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듣다] Mozarteumorchester & Ivor Bolton

어떤 예술가가 명성을 얻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그 자신의 죽음'이라는 씁쓸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럴 정도로 살아생전에 동시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예술가가 드문데,

모차르트는 그 와중에 많은 사랑을 끌어안은 음악가였다.

(사실 클래식 음악계에는 생전에도 인정받은 위대한 작곡가들이 좀 있다)

 

모차르트는 18세기 후반에만 잠깐 세상을 누비다 갔다.

1756~1791(한국에서 1791년은 정조 15년), 고작 35년 만을 살아낸 그에게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했던지

 

사후 50년밖에 되지 않은 1841년, 

모차르트가 태어난 도시 잘츠부르크에 '모차르테움'이라는 대학교를 설립해버린다.

(모차르트 가족이 주축이 되기는 했다마는)

모차르테움은 자체적인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는데,

바로 오늘 공연의 악단인 Mozarteumorchester Salzburg 이다.

물론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이 단원으로 활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오케스트라가 그렇게 큰 인지도를 갖지는 않지만,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 고정 악단으로 활동한다는게 일단 실력의 보증수표.

 

시대악기 연주에 있어서는 정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거니와,

또 하나 흥미로운 포인트는 위대한 지휘자 헤르베르트 카라얀의

지휘자 커리어 시작점이 바로 이곳 모차르테움이라는 것.

이런 사연을 담아 잘츠부르크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제정,

신인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에 한국인 윤한결이 우승해서 놀랐었던 그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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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연은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Mozart-Matinee (마티네는 낮 공연을 말한다).

하루의 시작을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기분좋은 출발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으로만 채우는데

그 덕분에 평소에 잘 접할 기회가 없는 숨겨진 곡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

 

공연장은 Stiftung Mozarteum - Großer Saal, 

모차르테움 재단 건물에 있는 대공연장이다.

(잘츠부르크에 워낙 공연장이 다양하게 많아서 잘 찾긴 해야한다)

20유로에 이런 퀄리티의 공연이라... 한국에서의 내가 불쌍해서 억울하다

 

 

Markatplatz에서 버스를 내려 시내 반대방향으로 걸으면 

모차르테움 재단(Stiftung) 건물이 나온다.

날 좋은날엔 고풍스러우면서도 나름 모던한 회색 건물일텐데,

아침부터 비가 좀 온 탓에 칙칙해보인다.

MOZARTEUM 현판에서 뿌듯함이 묻어나는것같다

 

이 건물은 지나치자. 

재단 건물은 정말 재단 사무와 대학 사무를 보는 행정건물에 가깝다.

 

서른 걸음정도만 더 걸으면 그제서야 공연장처럼 생긴 친구가 고개를 디민다.

대공연장 건물(그렇게 크진 않다)

확실히 큰 건물은 아닌게 분명하다

 

서로 인사를 건내면서 티켓을 보여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서양사람들은 인사를 안하면 진짜 안들여보내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딱 이만한 1층 로비

 

아담한 크기의 로비가 반기는 모차르테움 재단 공연장,

어디를 가나 내 백팩은 항상 뺏기고만다... 

유럽 공연장은 아무래도 남자들의 경우

정장에 구두 신고 빈몸으로 가는게 제일 편할것도 같다...

전혀 기대하지 못한 최신식 화장실

 

지금와서 보니 좀 우습지만,

공연장 지하에 화장실이 있는데

너무 최신식 설비를 갖춰서 감동에 또 감동받은 나머지 바깥에서 사진을 남겨버렸다.

(안에서는 차마 못찍겠더라... 아무리 소리가 안날지언정)

 

화장실을 한 번 들르는 것으로 관객으로서의 공연준비를 모두 마쳤다.

어떤 공연장이든 첫 만남의 순간은 정말이지 설렌다

 

내부장식 만큼이나 아름답고 청명한 소리를 가진 공연장이라기에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는지 모른다.

 

심플하고도 제법 고풍스러운 계단을 올라가는동안 

정말 많이 설레었다.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어두운 나무의자, 2층 바닥이 그려내는 곡선마저 감동이었다.

공연을 준비중인 단원들

 

오늘의 공연은 Generalprobe,

정식 공연을 올리기 전에 공연을 그대로 한 번 진행해보는 최종 리허설이다.

가격 면에서도 메리트가 있지만

연주자나 관객이나 조금 더 편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위 사진에서 보면 무대에 사복차림의 사람들이 득실거리는데,

관객이 난입한게 아니라 정말 오케 단원 선생님들이 평상복을 입고 연주하신다.

지휘자 선생님도 물론이다.

 

심지어 합창단원중에서는 청반바지에 V넥 티셔츠를 입은 남자분이 있었는데,

나도 뭐 패션쪽에 큰 관심은 없지만...

저 양반 어디 연애는 하련지 걱정까지 들어버렸으니...

자유도 면에서는 극강.

공연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연주 만큼이나 공연장을 많이 감상했다

 

모차르테움 재단 공연장에는 또 하나의 매력이 있다.

대공연장과 재단 본관동 연결부가 원래는 외부 테라스로만 연결되어 있었던것 같은데,

통유리 천장을 얹어서 환상적인 휴게공간으로 만들었다.

다들 (나만 빼고... 나는 좀 외롭구나) 즐거워보인다

 

햇살 가득한 날과 비오는 날 모두 방문해봤는데

모든 순간 나름의 매력이 살아나는 공간이었다.

본관동으로 살짝 건너와서 바라본 휴게실과 공연장 건물

 

이게 전부 인줄 알았으나

진국은 바깥에 있었다.

유럽... 이건 반칙이다

 

모차르테움 재단이 아늑한 정원을 품고있었던 것...

인터미션에 이곳에 나와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나면 

2부 공연에서도 피로감이 평소보다 덜한것도 같았다.

 

참... 유럽은 이런 것들이 부럽다.

이건 반칙이지... 

알아볼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지만, 미라벨 정원과 맞닿아있다

 

심지어 정원 방향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미라벨 궁전을 향해있기에 한귀퉁이를 잘 살펴보니 미라벨 정원과 이어지는 문도 (잠겨)있었다.

1부를 마친 Ivor Bolton 선생

 

 

아이버 볼턴(Ivor Bolton, 대체 왜 아이버 라고 읽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시대악기 연주를 참 잘도 한다.

섬세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공연이었다.

 

공간이 작으면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려퍼져서

아주 약간의 실수도 묻히는 법이 없고, 연주의 세세한 음색까지도 귀에 다르게 꽂히는지라

이 작은 공연장에서 연주한다는게 얼마나 큰 부담일지 상상도 안되지만

악단, 합창단, 성악가들 모두가 행복한 표정으로 시종 노래했다.

 

이런 방식의 하루의 출발이 상당히 즐거웠던 산책자는

다른 모차르트 마티네 공연을 하나 더 예매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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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정보

Wolfgang Amadeus Mozart

 - Symphonie C-Dur KV 338

 - Missa C-Dur KV 258

 - Venite, populi : Offertorium de venerabili sacramento KV 260(248a)

 - Ave verum corpus KV 618

 - Litaniae de venerabili altaris Sacramento KV 243

 

지휘 : Ivor Bolton

연주 : Mozarteumorchester Salzburg

소프라노 : Giulia Semenzato

알토 : Patricia Nolz

테너 : Alessandro Fisher

베이스 : Matthias Winckhler

합창 : Bachchor Salzburg(Einstudierung : Benjamin Hartmann)

 

02.0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