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마시다] Hofbräuhaus Traunstein - Weißbier

어쩌면, 아주 어쩌면

공정하지 못한 리뷰가 될 수도 있겠다.

 

트라운슈타인이라는 이름이 

박혀있다는 이유만으로 

호의적인 마음이 차오르는건 별수없다.

 

그만큼 좋아하는 곳인데 어쩌겠어...

(얼른 3차방문 준비해야지)

 

나도 요즘 유행에 맞춰서

안대라도 하나 쓰고 마셔야할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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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버전 코스터중 하나

 

트라운슈타인 방문 2회차만에

드디어 호프브로이하우스에 들러냈다.

 

이마저도 막판에 용기를 내지 않았더라면

또 스쳐지나가기만 했을것같다.

2024.10.15 - [산책하다] - [열네 번째 산책] 다시 또 한 번, 트라운슈타인

 

혼비어가르텐이라는게 정말 

마음의 여유가 가득하지 않은 한 

잘 선택하지 않게 되는 무언가인것같다.

 

혼자가는게 부끄러울 나이는 지났다마는

그냥 뭐랄까 가성비의 문제인것 같다.

 

돈을 제법 주고 

생맥주 한 잔과 함께 멍을 때릴것이냐

혹은 1/3 가격에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면서

병맥 한 잔을 때릴것이냐

(지금 이 순간도 맥주 한 병과 함께다)

 

그 사이에서의 선택의 문제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잘 병입된 맥주라도

생맥을 따라가기는 어렵기때문에

오늘은 기회가 있을때 트라운슈타인에서 

한 잔 하고가기로 했다.

초저녁부터 사람이 즐비했던 HBTS 야외석

 

초저녁부터 사람들이 엄청 모여있었다.

마을에서 누구 찾으려면 

그냥 여기로 와도 좋을 정도...

 

그 사이에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메뉴판을 펼쳐들었다.

 

순수한 고민의 순간.

이 집도 취급하는 맥주 종류가 많다.

안덱스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그 많은 공정관리를 어찌하나 싶단말이지...

점원 선생님 오시기 전까지 고르느라 초조했다

 

후... 

이곳 웨이터 아저씨는 

인종차별같은건 모르는 분인지

순식간에 주문받으러 오셨다.

(다른데 가면 한참뒤에오던데)

 

일단 공손하게 여쭤봤다.

'맥주 한 잔만 간단히 하고가도 좋냐'

저녁장사 시간이어서 한 번 물어보긴 했는데

웃으며 뭘 그리 당연한걸 묻냐는 아저씨.

 

뭘 줄까 하길래

평소와 달리 얼결에 Weißbier를 읊었다.

(나는 보통 헬레스를 즐긴다)

 

모르겠다.

여기가 호프브로이하우스인걸

내 무의식이 감안했을까?

아니면 그저 그날따라 좀 늘어지고싶었을까.

시판 병입맥주도 엄청 다양하게 끌고가는 HBTS

 

내가 받은 느낌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만

'호프브로이'로 시작되는 양조장들은

설립 당시의 왕가 혹은

공작가와 관계가 있는듯 하다.

 

여기 호프브로이하우스 트라운슈타인도

1612년에 바이에른 선제후 막시밀리안 1세가 

설립한 곳인것처럼 말이다.

(뮌헨 호프브로이하우스랑은 완전 다른곳)

2024.10.16 - [마시다] - [아홉 번째 마시다] Wittmann Urhell 그리고 맥주순수령

 

높은 양반들 얘기가 나온 김에

지난번에 남겨둔 밀맥주의 생존 비결을

공개해볼까 한다.

 

지난 글에서 맥주순수령(1516)으로 인해

맥주에 물, 보리, 홉 이외의 재료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는데

 

여기서 의아한건

맥주순수령의 본고장인 바이에른이

어떻게 밀맥주의 본고장이 되었느냐다.

밀 + 맥주 = 밀맥주

 

근원적인 이유는 심플하다.

당시 밀맥주는 평민이 아니라

귀족들이 선호하던 맥주의 형태였다.

 

높으신 분들 뿐 아니라

사람이라는 종이 다 그러하듯

못하게하면 어차피 다 방법을 찾아내는 습성이 있어서

귀족분들은 결국 암암리에 구해 마셨는데

아무래도 반발은 좀 크긴 했다보다.

 

1548년, 공작가는 결국 

'데겐베르크'라는 남작 가문에 

밀맥주 양조 독점권을 부여했다. 

 

이 남작가문에 대한 바이에른 공국의 지배권이

약간 견고하지 않은 상태였다는데

독점권 부여로 충성심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역시, 충심 = 돈)

데겐베르크 맥주 로고

 

물론 특별 허가이니만큼

세금 짱짱하게 매겨서 

자기도 제법 돈좀 만진 공작가였다.

 

이 맥주는 아직도 살아서 시판된다 하는데

아주아주 상품이라고 한다.

문제는 도데체가 찾아볼 수가 없다.

 

모쪼록... 

 

와... 조금 의심스럽게 이른 시기인 1602년,

데겐베르크 공작가의 대가 끊겼다(남자혈통).

그리고 밀맥 독점권을 포함한 재산들은

공작가에 흡수되었다(WOW)

 

그다음부터는 우리 비텔스바흐 형님들

본격적으로 밀맥 장사를 시작하신다.

사업수완이 뛰어나셨던 그 분, 막시밀리안 1세 선제후시다

 

물론 직접 주조하는건 아니고

유력 도시 혹은 장터와 계약을 맺어서

밀맥주 양조 권한을 부여하고

수입의 일부(혹은 상당부분)를 떼어갔다.

 

그리고 이 돈은 바이에른 재정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D 

 

트라운슈타인 양조장도 

그런 양조장들중 하나다.

 

그렇다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곳의 시그니처 맥주는 '밀맥주'가 된다!

설립 당시부터 줄곧 생산된

400살지기 메뉴라는것...

 

얼결이나마 밀맥주를 골라낸

내 무의식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롱하게 탁한 400살 맥주

 

흐음~

첫 입에 바나나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쌉싸래한 맛이 그렇게 강조되지 않는 점도

내 스타일에 가까웠고 말이다.

 

혀가 그렇게 예민하지 못한 나조차도

'아 이거 상당히 괜찮은 맥주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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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맥주 한 잔을 음미하는 동안

해가 뉘여가기 시작했다.

(밀맥주는 헬과 달리 조금 음미하게 된다)

 

아직 오늘의 목적지가 남아있기때문에

한 잔 더는 참아내고

벌떡 일어나서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아,

코스터는 하나 챙겨왔는데

내 찬장에서 잘 주무시고 계신다

Echt mia's Leben

 

Echt mia's Leben

저 mia가 뭘까... 바이에른 사투리일텐데

mein 으로 해석하면 맞지 않을까 싶은데

확신이 없다 ㅎㅎ

 

틀리면 어때

'이게 진짜 내 삶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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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 5.5%

용량 : 500ml

용기 : 잔

원료 : 물, 밀맥아, 보리맥아, 홉, 효모 (밀맥 덕분에 이 항목이 아주 의미없지는 않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