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듣다] Mozarteumorchester & Gonzalez-Monjas

주말이고 날씨도 흠잡을데 없이 좋은 날이다.

게다가 일요일도 아닌 토요일이라는게 특히나 기분이 좋았던것같다.

 

토요일 아침에는 눈을 뜰 때부터 마음이 풍요롭던 직장인 시절의 잔해가

아직까지도 씻겨내려가지 않았나보다.

 

별달리 할 일이 없어도 아직까지는

주중보다 주말이 왜인지 마음이 편한게 재미있어서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아침에 찍은건 아니지만, 대충 이런 뷰

 

숙소 방을 한 번 바꾸어서 이제는 발코니가 생겼다.

아침이면 발코니에 나가 시원한 공기를 한 번 뒤집어쓰면서

간밤에 데워진 몸을 좀 식히는데, 역시 주말이 괜스레 더 상쾌하다.

(열이 많아서 누워서 잠만자는데도 온몸에, 특히 침대랑 맞닿은 부분에 열이 쌓인다) 

 

그치만 저 날부터 다음 목요일까지 정말 쉬지않고

공연 보러 잘츠부르크를 가게 되어버려서 조금 두려움도 있는 아침이긴 했다.

 

주말이라고 늦잠 잘 새도 없이 짐을 챙겨 출발했는데

어인 일인지 단 1분의 연착도 없이 도착해서 공연장에 많이 일찍 들어갔다.

사람이 없으니 유리가 더 투명해보이는 기분

 

모차르테움 재단 공연장은 화창한 날을 즐기기에 정말 최적의 콘서트홀인것같다.

이런 날에 실내에서 기다리는건 겨울의 나에게 무례한 일일 것이라

한눈조차 팔지 않고 안뜰로 직진했다.

이 기념비는 저 분께서 돌아가고 나서 만들어졌구나

 

사람이 많을때는 보이지 않더니 한 켠에 기념식수같은 것도 있었다.

Lilli Lehmann Linde, 1848년부터 1929년을 살다 간 

독일의 소프라노라고 한다.

독일, 특히 독일 제국의 흥과 망을 모두 보고 간 셈이구나.

 

피차 레코딩의 시대보다 앞선 분이라서 큰 감흥까지는 들지 않긴 하다.

그러고 보면 레코딩이라는건 인류사에 어마어마한 변화인것같다.

이렇게 글자로만 봐서는 감흥이 살지 않는 것을 

직접 귀, 그리고 요즈음엔 눈앞에까지 재현해줌으로 

그 시대와 순간으로 돌아가게 해주니 말이다.

독일애들 역시 거짓말은 안하는것같은데 좀 짜증난다

 

가장 저렴한 좌석 티켓팅에 성공했었다.

15유로에 두 시간의 행복을 살 수 있다는게 얼마나 훌륭한 교환비냐구.

 

음... 티켓에 기둥좌석(Säulensitz)이라고 써있었는데

가려봐야 얼마나 가려보겠냐 생각했던 내 자신이 무색하게도

정말 있는 그대로 기둥석이었다.

 

그래도 호른 주자 한 두명정도는 보이긴 했다...

언제나 빈 자리는 생기기 마련

 

나는 물론 호른을 정말 좋아하지만(그 장엄함을 누가 안좋아할 수가 있나)

호른 주자를 보지 않기로 했다.

 

아마 커플 내지는 부부였을텐데 무슨 사정인지 오른쪽 자리가 비어준 덕분에

기둥을 피해 두 틱 후퇴할 수 있었다.

가까스로 지휘자와 오늘의 소프라노 선생님에 대한 전망을 확보했다.

반대편 기둥쪽 사람들과 동료애가 생긴다

 

지난번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원래 음악이 좋으면 좋을수록 눈을 감고 듣는 취미가 있어서 큰 상관은 없는데

이번에는 반대편 청중을 관찰하는 재미가 또 솔솔하다.

 

머리를 흔들며 조는 사람, 수시로 동행에게 귓속말을 시도하는 사람

기둥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듣는 여자분

시야는 포기한 채로 묵묵히 음 사이를 헤쳐나가는 동료들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D 

 

아, 물론 우리나라 청중들은 오답이 좀 많다.

기침은 양반이고, 바스락거리는 사람들, 지퍼소리, 핸드폰, 프로그램북의 추락... 

 

이런 방해거리들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유럽 공연장의 매력이다.

좀 젠체하는게 싫어서그렇지

'음악만을' 듣기 위해 왔다는 사실은 잊는 법이 없는 동료 청중들이다.

이 사진은 서서 찍은거다, 분명히 호른은 안보였었다

 

역시나 이번 모차르트 마티네도 산뜻한 하루의 출발이었다.

한 곡의 예외도 없이 모르는 곡이었는데도 잘 들리는게 신기할 따름.

 

지휘자 로베르토 곤잘레스-몬하스는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이었다.

포디움에서의 동작이나 지시가 좀 많은 편인것같다.

스페인 태생에다가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인게 영향이 있긴 있는것같다.

그런 밝은 생동감이 마음에드는게 주말 아침이긴 한가보다.

 

미국인 소프라노 에밀리 포고렉도 제법 인상적이었는데,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단에 소속되어있다 하니 조만간 다시 볼 일이 있을것같다.

이제 이 사람들은 다 어디에 가서 무얼 할까

 

마티네 공연의 매력은 공연이 끝나도

아직 하루가 잔뜩 남아있다는데 있는것 같다.

 

심지어 좋아하는 취미생활과 함께 시작된 하루인 덕에

마음 한가득 평화와 행복감이 차오른 상태로 말이다.

---

# 공연정보

Wolfgang Amadeus Mozart

 - Ballettmusik & Aria zur Oper Idomeneo, KV 367

 - Zwischenaktmusik zum Schauspiel Thamos, König in Ägypten KV 345

 - Voi avete un cor fedele KV 217

 - Bella mia fiamma, addio - Resta, o cara KV 528

 

지휘 : Roberto González-Monjas

연주 : Mozarteumorchester Salzburg

소프라노 : Emily Pogorelc

공연장 : Stiftung Mozarteum - Großer Saal

 

10.0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