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듣다] Klavierkonzert : Evgeny Kissin

언젠가 한 번 막연히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누군가가 비트코인에 대해 쓴 한 문장을 읽고선 약간 헛구역질 비스무리한게 일었다.

 

뭐랬더라...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게 있다면 비트코인 일거라고 했던가?

 

변하지 않는 무언가라는 그런 몽실몽실한 추상을 마음속에 그릴때

겨우 떠오르는게 비트코인 따위였을 그 사람에게

오늘 다시 한 번 측은한 마음이 들어버린다.

 

그러는 나도 정말 '변하지 않는게 뭐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지극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어갔을때 마땅히 떠오르는게 없는게

어쩌면 저 인간이 맞았나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갑자기 변하지 않는게 뭔가 하는 생각이 닿은건

키신 공연을 보고 와서 그렇다.

몇 년 전에 내한했을때도 그 언저리에 걸친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이것도 클리셰지만 키신에게서 영원한 신동 이미지를 지울 수가 없어서 그렇다.

 

71년생 소년도 이제 아저씨가 되어서

피아노 앞에 서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이유는 모르겠는데

머리 큰 물고기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나는 왜 키신을 보면 물고기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누구냐고 물었을때

단 한 번도 키신을 꼽은 적은 없긴 하지만

나도 키신 선생을 제법 좋아한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이 아저씨 음악세계가 아주 꼬장꼬장해서 인것같다.

해석에 있어서도 자기 주장이 강해서

오늘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하는 맛도 좋다.

(고집도 엄청 셀것같다...)

 

게다가 한음한음 얼마나 공들여 눌러치는지,

그 진하고 선명한 음색에 이번 공연에서도 감탄했다. 

 

그리고 역시 다른 음반들에서 쉬이 느끼기 어려운 

독특한 향을 잔뜩 내뿜고 

언제나처럼 앙코르까지 두둑히 얹어주고 떠난 키신 아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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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보는 공연장이었던 Haus für Mozart

모차르트를 위한 집? 이라고는 하는데 뭐라 번역해야할지 모르겠다.

카라얀은 정확히 무슨 개념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이곳을 Haus라 이름붙였을까...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예술...

 

이곳 Haus für Mozart는 대축제극장 바로 옆에 붙어있다.

순서가 바뀐것같은데, 

엄밀히 말하면 대축제극장이 HfM 옆에 이어 지은 신축건물이고,

바로 여기가 카라얀이 잘츠 축제를 세계 최고의 클래식 축제로 만들던 그 당시

만들었던 오리지날 축제극장이다.

사실 이번 공연장보다도 저 방이 정말 들어가보고싶었다

 

구 축제극장 건물에는 오늘의 공연장 말고도 두 개의 공간이 더 있는데, 

기사단 회의실같이 생긴 고풍스러운 칼뵘 홀(Karl Böhm Saal)과

'옛 채석장이던 곳을 깎아 만든 승마학교' 를 공연장으로 재탄생시킨

펠젠라이트슐레(Felsenreitschule) 이렇게다.

 

사실 구 축제극장의 꽃은 저 두 공간이 아닐까 싶은데

칼뵘홀은 애시당초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고

이번에는 결국 펠젠라이트슐레에서 하는 공연도 하나도 못본게 아쉽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 가방은 무조건 보관소에 둬야했다

 

그래도 카라얀이 만든 공연장에 들어온다는건 영광인데다가

분명히 리모델링을 했겠지만 내부는 아주 모던하게 잘 꾸며져있다.

 

자리배치가 앞사람 머리에

상대적으로 적게 방해받으면서 관람할 수 있는 형태였다.

그 역시 마음에 들었다.

 

피차 눈감고 감상하는걸 좋아하기는 한데,

시야가 방해받으면 오히려 자꾸 의식해서 보게된다.

눈을 감으면 노래의 색깔이 더 선명히 보인다(물론 졸음도 함께 온다).

키신 아니고 조율사 선생님이다

 

공연장은 조그만 편이다. 

한 1,500석 정도 되어보이는데,

그렇다는건 역시 연주자에게는 언제나 부담이 따르는 곳이라는거다.

아, 물론 관객들에게도 표 구하는게 조금 더 어려워진다는 면에서 함께 고달프긴 하다.

대공연장에서와 달리 사람들이 바깥으로 많이 나와서 쉬고 있다

 

인터미션때 사람 무리를 따라 나도 바깥으로 나와서 바람을 좀 쐬었다.

지는 노을이 예뻐서 찍어두었는데, 

역시 사진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찍으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더니

다시 봐도 건질게 없다.

 

2, 3층에서 감상하던 사람들은 테라스에 나와서 쉬고 있었다.

난간에 무게를 나줘누고 거리를 내려다보며 머리를 식히는것도

다음번에는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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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공연장 : Haus für Mozart

피아노 : Evgeny Igorevich Kissin

 

Ludwig van Beethoven 

 - Sonate für Klavier Nr. 27 e-Moll, op.90

 

Frederic Chopin

 - Nocturne fis-Moll, op.48

 - Fantasie f-Moll, op.49

 

Johannes Brahms

 - Vier Balladen, op.10

 

Sergei Prokofjew 

 - Sonate für Klavier Nr. 2 d-Moll, op.14

 

[앙코르]

Frederic Chopin

 - Mazurka cis-Moll, op.41

 

Sergei Prokofjew

 - Zwei Stücke aus `Die Lieve zu den drei Orangen´, op.33

 - Marsch

 

Johannes Brahms

 - Walzer As-Dur, op.39

 

07.0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