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듣다] Parsifal - Bayerische Staatsoper

두 번째 산책날의 일기의 연장선이자,

앞으로 끝없이 펼쳐질 내 취미생활 일기의 첫 시작이다.

 

맥주일기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클래식을 참 좋아하지만, 

대단한 지식이나 그렇게 예민한 귀를 가진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카테고리 역시

나 자신을 위한 힐링이자,

다른 수많은 기억들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희미해지고야 마는

내 인생의 이야기를 간직해두는 수장고로 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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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공연은 17-18 시즌 정규 프로그램 연출을 다시 올린건데, 프로그램북은 그 시절 것을 그대로 재발간했다

 

뮌헨에 도착하고 첫 번째로 보게 될 공연은 바로 바그너의 파르지팔.

바이에른 국립극장(Bayerische Staatsoper)에서 이곳 전속 지휘자인 아담 피셔의 지휘로 올려진다.

 

파르지팔(Parsifal)은 바그너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클래식을 즐기지 않는다면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제목을

영어로 바꿔 부르면 알아듣는 사람들이 간혹 생긴다.

 

원탁의 기사 '퍼시벌'

 

아서왕 전설 속에서 성배를 찾아 여정을 떠나는 일원이다.

사실 서구사회에서는 원래 퍼시벌 자체가 유명하지는 않았고

독일의 중세 작가 '볼프람 폰 에셴바프'의 서사시 파르지팔(Parzival)을 통해 오히려 알려졌다고 한다.

바로 그 서사시

 

 

그리고 위대한 음악가 바그너는 그 에셴바흐의 서사시에서 이 작품을 따왔다.

 

음...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은 매우 난해한 곡임을 뜻한다.

나름 클덕에 가까운 나로서도 편하게 듣긴 어렵다.

 

심지어 바그너 본인은 이 작품을 오페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신성무대축전극(Bühnenweihfestspil)이라고 지칭했을 정도이니 얼마나 난해하겠어...

(솔직히 파르지팔이 뮌헨 첫 공연인게 의미있다고는 생각했지, 재밌을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 안했다)

 

줄거리를 쓸까 말까... 

말자. 줄거리는 인터넷에 찾아보면 많다.

유일한 여주, 쿤드리

 

 

이 작품... 참 길다.

오후 다섯 시에 시작해서 박수 다 치고 나왔을때 열한 시였으니 

두 번의 쉬는시간(각 45분씩)을 제해도 

장장 네 시간 반에 달하는 길이다.

 

특히 1막이 많이 긴데(이 오페라 줄거리 진행을 위한 배경설명에 거의 50분은 쓴다, tmi 작렬)

1막을 겪고 나왔을 때 이미 엉덩이는 아작나있었다.

 

과거 오페라 연출 사진을 감상중인 독일 사람들, 지친 심신에 과연 사진들이 눈에 들어올까

 

 

신기하게 그 긴 시간동안 졸지는 않았다(말도 제대로 못알아들으면서 ㅋㅋㅋㅋ).

비싼 자리에서 봐서 그런가...

 

솔직히 끝났을때 너무 좋았고, 그 덕분에 진심으로 박수 칠 수 있었다.

 

파르지팔이 그래도 줄거리가 재밌는 편에 속하는 작품이니 망정이지,

내가 어떻게 이 긴 시간을 버텼을까... 

 

고생했다 산책자야.

너는 걷는 사람이지 이렇게 앉아있는 사람이 아닌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커튼콜 중인 주연배우들과 지휘자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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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뮌헨 첫 공연으로

이곳 슈타츠오퍼에서 보는 파르지팔이 걸려서 참 의미있다고 잠깐 언급했는데,

나름의 사연이 있다(내 사연 말고 ㅋㅋㅋㅋ).

 

바그너는 죽기전에 파르지팔 만큼은 오직 바이로이트 극장에서만 공연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도시 한 가운데의 시끌벅적하고 또 자만으로 가득한 그런 세속극장에서 올려지기엔

이 작품에 담은 자신의 사상과 의미가 너무나도 소중했던 것.

(바이로이트는 바그너가 작정하고 직접  음향, 연출설비까지 신경써서 만든 곳이다)

 

1882년 제2회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정말로 바그너 사후 까지도 가족들의 노력으로 일정 기간은 다른 곳에서 연주되지 않았는데,

(정확히는 1913.12.31까지 바이에른 법원의 보호를 받았다.

싸가지없는 미국것들 메트로폴리탄이 한 번 어기긴 했지만)

 

그런데 단 한 번, 재미있는 예외가 있다.

 

우리의 위대한 바이에른의 미친왕 루트비히 2세(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축조자 되신다)는

예술과 문화의 수호자였다.

젊은 날의 루트비히 2세, 상당한 미남이었다

 

특히 바그너를 열렬히 사모했는데(바이로이트 극장 건설 비용도 2세 형님이 많이 주심),

이 양반 취미생활중 하나가 독일어로  'Separatvorstellung',

적절히 번역해보면, '(오로지 나 루트비히 2세만을 위한) 별도의 상연'.

 

문화예술을 너무 좋아한 그는 자신만을 위한 공연을 이곳 국립극장에서 자주 열었는데

(가끔 자기가 직접 배우로 뛰었다는 썰도 있지만, 별도 공연이다 보니 자료가 별로 없다고 한다)

바그너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광팬이라니깐).

 

1884년 결국 Parsifal 역시 바그너 본인의 승인 아래 이곳 뮌헨 국립극장에서 외부초연된다 ㅋㅋㅋ

 

그래서 여기서 올리는 파르지팔은 상연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너무 꿀잼인것.

 

이런거 좋아하는 날 보고 섬뜩해할 친구들 몇 명이 생각나지만... 

모쪼록 나는 이런 사람이다.

 

행 - 복

 

Das Ende.

23.0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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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정보 

 

연출 :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17-18 시즌 정규 프로그램 연출

 * 2024년 뮌헨 여름 오페라축제에서 재상연

당시 음악감독은 지금의 베를린필 상임인 키릴 페트렌코, 당시의 프로그램북이 증명해준다

 

지휘 : Adam Fischer

연주 : Bayerisches Staatsorchester

합창 : Bayerischer Staatsopernchor

배역

 - Amfortas : Gerald Finley

 - Titurel : Balint Szabo

 - Gurnemanz : Tareq Nazmi

 - Parsifal : Clay Hilley

 - Klingsor : Jochen Schmeckenbecher

 - Kundry : Nina Stemme

  * 한국 소프라노 이선우 씨가 조연으로 출연했다

 

17-18시즌 프로그램북에 고증된 그 당시의 호화 연출... 요나스 카우프만, 르네파페, 크리스티안 게르하허...

 

 

진짜 끝!

 

P.S. 프로그램북은 진짜 책이다. 191페이지 짜리.

독일어가 좀 늘면 도전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