고 하긴 해야겠다...

야속하다 페라리랜드

 

즐겁기도 하고 고생스럽기도 한 놀이공원 나들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고생이 끝나지는 않았다.

임시버스노선이 다시 역에 대려다줬을때 승강장에서 바르셀로나 행선지를 달고

막 출발할것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기차가 한 대 있길래

역무원에게 '바르셀로나?' 라고 물어보고 냉큼 탔다.

 

어...? 해안가를 따라 달리는 느낌이 아니어서 구글맵을 보니 내륙으로 들어가고있었다.

 

그렇다.

Sant Vicenc de Calders 역에서 바르셀로나를 가는 방법은 두 가지,

내륙을 따라 빙빙 돌아서 가는 방법 하나와, 아침에 올때처럼 해안선을 따라 샥 가는 방법 하나.

우리는 30분이면 갈 길을 두 시간을 들여서 돌아와야 했다.

 

제발, 꼭 제발 R17 노선을 확인하고 타자(R4는 지옥이라구)...

허기와 고단함을 동시에 달래는 맥주 한 잔

까탈루냐 브라바스 체험

 

후... 거의 텅 빈채로 처언천히 기어가는 열차 안에서

턱걸이도 해보고 잠도좀 자보고 수다도 떨고 별의별 짓을 다 해봤지만 

고단한 상태에서의 두 시간이라는게 상당히 길어서 ㅋㅋㅋ 약간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행이 동행분이랑 서로 얼굴을 볼때마다 ㅋㅋㅋ 웃음이 삐져나와준 덕분에 어찌저찌 잘 도착한것같다.

 

숙소 앞 모리츠 양조장에서 하는 식당에 가서

브라바스에 맥주 한 잔을 걸치면서 다이내믹하고 알찼던 오늘 하루에 대해

질리도록 반복해서 수다를 떨다가 민박집에 들어간 우리는

샤워도 하는둥마는둥(하긴 했음) 하고 침대에 기어올라가기가 무섭게 잠에 빠져들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