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마시다] Lösch-Zwerg : Würzig Hell

이 넓은 세상 어딘가에 내 손길을 숨죽여 기다리는 맥주들이 얼마나 많을것이며

또 다른 한편에 나랑은 마주칠 운명조차 아닌 매력적인 녀석들도 얼마나 즐비할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픈 너무 지당한 가정일테다.

 

고작 독일이라는 한 나라에서만도

그리고 그 중에서도 꼴랑 16분의 1에 해당하는 바이에른 주 안에서도

서로 다른 도시, 각기 다른 마을마다 취급하는 맥주들이 얼마나 다른지

어디 산책 한 번 나가기가 무서울정도다.

가뜩이나 지친 돌아오는 발걸음이 배낭 속에 가득한 그 동네 맥주로 인해 한층 더 더뎌지기 때문이다.

 

사실 구태여 다른 마을까지 가지 않더라도

뮌헨 안에서도 다른 브랜드의 마트, 

혹은 같은 브랜드일지라도 다른 동네의 마트를 가면 

또 처음보는 맥주병들이 천연덕스럽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시다.

 

그럴 때마다

요즘 조금 다양해지고 있다고는 해도 그래봐야 몇몇 유명 브랜드를 제끼고 나면

마트 선반에서 고를게 없어지는 그런 우리나라에서 마시고 자란 나로서는 

이 색다른 무한함 앞에서 무서움 마저 생겨버리고 만다.

(물론 너무 짜릿하고 행복하다)

 

그러다가 최근에(그러니깐,,, 두 달 즈음 전에) 

정말 인생 병맥주를 하나 찾고말았는데 첫 입부터 소름이 쫙 돋아버렸던 친구다.

병뚜껑은 근엄하게 생겨가지고서는

 

일단 다른거는 잠깐 제쳐넣고서라도 

지금 이순간에도 저 친구가 마음에 드는 하나의 이유는

요즘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자꾸 잠이와서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꼭 낮잠을 자는데

그러다보니 블로그에 글쓰는데 게을러졌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건만

 

이 친구는 딱히 유구한 역사도, 특별한 히스토리도 없이

맛 하나로만 승부를 보고있는 녀석으로서

긴 글을 쓰는데에서, 그리고 독어로 서칭하는데서 오는 수고로움을 확 덜어내주었다는 것.

병 라벨부터 너디한게 찐이다...

 

조그만 330ml 병에 손으로 당겨 여는 뚜껑달린 이 신박한 친구의 이름은

Lösch-Zwerg : würzig hell 이다.

(소방수 난쟁이 : 향을 머금은 헬)

 

브랜드 이름을 지은 배경이 정말 궁금하긴 한데

가만 생각해보면 별 의미 없었을것같기도 하다.

감히 추측해보건대 이름을 짓느라 머리를 싸매던 그 순간

그냥 정원에 서있는 저렇게 생긴 못난이 조각이 눈에 들어왔을수도 있을것같다.

 

뭐... 정말 정직하게도 난쟁이소방수가 라벨에 떡하니 그려져있다.

 

첫 한 모금을 들이켰을때 느껴졌던 그 도발적인 느낌은 이제 제법 희미해졌다마는

하여튼 무언가가 쉽사리 믿기지 않았던지

저 난쟁이랑 계속 아이컨택을 시도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ㅋㅋㅋ

( '너 뭔데' 하는 심경이었던듯)

디자인은 진짜... 솔직히 센스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würzig 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만큼 향이 진했는데

그러면서도 목넘김이 부드러운게 일품이라고 메모장에 적혀있다.

딱 한줄 더 적혀있는건 

'이게 바이에른 맥주라고?' 

 

음... 여기에서 이런 스타일 맥주를 마주칠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던것같다.

그렇다.

호프브로이하우스나 아구구스티너 브로이 같은 곳에서는 절대 뽑아내지 않을 향의 음료다.

그러니깐 독일 맥주에 익숙한 사람들한테 오히려 더 한 번 마셔보라고 꼭 권해보고싶은 맥주인데

 

문제는 유통량에 있다.

뮌헨 소재 마트 선반에서는 아직 단 한 번도 저 난쟁이랑 아이컨텍에 성공한 적이 없고

유일하게 한 번 봐서 집어온 곳이 

Mittenwald 라는 알프스 마을 Rewe 에서였다.

 

정작 양조장은 뮌헨 바로 옆 도시 Augsburg(아우구스부르크, '아욱스부르크' 가 맞는데...) 근교 마을

Gessertshausen 이라는 곳에 있다는데

어딘지 익숙한 이름이다 했더니 뮌헨에서 울름(Ulm) 가는 RE9 정차역이었다.

 

딱 기다려... 곧 간다...

 

그나저나 대체 왜 뮌헨에는 없으면서 Mittenwald 에서 나랑 마주쳤는지는

아직도 그 영문을 모르겠다.

 

무슨 World Beer Awards 라는 데에서 상도 받았다는데

내가 그런 상 팔로우업할 정도로 맥주에 미쳐사는 사람은 아닌지라

크게 와닿지는 않는 마케팅.

그냥 저 친구는 한 번 마셔보는게 제일 빠르다.

 

모처럼 다시 한 모금이 당기는 밤이다...

 

아, 손가락을 조심하자.

하필 내게 온 저 병이 뚜껑이 조금 불량이었는지 고리가 풀려버려서 억지로 개방해야했는데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다.

 

그런데도 난쟁이랑 대화가 하고싶을정도로 맛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는게

진정한 맛있음의 발로 아닐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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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 5.4%

용량 : 330ml

용기 : 병

원료 : 물, 보리맥아, 홉 (그러니깐 다른 무언가를 넣지는 않았다)